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리셋은 없다
[단 한 번의 삶, 인생에 리셋은 없다]
흐릿한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운 11월의 마지막 주말 아침, 거실에 앉아 김영하 작가의 '단 한 번의 삶'을 읽었다.
이 책은 약간은 무거운 에세이집이다. 어머니의 빈소에서 시작되는 14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세 가지 전제조건 아래에서 이어진다.
첫째, 삶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됐다.
둘째, 인생은 예측 불가하고 불공평하고 무질서하다.
셋째,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리셋은 없다.
그렇기에 삶을 살아가는 것은 후회의 연속이다. 내가 하지 않은 선택도 책임져야 하는 일도 많다. 그렇기에 누구나 가끔은 과거로의 회귀를 꿈꾼다. 영화, 드라마, 애니의 단골 소재가 과거로의 '회귀'인 이유다. 일본 애니매이션에서 자주 등장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이세계물'도 현실과의 불화가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에는 아예 리세마라라는 개념이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세이브해 둔 파일을 로드하여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리셋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본어로 리셋 마라톤, 줄여서 리세마라고 부른다.
인생의 '리셋'은 불가능하기에 끝없는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 한 번 뿐인 우리의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삶을 살아내는 것일까, 살아지는 것일까. 지금의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날, 그리고 내일의 나는 동일한 존재인가. 켜켜이 기록된 작가의 일상등은 '사유'의 단초가 된다.
이야기의 힘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면, '단 한 번의 삶'은 괜찮은 책이다. 문장도 술술 읽히고 재미도 있다. 추천할 만한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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