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수 2만이 조금 넘는 읍에 살고 있다. 시골 면에서 살다 읍으로 나오니 편하다. 마트, 도서관, 의원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곳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걸어가는 거리라는 것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왕복 30분 거리이다. 이런 거리는 장소에 맞는 용무 외에 운동적 효과도 준다. 어느 경우는 두세 가지 용무를 한꺼번에 보고, 멀리 돌아서 걸어오곤 하는 이유도 운동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려견을 키운 후, 생활이 달라졌다. 혼자 외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번 댕댕이는 유달리 분리불안증을 느끼고, 자주 짖어댄다. 내가 외출하려 하면 귀신같이 눈치를 채고 쫒아다니면서 짖어댄다. 그래서 나는 댕댕이 눈치를 보면서 때를 기다리기도 한다. 물론 그것 때문에 용무를 포기한 적은 없다. 산책을 좋아하는 댕댕이를 데리고 나오면서 도서관, 마트를 가는 일도 동시에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다. 공공시설이나 사설 시설에 댕댕이 출입은 원하지도 않지만, 입구 주변에 댕댕이를 안전하게 묶어들 것도 마땅치않다.
개산책을 시키고, 다시 밖으로 나가 용무를 보면 되겠지만 편하게 한번에 두 가지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민폐를 끼치기로 작정했다. 이번 댕댕이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외모를 가졌다. 한국인이 좋아한다는 흰색 소형견이다. 지난 주에는 책을 대출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 옆에 있는 놀이터와 벤치에 가서 주위를 살폈다. 도서관에 왔다 잠시 쉬러 나온 중고등학생에게 가서 잠깐 개를 봐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착한 학생을 만났다. 자신은 개를 좋아하지 않지만 잠깐 줄만 잡고 있겠다고 한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댕댕이는 누구에게나 그러듯이, 반가운 듯 두발로 서서 그 친구를 반긴다.
이번 주에는 전번의 호의를 다시 얻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서관으로 갔다. 그런데 전번에 만났던 학생처럼 고생을 하고자 하는 학생은 없었다. 아니면 내가 개를 맡기고 도망을 간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2명에게 거절당했다. 개를 싫어한다고 했다. 그러다 도서관 앞에서 댕댕이를 보고 눈을 마주치는 여자를 만났다. 개를 좋아하는 듯하다. 그래서 접근했다. “책을 대출하러 잠깐 도서관에 들어가려 하니 잠깐 줄만 잡아줄 수 있느냐”는 나의 부탁에 주춤한다. 한 손에 도시락 가방을 들고 있다. 아마도 도서관에 있는 자녀의 도시락을 배달하려 온 엄마같다. “그러면 제 도서증을 가지고 가서 책 좀 빌려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것이 낫겠다며 허락했다.
오늘은 읍에서 제일 큰 마트로 갔다. 며칠 동안 미루어왔던 장보기이다. 식용유가 떨어졌다. 마트의 후문으로 갔다. 후문은 한가하고, 카운터가 바로 문 입구 가까이에 있다. 마침 캐셔가 문쪽 입구로 상자를 들고 나왔다. 내가 다가서서 말했다. “개는 들어갈 수 없죠. 한 가지 부탁할 수 있을까요? 제가 장볼 목록을 써왔는데 이것 좀 갖다줄 수 있을까요?” 그러자 그녀가 그러자고 하면서 내 목록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마트 배달 운전사분이 자기가 개를 봐주겠다고 들어가 장보라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달려가서 물건들을 사가지고 왔다. 다행히 댕댕이는 그 운전사분만아니라 다른 종업원의 귀여움을 받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는 자신도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오늘도 주변에 폐를 끼치면서 나와 댕댕이는 살고 있다. 작은 친절에 행복해진다. 우리 댕댕이 덕분에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민폐 걱정안하고 댕댕이와 함께 마트도 가고, 책 대출하러 갔으면 좋겠다. -202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