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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tripper Sep 09. 2019

순례길 물집 치료 가이드

카미노 산티아고를 걷다가 생긴  #물집처치 요령

2019년 4월 24일.

#포르투갈 남부 어느 작은 마을.


옛 투우장 부속 건물로 쓰이던, 지금은 #투우박물관 이 된 어느 낡은 건물에서

점심식사를 막 끝낸 #포르투갈순례자 들이 정원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피거나 커피 마시며 수다떨던 무렵

정원 한 곳에선 #물집치료 가 한창이다.


포르투갈 순례자들의 #물집치료 리얼 영상 ㅋ

실제로 아픈지 어떤 지는 모르겠으나 옆에서 지켜보려니 괜히 내가 바싹 긴장해 비디오 찍느라 아이폰 쥔 손이 덜덜 떨려왔다. 생살을 뾰족한 무엇으로 관통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유쾌하지 않다.


물집이 두렵다면 미리 신발을 길들일 것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증상 중 하나는 단연 물집이다. 종일 신발에 갇힌 발이 이리저리 쓸리며 마찰이 일어나면 물집이 안 생기곤 이상한 노릇이다. 물집이 생기는 이유는 물론 여러가지다. 길이 험해서, 거친 바닥을 딛고 다니느라 유독 마찰이 심한 날 발병하기도 하고, 아니면 새 운동화를 신고 순례길에 올랐다가 발과 신발이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어색한 대면식일 수 있는데 실제로 물집으로 고생했던 순례자들 중 많은 수는 후자의 이유로 고통스러워 했다.


생전 처음 장시간, 긴 거리를 걸어냈던 첫 카미노를 걸으며 내 발이 무사했던 이유는 아마도 오래 신어 편한 신발 때문이었을 것이다. 덥고 습한 열대 숲과 해변, 발이 푹푹 꺼지던 이집트 모래 사막, 돌투성이 유럽 어느 고원할 것 없이 이미 10년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출장 스케줄이 잡힐 때마다 어김없이 신고다녔던 오랜 운동화는 더 길들일래야 길들일 수 없을 만큼 발에 딱 맞아 있었다. 덕분에 까미노를 걸으며 조금씩 물이 새어들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엔가부터는 저녁마다 푹 젖은 발을 신발에서 꺼내 말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산티아고를 40km쯤 남겨둔 갈리시아 어느 지역에서 급기야 10년 고단했던 운동화 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운동화 몸체와 밑바닥 고무 인솔이 완전히 분리되었고, 그마저도 밑바닥 앞뒤를 연결하던 부분이 끊어져 정말로 신발이 분해되었다. 온몸을 던져 세상을 밟은 운동화는 마지막으로 물집을 막아내며, 스페인에서 사망하고 포르투갈에 버려졌다.


연습없이 갔던 첫 까미노에서 아무 발병없이 걸어낸 경험은 큰 자부심으로 남았다. 그리하여 올봄 두번째 까미노는 준비기간이 4개월이나 있었지만, 2개월 남겨둔 시점에서야 새 운동화를 구입했다. 신발을 길들이는데 그리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서너차례 정도, 집근처 산책 겸 남산에 다녀온 게 다였다. 신발을 살 때 여러 브랜드 운동화를 신어보고 일단 사이즈가 잘 맞고 뒤꿈치에 신발 뒷축이 걸린다거나 발가락 끝이 쓸린다던지 하는 사소한 문제가 없는, 가장 발이 편한 제품으로 골라 안심한 이유도 있었다.


새 운동화를 신고 걸었던 포르투갈 순례길은 평탄했다. 포르투갈 까미노 루트엔 울퉁불퉁한 돌이 박힌 곳이 많아 발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내 발과 새 신발은 비교적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스페인 국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포르투갈 산골 마을 후비아예스Rubiaes에 올랐던 날, 급기야 내게도 물집이란 게 생기고 말았다. 이날은 그리 큰 굴곡 없이 평탄한 포르투갈 순례길에서 가장 높은 지대로 올라야 하는 날이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던 바위산을 오르며 헤매다가 결국 올 것이 온 것이다. 


 #순례길 역사상 첫 #물집 ㅜ.

지름 1cm 가량.  제법 큰 편이었다. 이날 높은 산을 넘은 데다 26km 정도 걸었어서 몸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물집은 상상도 하지 않았던 상황. 그냥 못본척 외면하고 싶었지만 이대로 두었다가는 다음날 운동화 속에서 터질 게 뻔했다. 이 중차대한 사태를 누가 해결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알베르게 사람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1인. 이탈리아 바리에서 온 노에미Noemi였다.


이탈리아 친구 노에미


포르토를 넘어서며 포르투갈 순례길에도 인구 밀도가 높고 뉴페이스가 제법 많았는데 노에미는 포르토에서 하루 거리에 있는 산속 마을 알베르게에서 만나 함께 저녁을 먹고 가끔 인사하던 사이였다. 부풀어오른 물집을 보여주며 난감하고 슬픈 표정을 했더니 물집 치료약이 있는지 묻는다. 설마. 그런 게 있을 리가. 건강을 과신하는 사람의 또 한가지 단점은 준비성이 없다는 점이다. 


그랬더니 자신에게 치료 도구가 있다며 필요한 지 묻는다. 있으면 뭐하겠는가. 내 살을 내가 찌르는 장면은 차마 보질 못하는 바보 겁쟁이인 것을. 내 물집을 너에게 주마, 하자 노에미는 곧장 배낭으로 달려가 예리하고 살벌한 의료도구(!) 몇 가지를 챙겨왔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아프지 않을까, 괜찮을까, 벌벌 떠는 나를 보던 노에미는 시크하게 대꾸했다. 전혀. 아무 느낌도 없어. 대학 졸업반인 노에미와 내 나이차는 이미 띠동갑을 훌쩍 넘겼지만, 본투비 겁쟁이인 나는 이미 나이고 뭐고 안중에 없었다. 온 몸의 근육이 잔뜩 긴장한 채 주방 의자에 앉아 눈으로 노에미의 동선만 좇을 따름이었다. 



물집 치료 프로세스

1. 실에 꿴 바늘 끝을 소독하거나 불에 달군다.


2. 봉긋하게 솟아오른 물집 부위 한쪽 끝을 바늘로 찌르고, 반대편으로 관통시킨다. (놀랍게도 아프지 않음)


3. 실은 그대로 둔 채 바늘을 제거하고, 솟아오른 부분을 지그시 눌러 실을 통해 물이 흐르도록 한다.


4. 티슈나 소독한 화장솜 등으로 물이 다 빠지도록 지그시 눌러준다.


5. 실을 곱게 접어 모으고 밴드를 딱 붙여둔다.


보통 이 과정을 지나면 담날 쯤에는 물이 쭉 빠져 있거나, 다시 부어 올랐거나 둘중 하나가 된다. 만약 다시 부어 올랐다면 물집 부위를 꾸욱 눌러 실을 통해 다시 물을 빼준다. 그리고 더 확실하고 안전한 효과가 필요하다면 약국으로 달려가 콤피드Compeed 를 사서 딱 붙여주면 된다.



유럽 순례자들이 사랑하는 물집 치료제

유럽 순례자들 비상약품 키트에 반드시 들어 있는 필수 품목이 있다면 단연 콤피드이지 않을까. 포르투갈과 스페인 모든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을만큼 유명한 #물집패치다.



워낙 걸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는 유독 '걷기'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을 치료하는 약들이 많다. 효과도 좋은 편이고. 그중 대표적인 게 이 물집치료제 콤피드이다. 반창고 타잎이어서 사용법도 매우 간편하다. 물집이 생기려고 하거나, 생겼거나, 덧났을 때 그저 상처 부위에 딱 붙여주면 된다. 부풀어오른 물집을 바늘을 찔러 물 빼는 과정을 생략하고, 부어오른 물집 위에 덧씌우듯 콤피드를 바로 붙이는 사람도 제법 많다. 

패치 자체가 좀 두꺼운데, 뒷면 종이를 제거하고
물집 부위에 딱 붙여주면 됩니다. 두꺼운 게 보이죠?


노에미가 치료해 준 내 물집은 다음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발에 꼭 붙어 있던 반창고를 밀어내고 전날보다 조금 더 크게 부풀어오른 물집을 확인하고 이날은 혼자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집을 위에서부터 지그시 눌러 환부에 남아 있던 실을 통해 물을 빼낸 다음 약국으로 달려가 그 유명한 콤피드를 구입했다. 


콤피드는 우리나라 반창고처럼 사이즈가 다양하다. 사이즈별로 구성된 박스가 있고, 여러 사이즈를 골고루 넣어둔 박스도 있는데 가격은 모두 5~6 유로 선으로 동일하다. 나는 일반 반창고 사이즈 패치만 든 옵션을 구입했다. 샤워 후 다시 한번 물을 빼낸 다음 실을 제거하고, 물집과 주변 부위가 다 덮이도록 콤피드 한장을 붙여두었다가 사나흘 지나 떼어보니 말끔하게 나아 있었다. 


종합하자면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바늘로 찔러 물을 짜내는 방법은 아프지 않으니 겁먹지 않아도 되고, 그보다 더 아프지 않고 효과가 확실한 방법은 콤피드를 사다 붙이는 것. 한국에 돌아와 검색하니 이미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혹시 지금 이 시간, 누구라도 순례길을 걷다가 물집 떄문에 고생이라면 더 크게 번지기 전... 약국 달려가 콤피드 사서, 한장 뙇 붙여주기를 권한다.





벌써 작년 말일까요?

#JTBC 에서 방영했던 #같이걸을까 에서 #손호영 #박준형 씨가 물집으로 고생했는데

함께 간 의료진이 정말 한국적인 방식으로만 치료하더라구요.


그때만 해도 제가 콤피드 에 대해 몰랐던 때라 

그냥 '아프겠다.. 에휴..' 하며 지켜만 봤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초기에 잡을 수도 있었는데 괜히 고생했네, 싶기도 합니다.


#아는게힘 이 되긴 한 걸까요.

#알아서병 이 되기도 하겠지만 ㅋ



언제 한번 내키면 #순례길에서한번쯤쓰일약 또는

#순례길필수약 에 대해 한번 정리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잔뜩 흐려 컨디션 푹푹 다운되는 저도 그렇거니와

저와 비슷할 다른 분들, 그리고 이 시간 카미노를 걷고 계실 분들

모두 #부엔카미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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