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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tripper Nov 07. 2019

여자 혼자 걷는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여성 순례자 경계 주의보!

가을이 깊어가고 있지만, 순례길로 떠나는 분들 여전히 많으시죠.

그리고 의외로 여자 혼자 걷는 순례자도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

국적을 막론하고 혼자 와서, 혼자 걷는 여성 순례자를 많이 만났어요.


엊저녁 커뮤니티에서 이런 영상을 발견했어요.

11월4일(바로 이번주 월요일이죠?) 등록되었는데 캐내디언이고, 역시 혼자 걸어요.


다만 프랑스길은 아니고 #카미노살바도르 라는, 

#프랑스순례길 중간에 있는 대도시 #레온 에서부터

#오비에도 라는, #아스투리아스 지역 도시까지 연결되는 구간이예요.

#오비에도는 #프리미티보순례길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죠.


영상이 좀 길어요.


일단 #카미노살바도르 라는 이름이 낯선 만큼 순례자가 드물어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혼자 걷는데 스페인 남자가 한명 따라와요.

첨엔 돈을 구걸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줄 알고 대꾸를 해줬는데

급기야는 바지를 내리고 

제법 긴 거리를 지나도록 이분을 쫓아와요.

문제는 대부분 산길이고 인적이 드물었다는.


혼자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

정말 인적없는 산길에서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게 현실이예요.

도망이 최선책일 수 밖에요 ;


4년 전 겨울, 프랑스길을 걸었을 때는...

#프랑스길이 이미 너무 많이 알려졌고,

겨울이라 인적이 드물었어도 특별히 위험하다거나 불안해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폭설이 내린 해여서 특별히 눈 덮힌 산을 지날 때 길 잃을까 염려했던 것만 제하면요.


그런데 올해 봄, #포르투갈순례길 , 그리고 #북쪽순례길 을 걷는 동안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저도 몇 차례 했어요.


혼자 걷는 이른 새벽, 술 취한 스페인 남자가 자러 가자며 한참을 쫓아와 (큰 도시 한중간에서 --;)

마침 알베르게에서 역시 일찍 출발했던 이탈리아 사람들과 한참을 함께 걸었고,

북쪽길 어느 한적한 국도변을 걸을 때는 지팡이 짚고 힘겹게 서 있던 스페인 할아버지가

불러 쳐다보니 그 위태로운 자세에서도 지퍼를 내리고 마스터베이션을 시도하더군요 ;


지금 생각하면 다른 순례자들을 또 위협하지 못하도록

다가가서 스틱으로 한대 후려치고 올걸 그랬나 싶긴 하지만

당시 산속에서 혼자 걷던 중, 마침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카미노 코스는 찻길을 벗어나 호젓한 길을 걷도록 숲 중간으로 화살표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길을 혼자 걷는 동안,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은 채 뒤를 쫓아오지는 않을까

어찌나 무섭던지 연신 뒤돌아보며 2km를 정신없이 달리기도 했었어요.


도시에서처럼, 마치 잔뜩 경계하며 미국 도시 외곽을 걷듯

페퍼스프레이며 테이저건을 챙겨 순례길을 걷기는 너무 삭막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스스로 조심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또 막상 가면 일부 나쁜 사람들을 제외하곤 좋은 사람들이 많거든요.

내내 숲을 지나가야 하는 날은 가급적 일행을 만들어 함께 걷거나,

아니면 앞뒤로 다른 순례자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필요할 땐 언제든 도움받을 가능성을 확보해두는 게 최선일 듯 해요.


오늘도 혼자 걷고 있을, 모든 순례자분들.

부엔카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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