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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tripper Dec 23. 2017

[카미노 준비 5]
겨울 카미노, 피레네 산맥 넘기

카미노 프랑스길 _ Camino Frances

메인 사진 한장으로 겨울 카미노에서 만나게 될 피레네 풍경을 유추할 수 있다.

카미노 #출발지 #생장피에드포르 , 그리고 스페인 첫 동네인 #론세스바예스 가 혹시 맑더라도

그 중간에 높이 솟은 피레네는 폭설이나 눈보라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 

다른 계절에 비하면 환경이 열악하긴 하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

준비라곤 정말 1도 하지 않고, 겨울의 한중간에 무모하게 덜컥 떠났던 나도 

무사히 피레네를 넘었고, 무사히 산티아고에 닿았다.


누군가 "다시 겨울에 프랑스길을 걸을래?" 라고 물어도, 기꺼이 "응." 할 것이다.

다른 계절과는 확연히 다른 겨울 카미노 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으니까.


단, 경험으로 터득했던 다음 몇 가지 내용을 가급적 충실히 따르면서.

1. 순례자 사무실의 안내를 따를 것.
2. 컨디션을 조절해 가며 걸을 것.
3. 초콜릿, 사탕 등 간편한 주전부리 지참.
4. 동행자가 있으면 시야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5.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정식 카미노 루트보단 국도를 따라 걸을 것 (★★★. 완전 중요!)





1. 순례자 사무실의 안내를 따를 것


생장피에드포르에 도착해 순례자사무실를 방문하면 기본 인적 사항을 작성한다.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 과 #조개껍데기 를 구입하는 곳도 이곳이다.


그리고 기상 상황에 따라 피레네를 넘는 방법을 안내받는다.

생장피에드포르 순례자 사무실의 중요 임무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인데,

맑은 날에는 피레네 정상을 넘는 #나폴레옹루트 를 추천한다.

하지만 폭설이 내렸거나 눈보라 치는 겨울, 

여름이라도 기상이 나쁜 날에는 #발칼로스 우회 코스를 권한다. 

아무리 등산 경력이 많거나,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해도 겨울 피레네의 악천후에는 무의미하다.

의례적인 절차려니 흘려 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사진은 생장피에드포르 #순례자사무실 에서 나눠주는 안내문들이다.


왼쪽 

모두에게 나눠주는 #프랑스길 전체 #알베르게 리스트 / #겨울 에 여는 #알베르게 리스트 / 전체 구간 고도

중간

생장피에드포르 다운타운에서 카미노 루트로 나가는 길이 안내된 #약도

오른쪽

피레네를 넘는 두 갈래, #나폴레옹루트 와 #발칼로스 에 대한 한글 설명서와 #지도


처음 설명지를 받았을 땐, 영어도 잘 안 통하는 곳에서 발견한 한글이라 

대접받는 기분에 살짝 감동했는데 막상 걷다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발칼로스를 우회하는 방법은 자세히 나와 있는데,

정말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카미노 루트를 버리고 국도를 타라"는 조언이 없었던 것이다.


생장에서 머문 다음 날, 마을 성당에서 8시 미사에 참석하고 길을 나섰다.

안개가 자욱하게 덮여 어둡고 음산했던 하늘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워졌다.

나중에는 여전히 물기 남은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엔가 눈보라로 바뀌었다.


생장피에드포르로부터 채 2시간도 걷지 않았고,

눈이나 비 따위 기상 상황에 걸음을 멈출 거였음 카미노를 걸을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것이다.

선 채로 배낭에서 주섬주섬 우비를 꺼내 입고 노란 표지를 따라 걷다가

헷갈리는 부분에서는 저 한글 설명서를 꺼내들고 몇 번이고 반복해 읽었다.

그래도 눈 덮인 산골짝은 예뻤다.

원래 겁이 없는 편이기도 하거니와 이른 시간이었고, 우려보다는 설렘에 쌓여 있던 카미노 첫날이었다.



주변을 끊임없이 둘러보며 연신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걸어나간 거리와 지도며 안내 설명서를 들여다보느라 멈춰서는 시간이 비례한다 느꼈던 것도 이 지점부터였다.


더 이상 방향 이정표나 노란 표식을 발견하기는 커녕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산이 높은 왼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난밤 생장피에드포르 55번가 알베르게에서 함께 묵었던,

나 아닌 유일한 순례자였던 독일인 존이었다.


긴 다리로 휘적휘적, 여유 있게 걸어오던 그는 순례자 사무실에서 나눠준 설명서를 확인하지 않았냐며,

눈이 많이 내리면 표식이 눈에 덮여 방향을 찾기 힘들어지니 

순례길이 아닌 국도를 따라 걸으라고 적혀 있다는 독일어 설명서를 내밀었다.


한글 설명서에는 순례길을 찾는 방법은 자세하게 나와 있지만,

눈 내리면 국도로 걸으라는 얘기는 없었다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뒤를 따라 걸었다.


존이 걸어나간 방향은 내가 가려고 했던 산쪽과는 정 반대 방향이었고,

만약 그가 없었다면 혼자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어떤 장면을 만났을지 아득해졌다...;


피레네 정상 부근. 눈이 높은 표지판 거의 끝까지 쌓였다.


카미노에서는 위험한 순간이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더니

걷기 시작한 첫날, 나는 그 미신적인 이야기의 수해자가 되어 있었다.


(며칠 뒤, 팜플로나 알베르게에서 만난 한국인 순례자들로부터

피레네를 넘던 한국인 순례자가 산중에 고립되어 사망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는데

날짜를 따져보니 정확하게, 내가 피레네를 넘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그에게도 존 같은 수호천사가 불쑥 나타나 주었음 좋았을 텐데...)


안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반드시 순례자 사무실에서 안내하는 방법으로 피레네를 넘고,

이도저도 모르겠으면 굳이 카미노 루트를 걷겠다며 고집하기 보다는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국도를 따라 걷기를 권한다.



2. 컨디션을 조절해 가며 걸을 것


여름에도 마찬가지지만 #겨울카미노 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1시간이든 2시간이든 걸었으면 잠시 쉬고, 

추우면 따뜻한 음료나 물을 마시며 체온을 보존해줘야 한다.


나폴레옹 루트로 걷는다면 생장피드포르로부터 2시간 거리(약 8km)에 #오레손 산장이 있고

발칼로스로 우회한다면 역시 2시간 거리에 #발칼로스 에 닿는다.


발칼로스는 작은 마을이지만 20여 명이 잠잘 수 있는 깨끗한 알베르게가 있다.

슈퍼마켓과 레스토랑, 약국 2-3개, 그리고 오스탈도 있으니

자신의 몸 컨디션 뿐 아니라 기상 컨디션까지 살펴가며 충분히 쉬어가며 걷자.



3. 초콜릿, 사탕 등 간편한 주전부리 지참

등산에서 고열량 주전부리는 필수다.

카미노 첫날부터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생장피에드포르-론세스바예스 구간에서는,

특히 겨울에 이 구간을 지나치려면 산에서 먹을 음식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날씨가 좋으면 잠시 앉아 쉬며 먹을 수 있지만,

사람 키만큼 눈이 쌓인 데다 눈보라가 정면으로 얼굴을 때리는 악천후에서는

쉬거나 음식을 먹기는 커녕 가급적 빨리 걸어내는 수 밖에 없다.

피레네를 관통하는 D933 지방도


그럴 때 간편하게 꺼내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이나 사탕은 에너지를 얻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는 배낭 옆주머니에 들어 있던 오렌지를 꺼내 먹었었다.

눈 덮인 산에서 먹을거리 구하기도 힘들 텐데, 산새 너희나 먹으렴-

하며 오렌지 껍질을 까 길옆으로 던지며 알맹이만 용케 먹었는데

한편으로는 눈보라가 이렇게나 날리는데 먹어야 하나, 참 구차스럽다.. 싶은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발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연신 오르막을 오르느라 가뿐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

오렌지를 씹어 삼키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4. 동행자가 있으면 시야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카미노 루트를 오롯이 혼자 걷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면 그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위험할 수 있는 한겨울에 피레네를 넘어야 한다면...

가급적 동행과 함께 걷길 권한다.


걷는 내내 옆에 찰싹 붙어 배낭이 짐이고, 너도 짐이고... 하며 걷진 않더라도

웬만큼 떨어져서도 시선 닿는 어느 지점에 사람의 존재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실제로 카미노 루트를 걷다 눈덮인 설산으로 깊숙히 들어갈뻔 했던 그 순간,

독일인 순례자 존이 없었다면 지금 이런 글을 정리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카미노에서 처음 만난 친구, 그리고 생명의 은인이 된 존


나보다 하루 뒷날 피레네 같은 구간에서 생사를 달리한 어느 한국인 순례자에게도...

만약 동행이 있었다면 최악의 순간만큼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맘이다.



5.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정식 카미노 루트보단 국도를 따라 걸을 것

앞서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겨울카미노 를 준비한다면 꼭 기억해야 한다.


눈이 쌓여 길을 덮으면 노란 화살표를 찾기 힘들어 지는 건 물론,

길이 미끄러워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모든 카미노 루트를 꼭꼭 다져 밟고 싶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안전이 먼저다.


카미노 프랑스길에서는 피레네 말고도 넘어야할 몇 개의 산이 더 있다.


#아스토르가 를 지나 #폰세바돈 , 그리고 #만하린 을 넘을 때...

그리고 #프랑스길 에서 가장 험하다는 #오세브레이로 를 넘을 때도 마찬가지다.


카미노 루트와 나란히 흐르는 국도 역시 어김없이 당신을 산티아고로 데려다준다.


Buen Camino!





아직 한번도 카미노를 걷지 않은 예비 순례자들의 카미노 준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

필요할 듯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어요.


순서는 다음 링크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roadtrip/20


*

추가로 필요하거나 궁금한 내용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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