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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Jul 11. 2021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질곡 많은 인생을 겪어낸 작가의 따스한 시선

다시 한번 코로나가 매섭게 위세를 떨치기 시작한 7월의 두 번째 주말, 故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었다.

이 책은 박완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째 되는 해를 맞아, 그녀의 산문 중 35편을 선별해 엮어낸 에세이집이다. 흔히들 따스한 시선을 가진 수필가 정도로 알기 쉬운 박완서 작가는 누구 못지않게 질곡 많은 삶을 살았다.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신으로,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이후 서울로 이주했다.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에서 중퇴했다. 의용군으로 나갔다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까지 손을 대는 심각한 가난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후 1970년 불혹의 나이에 한국 전쟁의 분단과 아픔을 다룬 '나목'을 데뷔했다. 이후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스했네' 등을 비롯해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 등 사회적 아픔에 주목한 여러 작품을 남겼다.

작고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녀의 문장은 하나의 지문처럼 독특하게 다가온다. 일상의 언어로 썼지만 술술 읽히고 여운도 길다. 재밌지만 비판의식이 살아있고, 이웃집 할머니의 말을 주워 담은 듯 따스한 문장 속에 깊은 주제가 담겨있다. 

책을 읽다 보니 질곡 많은 삶을 살아낸 작가의 한 문장에 눈이 머문다.

부자가 되거나 권세를 잡거나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개인의 특별한 능력이듯이 행복해지는 것도 일종의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성공한 소수의 천부적 재능과는 달리 우리 인간 모두의 보편적인 능력입니다. 창조주는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고 창조하셨고 행복해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춰주셨습니다. 나이 먹어 가면서 그게 눈에 보이고 실감으로 느껴지는데 그게 연륜이고 나잇값인가 봅니다.

피로와 회의가 쌓이는 출퇴근길에 잠깐씩 들여다보기 좋은 글귀들이 많은 책이다. 박완서 작가를 기억하거나,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권할 만한 책!

#독서노트 #박완서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 #에세이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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