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5년 전 연구원들이 몰살한 달기지로 샘플을 회수하러 간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흥미롭다, 지루하다 평이 엇갈리고 있는데, 앞선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처럼 상업필름 특성상 대중성을 지향하긴 하지만 작품성과 메시지도 포기하지 않는 이른바 작가주의의 범주에 든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공들여 제작한 타이틀 시퀀스처럼 시종 서늘하고 진중한 톤을 유지하며, 악당도 없고 영웅도 없이 인적 연대로 타당한 결말을 찾아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을 보여준다.
재미에는 평이 엇갈리지만, 외피적 완성도에는 대부분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양새다.
달을 배경으로 한 본격 SF는 한국 영화.드라마로서는 처음인데 헐리우드 영화 못지 않은 그래픽을 구현하고 있어서 기술적 이정표를 하나 세운 셈이기에 분명 의미 있는 시도였다 여겨진다.
다만 폐쇄된 달 기지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가 주된 내용이고, 등장하는 괴물도 없으며, 시종 어둡고 조용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다는 평이 따라붙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우주선이 불시착하고, 5년 전 몰살한 연구원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원인으로 죽었음을 알게 되는 등 매 회마다 전환적 사건들이 일어나고, 달기지 내에서의 의문점들이 늘어가는 동시에 그 의문과 무관하지 않은 인물들의 사연이나 비밀도 하나씩 드러나는 등 나름 전개는 흥미롭다.
이 드라마는 원래 감독이 7년 전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30분 짜리 단편 영화가 원작이다.
최항용 감독의 단편은 가끔 나온다는 기발한 한예종 졸업작품 중 하나로 회자됐었다고 전해지는데,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이 드라마를 본다면, 이 드라마의 기획자이자 제작자인 배우 정우성이 원작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점에 매료되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갈망과 결핍, 불우한 청춘의 초상이었던 정우성이 실은 이토록 이지적인 모험을 열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는 제일 마지막에 목소리로도 깜짝 등장하는데, 그의 음색 역시 지적이고 진중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드라마의 두 축이 되는 공유와 배두나를 포함 이준, 김선영 등 출연진은 화려할 정도인데 이들이 왜 작품 내에서 주역을 맡아왔는지 연기로 증명하고 있다.
드라마의 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소녀 '루나'는 아역배우 김시아가 연기하고 있는데, 영화 미쓰백에서 학대받는 어린 소녀 역으로 등장했던 그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