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프랑스길 _ Camino Frances
본의 아니게 겨울에 카미노에 다녀왔다.
무려 10년간 버킷리스트 1번이던 #순례길걷기 를 그렇게 갑자기 해치우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상상 속 배경은 어느 봄날(아마도 5월)이어야 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옷차림으로,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를 즐기며 느긋하게 다녀올 심산이었다.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어가며 온전히 혼자 걷는 날들을 만끽할 참이었다.
그러나 상상과 현실은 다름을 또한번 깨달았다.
마침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종료했고, 더이상 잡지기자로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나 그렇다고 딱히 앞으로 뭘 하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스케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삶, 풍요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카미노 다녀올 만한, 다녀와 당장 취직하지 않더라도 몇달간 버틸 여유 자금이 있었다.
지금이 기횐가? 의심하다가 갈까? 맘을 굳혔다.
2015년 1월 중순, 겨울의 한가운데였다.
#스타얼라이언스 마일리지로 #항공권 결제
오랜 출장 끝에 모아두었던 #스타얼라이언스 #마일리지 꺼내쓸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스위스 #이탈리아 거쳐 #바르셀로나 로 입국,
#리스본 에서 #암스테르담 을 거쳐 출국할 티켓을 샀다.
2주뒤 출발하는 바쁜 일정이었다.
등산, 캠핑 등을 즐기지 않던 탓에 준비할 게 많았다.
#아웃도어 자켓, #배낭 과 #침낭, #우비 모두 사야했다.
마음이 급해졌으나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하고, 카미노 후 버리고 오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중요 준비물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1. 신발과 양말
모든 출장에 신고 다녀 편안하기 짝이 없는 10년 된 낡은 #트레킹화 를 신기로 함.
그리고 평소에 신던 일반 양말로 두세켤레 챙김.
→ 편한 신발 덕에 물집이나 어떤 발병 한번 없이 무사히 완주.
단, #산티아고 40km 남겨두고 신발 밑창과 윗판이 완전히 분리되며 신발과 작별
2. #배낭
절대 10kg 이상 어깨에 지고 걸을 자신이 없어 호루스 32리터 구입.
→ 최고의 선택이었음. 이걸로 충분.
3. #침낭
알베르게 담요를 빌릴 요량으로 봄가을용 배낭 구입.
→ 패망. 절대 #겨울용침낭 추천.
4. 의류
바지 : 기모 레깅스 + 일반 레깅스 2중으로 껴입음
상의 : 기능성 셔츠 2개, 유니클로 경량다운, 블랙야크 일반 파카
5. 방한용품
우비, 스패츠, 넥워머, 붙이는 핫팩 등
→ 다시 겨울에 카미노를 걷는다면 #넥워머 대신 #바라클라바 를 챙길 계획
카미노가 카미노지 무슨 차이가 있을까마는 계절에 따라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1. #알베르게 자리 경쟁이 없다.
새벽같이 일어나 달리듯이 걷지 않아도 된다.
여름에 비해 순례자 수가 확연히 적은 까닭이다.
'다른 순례자들보다 빨리 다음 마을 알베르게 침대를 차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느긋하다. 주위 풍경을 찬찬히 눈에 담으며 여유있게 걸어도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원하는 침대를 고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2. 겨울에 문 닫는 알베르게 주의
부채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걱정은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랬다.
#겨울카미노 역시 그렇다.
순례자가 많이 없어 어떤 알베르게건 공간이 여유롭지만
순례자가 많이 없어 겨울엔 아예 문닫는 곳이 있기 때문.
'전날 많이 걸었으니 오늘은 20km만 걷고 쉬어야지' 했는데,
20km 지점 마을 알베르게가 겨울에 문을 닫으면 꼼짝없이 다음 마을로 가야한다.
#부르고스 에서 자고 걷기 시작한 다음 날이었을까,
본의아니게 38km를 걷게 되었다.
원래는 20km만 걷고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Hornillos del Camino에 머물 계획이었다.
생장피에드포르 #순례자사무실 에서 나눠준 안내서에도 겨울에 연다고 표기가 되어 있었고.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따뜻한 차만 한잔 대접받곤 다시 거리로 나와야 했다.
이날 함께 걸었던 이탈리아, 스페인 친구들이 알베르게 주인과 대화를 나누고 내게도 뭔가 설명하려고 하는 눈치였으나, 소통의 한계로 그저 '겨울이라' '닫는다' 는 팩트만 들었을 따름이었다;;
부르고스 이후 평평하기만한 논밭길을 종일 걸은 데다,
설상가상 눈이 녹아 온통 진흙으로 변해 있었다.
진흙이 그렇게 무겁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오르니요스에는 사설 알베르게도 없었고,
지친 몸으로 기약없이 걷는 수 밖에 없었다.
거의 11km를 더 걸어 #온타나스 #Hontanas 에 도착했는데, 마침 그곳 알베르게는 열려 있었다.
희한하게도 순례자사무실에서 알려준 겨울 알베르게 정보에는 없었지만.
여기서 팁 한 가지.
http://www.aprinca.com/alberguesinvierno/
위 링크를 모바일에 저장해두자.
겨울에 오픈하는 알베르게 정보를 안내하는데,
순례자사무실에서 나눠주는 리스트보다 정확하고 유용했던 것 같다.
3. 끈끈한 카미노애愛
전우애 대신, 카미노애다.
가뜩이나 사람 없는 겨울에 만나게 되는 카미노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끈끈할 수 밖에 없다.
속도야 다르지만 하루에 걷는 거리가 비슷하고,
새로 합류하는 이도 없으니 자연스레 친밀해진다.
#혼술 #혼밥 #혼자여행 에 익숙했던 나도
#팜플로나 쯤에서 만났던 이태리 아저씨, 스페인 아가씨와 자연스레 함께 걷게 되었다가
#로그로뇨 알베르게에서 만난 이태리 여자, 프랑스 남자, 스페인 남자 까지 일행이 되었다.
늘 혼자 여행하다가 뜬금없이 일행과 다니려니 불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사람없는 겨울에 사람으로 인해서든, 자연환경에 의해서든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 그들과 함께였어서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했다.
4. 가장 큰 복병은 난방 없는 #알베르게
겨울에 카미노를 걸었다고 하니, 춥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걸으면 그리 춥지 않다.
물론 칼바람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정면에서 불어와 눈snow 알갱이가 눈eyes으로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걷다보면 몸에서 열이나 우려나 상상만큼 춥지는 않았다.
정작 추위에 떤건 알베르게에서였다.
하루를 걷고 알베르게에 들어가면 따뜻한 공기에 몸이 풀려 샤워하고,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자정만 넘으면 알베르게 난방시설이 꺼졌다.
시립 알베르게 뿐 아니라 사설 알베르게 역시 마찬가지.
기능성 티셔츠에 경량 다운까지 챙겨입고 침낭에서 오들오들 떨었던 밤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물론 나는 동계용이 아닌, 춘추용 침낭이었어서 더 추웠겠지만 대체 왜 가장 추운 밤에 난방시설을 껐을까?
혹시 누군가 겨울카미노를 준비하신다면 침낭은 반드시 동계용으로! 챙겨가시길 강력 권한다.
5. 아마도 유용할 방한 용품
가급적 짐을 줄여 배낭을 가볍게 유지하고 싶겠지만, 그래도 #겨울 이라는 특별한 시즌에 유용한 아이템이 몇 가지 있었다.
스패츠 : 무릎 이상 눈 쌓인 길을 걸을 때, 신발과 바지가 젖는 걸 방지
넥워머 : 칼바람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기에 딱 좋았음. 담번엔 위에서 언급한 바라클라바를 챙길 계획이지만.
스틱 : 걸음을 지탱해주기도 하지만, 겨울엔 눈이 얼마나 쌓였나 가늠해볼 수 있어 유용
우비 : 비는 물론, 눈보라로부터 보호 가능
장갑 : 추위를 막아주기도 하지만, 손이 타는 걸 막아주기도 함
갑작스레 떠난 카미노여서 아쉬운 점도, 좋았던 점도 있었지만
만약 다시 간대도(프랑스길을) 기꺼이 겨울을 선택할 것 같다.
좀더 껴입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즌을 피하는 걸로.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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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번도 카미노를 걷지 않은 예비 순례자들의 카미노 준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
필요할 듯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어요.
순서는 다음 링크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roadtri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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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가볍게꾸리는 팁에 대해선 다른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roadtrip/21
까미노 정담회 알림
오프라인에서 순례길, 까미노 얘기하는 자릴 만들어볼까 해요.
순례 후 일종의 '까미노 블루'에 걸렸거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까미노 후기를 공유하고 싶다거나
아니면 곧 걸을 건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오롯이 까미노에 대한 얘길 나누면 어떨까 싶어요.
- 나이, 성별 중요하지 않아요.
- 모여 얘기하고, 궁금한 거 있음 질문하고, 경험자는 또 팁을 공유하고.. 그럼 좋을 것 같아요.
- 신청하고 갑자기 빠지시면 안될 것 같아 참가비(1만 원)를 받겠습니다.
- 전 차와 간단한 간식을 준비할 게요 :)
- 2019년12월 13일 (목) 오후 7시 또는
- 12019년2월 15일 (토) 오후 2시 생각중이예요.
- 장소 : 을지로 모처
*참석을 원하시면, 아래 링크로 신청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