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미몽간에 눈을 떠 머리맡에 있던 아이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버릇처럼 페북앱을 열어 제일 윗글만 흘깃 훑었다.
한번도 인사나눈 적 없는 페친이 남편의 부음을 알렸다.
공지 형식의 부음이 아니라,
누구 아빠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갔어요. 너무 슬퍼요, 하는 식.
이게 뭐지? 하다가 까무룩 잠에 빠지고선 다시 아침,
페북을 열었더니 포스팅이 그대로 있다.
얘기나눈 적 없어 정확히는 모르지만 몇달간 타임라인에 가끔 보이는 포스팅으로 추측컨대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가족들과 귀농해 순하게 농사짓는 젊은 부부였다.
벌레 죽이는 약, 풀 죽이는 약,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토종벼를 키우며
반은 벌레먹어 모종이 죽었다며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고민하는 글을 본 것 같다.
언젠가는 힘들게 수확한 곡식을 기뻐하며 논에 널어둔 곡식 알갱이를 넓게 펼쳐 말리며
코끼리 모양으로 그림을 그려둔 것도 보았다.
비가 멈추지 않았던 지난 가을에는 썩어가는 농작물을 속수무책 바라만 보며
며칠째 뜨개질 중이라며 한숨 섞인 글이 올라왔었고,
이런저런 수확물들을 챙겨 보내는 '꾸러미'들을 준비해놓고 찍은 사진도 올라왔었다.
제일 인상깊었던 건 그녀, 그림 솜씨가 좋았다.
코끼리를 왜그리 좋아하는지 스케치북에, 논밭 흙에, 책 귀퉁이에 다양한 필기구로 코끼리를 그려대는가 하면 아이들이 코끼리를 그려 그녀에게 선물했다는 그림, 먼 나라에서 지인이 보내준 코끼리 엽서를 펼쳐놓고 기뻐하는 포스팅도 있었다.
코끼리를 좋아해 발리 어느 무명화가가 그린 유화 코끼리, 방콕 면세점에서 구입한 코끼리 쿠션 등을 곁에 두고 매일 눈길주며 코끼리에 환장하는 내게 그녀도 참 특이하다 싶었다.
그리고 대게는 잊고 사는데 새벽, 부음이 페북에 떴다.
아이 이름이 하도 순한 한글이어서 사람얘기 맞나? 키우던 애견인가?
미심쩍어하며 댓글을 열었더니 이어지는 위로인사들. 반려를 보낸 게 맞았나보다.
여느 밤과 같았던 그냥 그랬던 지난밤에 순한 젊은 농부의 순한 남편이 정말 운명을 달리했나보다. 타임라인을 보니 울음이 나 전화받을 수 없다며 강릉 어느 장례식장 이름이 덩그러니 올라와 있다. 생전 교류도 없던 그녀를 찾아 강릉으로 내려갈까 5초쯤 생각하다 접었다.
생면부지 어느 분의 기습적인 종말에 가슴이 아프기보단 멍하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괜히 머리가 아프다..;
첫 브런치 글을 이런 내용으로 메우게 될지 상상도 못 했지만 ,
가신 분에게도 남은 이에게도 그외 수많은 이들에게도
그리고 내게도
슬픔은, 아픔은 2015년과 함께 종말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