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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 Jul 17. 2022

보문사, 눈썹바위를 아시나요?

아! 석모도, 석모도!

글 잘 쓰는 사람들 여행기를 읽어보다 반해버린 곳 중 하나가 ‘석모도’입니다. 한번 꼭 가보고 싶었는데, 번번이 계획을 세워 놓고 보면 다른 급한 일이 생겨, 여태 못 가본 곳이어서 더 간절함이 더했는지도 모릅니다.


대명포구에서 30여분을 달려, 석모대교를 건넙니다. 아버지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외포리에서 배 타고 건너 다녔던 일을 얘기해 주십니다. 주말이면 석모도 들어가는 차로 선착장이 거대한 주차장 같았다네요.


아! 석모도! 석모도!

오래전에는 외포리에서 석모도까지 저 배를 타고 갔었답니다. 지금은 석모대교가 생겨서 추억 속 장면이 되었네요.

석모도는 강화도 서쪽에 길게 붙어있는 작은 섬입니다. 그래도 이 작은 섬에 산이 3개나 모여 있다고 하네요. 바로 해명산, 상봉산, 상주산이 그들이지요.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이라는 지명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바다, 갯벌, 해수욕장, 갯마을 등등이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소문난 곳이기도 합니다.


석모도에 왔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보문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라고 이름 높은 곳이지요.


전등사, 정수사와 함께 강화의 3대 고찰로,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금강산에서 내려온 회정대사가 창건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 저희는 보문사에 갑니다. 벌써 여러 번 다녀가신 아버지의 안내를 받으며 절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입장료를 끊고서 상당히 급경사로 이뤄진 진입로에 들어섰습니다.


산 정상에는 일명 눈썹바위라고 불리는 거대한 바위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습니다. 내려오던 한 등산객은 뒤를 돌아보며, ‘와! 내가 저기까지 갔다 온 거야.’ 라며 자랑하듯 뽐내며 동료들에게 환성을 질러댑니다.


‘뭐가 높다고 저러지?’


저는 속으로 의아해하며, 앞서가신 아버지를 뒤따라 열심히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깨끗하게 빗질된 절 마당. 참 꼼꼼하게도 쓸었네요.

입구에서 경내까지 그리 먼 길은 아닌데도, 경사가 워낙 가파르기에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집니다. 그 호흡이 턱에 차오를 때쯤, 마침내 평지와 함께 절집 안 마당에 이르렀습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절집 구석구석을 구경한 뒤 힘들어 못 올라가신다는 아버지와 아이를 남겨놓고, 저는 다시 마애석불좌상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을 만나려면 이런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합니다.

15분이나 20분 정도 올랐을까? 움푹 파인 바위에 조각돼있는 마애석불좌상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서해바다도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멋진 풍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씻어내며 긴 한숨 내뿜고 바라본 바다에는, 앙증맞은 섬들과 해안선에 길을 만들어낸 갯벌, 그리고 길게 이어진 수평선 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참 땀을 씻어내고, 드디어 마애석불좌상을 보기 위해 눈썹바위라고 불리는 커다란 바위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마애석불좌상

네모진 얼굴을 하고 펑퍼짐하게 둘러앉은 석불은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멀리 서해바다를 향해 평온하게 앉아있습니다. 안으로 심하게 굴곡진 바위에 석불을 조각할 생각을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9호). 1928년 금강산 표훈사 주지 이화응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가 낙가산 중턱의 일명 눈썹바위에 조각한 것입니다.

불상 뒤의 둥근 빛을 배경으로 네모진 얼굴에 보석으로 장식된 커다란 보관을 쓰고, 손에는 세속의 모든 번뇌와 마귀를 씻어주는 깨끗한 물을 담은 정병을 든 관음보살이 연꽃받침 위에 앉아 있습니다.


얼굴에 비해 넓고 각이진 양 어깨에는 승려들이 입는 법의를 걸치고 있으며, 가슴에는 커다란 ‘만(卍)’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보문사는 관음보살의 성지로 중요시하던 곳이었다고 하네요.


땀은 이미 다 말랐지만, 이젠 그 촉촉함으로 오히려 더 한기가 느껴져, 옷깃을 다시 꽁꽁 여미고 석불을 뒤로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와 가족이 기다리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내려가는 내내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에 오르지 않았다면 결코 석모도에 왔었노라고 말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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