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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s Oct 10. 2019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영화는 약간 지루하다가 싶을 정도로 산만하다. 헐리우드의 두 저택에 사는 영화배우, 영화관계자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두 집은 서로 이웃하고 있는데, 한 저택은 뜨는 스타가 살고 있고, 다른 저택에는 지는 스타의 생활이 있다. 그런데 이 스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없이 각각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스토리가 급격한 사건이 없이 밋밋하다. 무언가 일어날 것 같지만 산만하게 연결성이 없다. 그렇다고 일상 속의 감상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닌 듯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의 배경이 된 사건, 샤론 테이트 살인사건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유명한 사건이란다. 그 사건을 알지 못하면 영화가 주는 힌트를 놓치기 쉽다. 사건을 알고 나서 생각하니, 영화 초반부터 그 사건을 향해 간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히피 여자들 그리고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며 스쳐지나가던 남자(컬트의 리더)가 그것이었다. 결국 영화는 컬트 단체의 이상한 살인사건을 향해 가면서 두 배우를 둘러싼 생활을 독립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69년도, 60년대말의 헐리우드에 대한 향수였다. 그리고 샤론 테이트에 대한 늦은 애도를 담고 있다.     


영화 곳곳에 60년대 유명 영화, 드라마를 상징하는 장면이 있다는 데,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감독의 일관된 시선, 그 당시 헐리우드에 대한 애정이 배어있다. 내가 이 영화에 흥미를 갖게 만든 것은 현재 미국 영화계에 톱이라 할 수 있는 디카프리오와 브레드 피트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호 밀리지 않는 두 배우의 매력이 긴장감 있게 경쟁하는 듯이 넘치고 있다. 감독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영리하게, 둘의 분량을 균등하게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를 감상하고 난 후 날 놀라게 한 것은 감독의 스토리 텔링 솜씨다. 두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신의 한수였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두 배우의 생활과 살인사건을 연결하여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그럴싸하게 사건의 실제와는 다르게 반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상상력이 놀랍다. 그의 창조력이 감탄스럽다.      


다시 영화로 돌아오면, 나는 내 정서가 그렇듯이 항상 약자에게 끌린다. 캐릭터상 브레드 피트가 짠하게 내 마음을 쳤다. 평생 배우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자. 그러나 의리가 있는 자.자신이 처한 고단한 인생, 고단한 삶의 처지를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사는 자이다. 자신의 운동감각만을 의지하고 사는 자이다. 낙천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낙천성이 앞날의 절망을 보지 못한다. 평생을 함께 한 배우, 디카프리오에게 해고되는 날도 그는 낙담한 표정이 없다. 그저 보는 내가 신산하다.      


낙천성이 없다면 생존할 수 없는 을에게 잘생긴 브레드 피트의 얼굴은 삶의 고단함을 더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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