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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살이 Nov 16. 2023

LG UX디자이너로서 첫 프로젝트 (1)

퇴사 기념,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기

2020년 2월, 다른 동기들과는 다르게 나는 LG 그룹에서 운영하는 대외활동을 통해 입사하게 되었다.

친구의 좋은 권유로 대외활동을 1년간 진행했고 그 결과는 원하는 LG 계열사 입사였다.

그렇게 나는 취준 생활을 하지 않은 채 졸업하자마자 바로 입사할 수 있었다.



메일함을 뒤져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2020년 우리의 첫 출근은 코로나로 인해 쉽지 않았었구나..



나란 사람은 과거부터 내가 얻은 / 가지고있는 무언가를 잘 활용할 줄 모르고 감사하게 여기지 않았다.

겸손하지 않았다는 뜻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평생 남아있는 것이 아닌 때가 되면 잃게 될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퇴사도 쉽게 했던 것 같고...)


처음 회사를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 감정이 먼저 느껴졌다.

'나는 당당한 실력으로 이 회사를 들어온게 아니고 단순 운 때문에 들어왔다'


이 마인드의 가장 큰 단점은 항상 사람을 위축되게 만든다.

무슨 일을 하든, 내 의견을 말할 때 나는 남들보다 못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내 의견을 말할 때 '너가 이 사람들보다 나은 점은 뭐야?'가 먼저 머릿 속을 스쳤고

내 의견이 이 생각을 통과하면서 내놓는 대답은 근거없는 고집으로 튀어나왔다.


이 상황은 LG 입사 후 2개월간 진행하는 인턴 과정에 악영향을 미쳤다.

나는 수시(?)로 들어온 사원이라 인턴 과정을 어떻게 해도 100% 합격이 보장되었는 상황이였고

UX센터에 들어온 다른 4명의 동기는 2개월의 인턴 생활로 합격 불합격 여부가 결정되었다.


인사팀은 나에게 당부했다.

내가 LG 대외활동으로 들어온 사람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그런데 웬걸, 임원면접때 보이지 않던 나를 보자마자 4명의 동기는 전부 눈치챘다.

내가 대외활동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인턴과제의 주제는 아래와 같았다.


"Z세대의 특성을 반영함으로써 IPTV/모바일의 매력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 제안"


우리 5명이서 한 달간 각자 역할을 나누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갓 대학교를 졸업한 5마리의 병아리들이 서비스를 제안했는지 대략적으로 알려주고자 한다.

*회사 문서라 구체적으로 공유하기는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려요!


(갓- 졸업한 바야흐로 3.8년 전의 프로젝트이니 귀여운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또한, 추가로 이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와 같은 피드백도 얻고 싶습니다! 많은 댓글 주세요)


1. 역할 분담

총 5명, 각자 지원한 분야가 뚜렷했다.

여진: UX리서처

서준: UX리서처

지영: UI 설계

수리: GUI 디자인

나: UX리서치 및 UI 설계


물론 다들 각 분야만 할 줄 아는 건 아니였다.

각자 포트폴리오에도 인사이트 도출부터 산출물까지 다 나타나있었지만 더 하고 싶거나 / 잘 하는 것들로 선정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회사, 우리가 뭘 원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 명확히 내세워야 했다.

모두가 요구하는 바에 맞춰 지원한 분야대로 역할을 나눴다.


2. 진행 방향


대략 한 달간의 일정이였다.

짧은 시간이여서 일정 수립 후 진행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야 했다.


사실 우리 모두 IPTV에 친숙한 사람들은 아니였다.

그런 우리였기에 조사할 양이 방대했다.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집단지성을 모아 빨리 하고

나중에 UI 설계 진행부터는 각자 분담을 나눠 진행하자고 했다.


- 자료 조사

1. MZ의 특성 분석 +  2. IPTV  - 모바일 사용 행태 = 3. MZ세대의 IPTV 사용 행태

* 2가지 방향의 조사를 토대로 그렇다면 현 MZ세대 사용 행태는 어떤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 인사이트 도출

이후 분석한 결과로 고객 여정맵 구축

*우리가 도출해낸 특성이 맞는지 확인하며 페르소나를 통해 사용 흐름을 살펴보았다.


- 서비스 컨셉 도출


- 디자인 컨셉


- UI/GUI 화면 제작


3. 리서치 진행


다 같이 모여 설문지를 만들었다.

20대 중반인 우리 세대에게 IPTV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물어봤다.

또 더 나아가 '영상 시청' 자체에 대한 맥락도 물어봤다.

그 중 특이한 행동을 보이거나 더 집중해서 물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심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과정은 글로 쓰니 단 4줄이면 끝나지만 녹록치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IPTV의 개념을 제대로 인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TV는 뭐고 IPTV는 뭔데? 내부에 있는 현업자는 이 용어를 매일같이 사용하니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용자가 IPTV 단어 자체를 이해하고 있지 못 했다.

얼굴을 보고 알려줄 수 없으니 설문지에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용어를 정리했다.


또한, 단순히 우리가 궁금한 사항들을 적는 것이 아니라 각 사용자의 상황을 고려해서 질문해야 했다.


예시)

우리가 알고 싶은 것: Z세대는 어떤 상황에서 IPTV를 시청할까?


Q. IPTV로 무엇을 시청하시나요?

-> 이런 경우 대부분 TV로 뭘 안 봄, 드라마나 뉴스, 엄마아빠가 드라마켜서 그냥 잠깐 봄. 과 같은 단답형 대답이 나온다.


Q. 주로 시청하는 콘텐츠는 무엇이며 시청하는 디바이스는 무엇인가요?

Q. IPTV를 보게 된 상황을 알려주세요.


-> 단순히 IPTV 하나로만 묶지 않고 그들의 상황을 파악한다.

 '숏폼 콘텐츠, 이동하면서 봐서 핸드폰으로 잠깐 본다' 와 대답이 나오면 그때 이 사람은 숏폼 콘텐츠를 보기 때문에 IPTV를 굳이 볼 필요가 없을 수 있겠다.

혹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뉴스 들으려고 켜요' 는  대답으로 그 사람의 맥락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설문조사와 따로 조사한 결과를 수집해보니 몇가지 재밌는 점들을 발견했다.


1. 실시간 소통

: 게임하며 디코하기, 드라마보며 실시간 댓글 달기 등 이 세대는 '공유'가 초점에 맞춰져 있었다.


2. 클립만 보기

: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도 하지만 핵심만 편집된 영상의 수요가 예상외로 엄청 높았다.

(실제로 2023년 ~요약보기, ~최종 정리판 등이 엄청 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공방전도 펼쳐지고 있다.

요약본 보는게 드라마를 본게 맞냐! vs 내용만 알면 된 거 아니냐! 


예전에 우리가 정리했던 것들이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것을 보니 재밌다.)


등등...


하나하나 자료를 수집하며 실시간으로 정리해나갔다.

이 모든 문서의 최종 결과물은 바로 임원 보고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 한 문제가 있었다.


서론에서 말한 나의 큰 문제점.

위축과 그에 대한 선배들의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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