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멸치국수집
[어묵국수, 강추위를 이기는 '소박하지만 진한 맛'의 행복]
올겨울이 유난히 따뜻하다는 설(說)에 동장군이 잔뜩 화가 난 것 같습니다. 12월 중순 주말을 고비로 거센 찬바람과 함께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이럴 때는 뜨끈한 국물요리가 제격입니다. 길거리의 쫄깃한 어묵도 좋고, 노포의 진한 멸치국수도 훌륭합니다. 그런데 어묵은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하고, 국수도 무언가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럴 때 좋은 선택지가 있다면 '어묵국수'인 것 같습니다. 따스하면서도 진한 육수에 쫄깃한 어묵과 부드러운 면이 한가득 담긴 대접을 마주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흡족해집니다. 여기에 화룡점정 계란, 고소한 김가루와 참깨에 아삭한 파, 얼큰한 고춧가루가 더해지고, 후추를 톡톡 털어 '알싸함'을 얹어내니, '양'과 '맛' 모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제 시원한 김치를 입에 넣고, 어묵과 면을 한 젓가락 가득 올려 베어무니 문 밖의 강추위도 두렵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추운 겨울의 주말 저녁, 성당을 다녀오는 길에 시장통 어귀에 있는 '멸치국수집'을 방문하곤 합니다. 가족과 함께 국수와 주먹밥을 시켜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시 한번 찬바람을 뚫고 출퇴근을 강행하며 한 주를 살아낼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소박하지만 진한 맛을 선사하는 음식의 행복 덕분입니다. 참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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