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the Silence - Depeche Mode
"말은 전혀 필요하지 않아, 그저 상처만 줄 뿐이지." 1990년, 영국 출신의 밴드 디패쉬 모드(Depeche Mode)가 이 가사를 노래했을 때, 세상은 아날로그를 넘어 디지털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었다. 기계음 같은 비트 위에 데이비드 가한(Dave Gahan)의 낮은 음색과 신디사이저의 차가운 감촉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이 곡은 <Enjoy the Silence>이다.
디패쉬 모드는 뉴 오더(New Order), 팻샵 보이스(Pet Shop Boys) 토킹 헤즈(Talking Heads)등과 함께 80년대 뉴웨이브 음악을 선도하던 신스팝 밴드다. 다양한 장르와 수많은 뮤지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 밴드는, 전 세계적으로 누적 앨범 판매량이 1억 장에 달할 정도로 많은 대중적 사랑을 받아왔다.
“말은 폭력처럼 침묵을 깨뜨린다(Words like violence, break the silence).”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Enjoy the Silence>는 제목 그대로 ‘침묵을 즐기자’는 의미보다는, 과잉된 ‘말’에서 비롯된 폭력성과 상처를 경고하는 노래다. 그리고 폭력처럼 침묵을 깨고 쏟아지는 말들 대신, 침묵의 틈새에서 발견하는 진심을 노래하는 곡이기도 하다.
디패쉬 모드의 경고로부터 36년이 지난 오늘, 불행히도 우리는 노래 속 한 장면을 살아가고 있다. 말로 인해 “서로를 해치고 상처를 입히는 현실” 말이다.
인류의 삶과 의사소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거라 여겼던 디지털화와 소셜미디어의 발명은 사람들을 더 자유롭게 연결하기보다는 타인과의 비교 속에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압박 속에 묶어 두었다. 소통의 확장이라는 기대는 오히려 불안의 확장과 증폭이라는 현실로 돌아왔다.
이제 침묵은 더 이상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침묵은 곧 공백이 되고, 공백은 뒤처짐이 된다.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 것은 곧 입장이 없는 것으로 간주 되고, 입장이 없다는 것은 쉽게 존재의 부재로 여겨진다. 말을 얹지 못하면 불안하고, 말을 얹어야 존재를 확인받는, 일종의 검열과 강박의 시대가 되어버린 듯하다.
이 시대 또 하나의 특징은 속도다. 나를 증명하기 위한 말은 점점 더 빨라야 한다. 사건과 말의 간극은 점점 줄어든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수많은 해석과 판단이 쏟아지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위에 의견이 쌓이며 그 의견 위엔 증폭된 감정이 올라탄다. 우리의 인식과 판단을 구성 해온 사색과 성찰에 시간을 내어줄 여유는 점점 사라진다. 알고리즘은 더 자극적인 말을 끌어 올리고, ‘좋아요’와 ‘공유’의 손가락은 생각을 대신한다. 그렇게 선별된 말들은, 각자의 편을 가르고 또 다른 발화를 촉발한다.
이쯤 되면 ‘말’은 더 이상 ‘말’이 아니다. 우리는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구조 속에서 반응하고 있을 뿐이다. 노래 속 말의 “불필요함”과 “무의미함”이 이렇게 현실과 만난다. “말의 가벼움”과 “감정의 강렬함”을 대비시킨 가사도, 수많은 선언과 주장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결국 남는 건 감정과 분노, 상처와 균열이라는 오늘의 풍경과 절묘하게 닮아있다.
<Enjoy the Silence>가 끝내 도달하는 곳은 ‘말’이 아닌 ‘침묵’이다. 정보의 과잉이 진실을 흐리고 속도가 사유를 앞지르는 세상에서, 침묵은 무능이 아니라 가장 능동적인 성찰의 수단이다. 입을 닫고 화면을 끌 때 비로소 들리는 것, 그것은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지 않으며, 격렬한 문장이 결코 담아내지 못하는 내면의 목소리다.
우리는 잊혀 지지 않기 위해 말을 하고, 부서지지 않기 위해 더 자극적인 단어를 고른다. 결국 우리가 이토록 열렬히 '말'의 장벽을 쌓아 올리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거대한 고립감 때문은 아닐까? 촘촘하게 연결된 네트워크 안에서 타인의 삶을 훔쳐보고 나의 일상을 전시해 보지만, 그 연결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공허함은 깊어지는 바로 그 역설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단호한 입장으로 스스로를 무장할수록, 본연의 ‘나’라는 실체는 점점 더 희미해져 가는지도 모르겠다.
“말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이 가사는, 어쩌면 가장 소중한 가치들은 이미 우리 곁에 머물고 있으니 굳이 말로 증명하려 애쓰지 말라는 조용한 위로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노래는 본질을 향해 나아간다. “내가 원하는 것, 내게 필요한 것 모두 이미 여기 있다”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해야만 존재를 확인받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그 반대의 가능성을 다시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침묵 속에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과 관계들. 소음이 일상이 된 세계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지만, 바로 그 어려움 속에서만 우리는 다시 스스로에게 닿을 수 있다.
그러니, Enjoy the Silence!
https://youtu.be/-_3dc6X-Iwo?si=o48gXAwe1zQYWN66
Enjoy the Silence!
Words like violence
Break the silence
Come crashing in
Into my little world
Painful to me
Pierce right through me
Can't you understand?
Oh, my little girl
All I ever wanted
All I ever needed
Is here in my arms
Words are very unnecessary
They can only do harm
Vows are spoken
To be broken
Feelings are intense
Words are trivial
Pleasures remain
So does the pain
Words are meaningless
And forgettable
All I ever wanted
All I ever needed
Is here in my arms
Words are very unnecessary
They can only do harm
All I ever wanted
All I ever needed
Is here in my arms
Words are very unnecessary
They can only do harm
All I ever wanted
All I ever needed
Is here in my arms
Words are very unnecessary
They can only do h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