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과 손맛의 위력
[본가에서 먹는 '잡채' : 정성과 손맛의 위력]
이른 아침, 가족과 함께 본가에 도착하면 어머님이 매번 간식거리로 잡채를 내어 주십니다. 점심 식사 전의 애피타이저인 셈입니다.
잡채는 목이버섯, 시금치, 양파, 당근, 고기 등을 기름으로 볶은 후, 다시 한번 당면을 간장양념으로 볶아내는 음식입니다. 여기에 계란 지단을 올리니 형형색색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요리가 됩니다. 젓가락을 들어 자그마한 접시에 담긴 음식들을 하나씩 입에 넣어 봅니다. 부드러운 계란과 아삭한 시금치와 양파에 달달한 당근과 풍미를 더해주는 고기 그리고 감칠맛 가득한 버섯까지 더해지니 혀가 즐거워집니다. 여기에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당면이 뒤를 받쳐주니, 이 작은 접시에 한 끼 '정찬'이 담겼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잡채는 각종 음식점, 뷔페, 잔칫집은 물론 회사 식당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채소, 버섯, 고기를 잘게 썰고 당면을 따로 불려 준비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취급은 애매한 '조연'이 불과합니다. 장기간 보관도 어려우니 막상 집에서 해 먹기는 망설여지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같은 재료라도 정성과 실력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일부 재료의 맛만 앞서거나, 때로는 당면의 식감만 느껴지는 '볶음 국수'가 되는 경우도 많지요.
부모님이 해 주신 잡채를 먹다 보면, 모든 재료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조화롭게 요리로 완성시키는 비결은 '손맛'과 '정성'이라는 것도요. 어쩌면 수많은 조직이 안고 있는 '일과 사람'에 대한 고민도, 이 잡채 요리와도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