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멜로영화의 새로운 가능성 <만약에 우리> 리뷰

로맨틱 코미디로 흡수되었거나 단절된 듯 했던 멜로 영화의 계보를 환기하다

by 정근

*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애의 설렘과 구질구질한 현실, 그래도 그리운 그 시절.

한가닥 미련을 묻어둔 채 각자의 생을 살아가다 다시 만난 현재.

두 시간대가 컬러와 흑백으로 분리된 화면 속에서 펼쳐진다.


서로에게 빠져버린 순간에도 오그라들지 않고,

지독히 절망스런 시간을 맞아도 염세적이지 않은,

눈물은 굴러떨어지되 축축한 신파로 빠지지 않고,

저버리는 순간에도 한 점 온기는 남겨두는 연출이 돋보인다.

서로에게 상처와 흠집만 낸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 자양분이 되어주었다는 깨달음은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성공한 김영광, 박보영 주연의 <너의 결혼식>의 결말과 닮아있다.

우리 사회 여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던 <82년생 김지영>의 감독이 만든 <만약에 우리>는 로맨틱 코미디였던 너의 결혼식과는 미묘하게 다른데, 로맨틱 코미디로 흡수되었거나 단절된 듯 했던 한국 멜로 영화의 계보를 환기시킨다.


왜 남주가 구교환이어야 했는지, 그래서 문가영과는 어떤 조합으로 흐름을 이어갈지 예견한 캐스팅도 훌륭하다.

네이버영화 스틸컷


떠들썩한 로맨틱 코미디를 생각했다면 김도영 감독이 그렇게까지 구교환을 고집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여성 관객들을 설레게 할 남주들은 많으니까. 하지만 감독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멜로영화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비극적이면서 무거운 정서 속에 가라앉을 수도 있을 이 멜로를 고유의 가벼움과 활력으로 떠받쳐줄 구교환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너무 무겁지 않은 트렌디한 외양의 멜로영화들이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의 새로운 활력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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