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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s Apr 25. 2020

꽃잔디가 핀 봄

색깔이 하나로 통일되는 봄 

꽃잔디, 지면패랭이가 한창이다. 패랭이 무리가 하루하루 봄 기운에 퍼지고 있다. 저 가파른 언덕 단지에 세워진 주택들에 꽃잔디가 깔려있다. 이 주택단지는  전 군수가 산을 주택용지로 불법으로 변경하여 들어선 것이다. 강을 따라 이어지던 산 둘레길의 중간이 넓직한 주택들에 의해서 끊겼다. 산 중간에 토사를 막기 위한 높은 옹벽과 아스팔트 차도들이 집터를 따라 늘어져 있다. 그들의  마당에 진한 분홍색의 패랭이 잔디가 깔려 있다. 작년보다 올해 꽃잔디가 더 많아졌다.


그곳만이 아니다. 산 허리를 자른 주택 단지 건너편, 밭 주변에 들어선 전원주택 집 둘레에도 패랭이가 붉다. 멀리서 그 색이 도드라진다. 진한 분홍색이 어지럽다. 빽빽이 피어 있다. 풀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꽃잔디. 시골살이는 풀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원생활의 고충은 제초에 있다. 그런데 꽃잔디를 심으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그런 것 같다. 주변에 녹색을 허용하지 않는 그 꽃들이 뭉텅이로 피워있다. 

 

읍내 거리 가로수 사이에도 피웠다. 어떤 곳은 지면 패랭이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생명력이 좋은지 잘도 피었다. 봄의 꽃잔디는 다른 꽃 색을 압도한다. 유난히 올해는 지면패랭이가 많다. 지역의 화훼업자가 꽃을  한가지로 통일했나 싶다.  어릴 적 내가 봤던  패랭이 꽃과 다르다. 그때는 주변 꽃들과 잎들과 어울려져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작은 노란 색 꽃, 하얀 색 꽃 그리고 그 꽃들의 녹색 잎이 같이 있고, 잎 하나하나 사이에 틈을 가지고 있다. 여기저기 주택마다 산마다 붉은 잔디다. 색이 여리지 않다. 그래서 더욱 눈에 띈다. 


내 산책 길에 지면패랭이 꽃이 압도적이다. 난 이런 경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꽃잔디의 색깔이, 잔디 때문에 잘려져 나간 나무의 몸에서 뽑아올린 피 같다. 이제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 나무 대신 잔디가 대신하는 녹색을 볼 것이다. 산책길 꽃마저 다양성이 사라지고 한두가지 꽃으로만 뒤덮이는 모습에 산책길이 편안하지 않다. 편안함으로 인해 한 색으로 도배된 시골길. 자연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의 힘에 의해 곡식과 마찬가지로 꽃도 솎아내어지고 있다. 시골에서 자연을 그리워하다니. 지면패랭이도 여러 꽃들과 어우러지는 환경을 그리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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