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5일이 지나서야 느껴지는 시간
하루를 오래 느끼는 지금이 너무 평화롭다. 아침 10시쯤 일어나면 몽롱한 얼굴을 배개에다 박박 부벼주며 고양이의 마음을 느껴본다. 핸드폰을 키고 쇼츠를 들어간다. 요즘은 진격거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한번도 보지 않았지만 내용은 다 아는 애니. 요즘은 거인 개승자들 이야기가 자주 보인다. 애니랑 아르민이랑 썸타고 있다고도 한다. 댓글창을 가면 애니는 썅년이다라는 말, 하지만 인간임을 잘 나타낸 작품임을 찬양하는 글들이 보인다. 다시 약간 졸음이 몰려오면 안대를 끼고 핸드폰을 옆에 둔다. 잠은 오지 않고 다시 핸드폰을 꺼내 쇼츠를 본다.
그렇게 한시간 반정도 시간을 보내고 일어난다. "에너지 흐르는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스스로 문답한다. 모닝 타로 카드를 뽑으려 했는데 귀찮다. 침대를 정리한다. 침대가 정리되어 있어야 좋다. 아침으로는 토스트를 먹자. 냉장고 세번째쯤 칸에서 계란 두개를 집어 싱크대 옆에 놓는다. 프라이팬을 닦아주고 위에 식용유를 잔뜩 뿌리고 불을 킨다. 계란을 대리석에 탁 쳐서 틈을 만들고 손가락을 밀어 넣어 안의 내용을 프라이팬위에 넣어준다. 한번더 반복한다. 요즘 계란 후라이를 많이 구워봤더니 뒤집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뒤집기 전, 나의 관객인 동생의 어그로를 끈다. 휙 하고 돌렸다. 예상치 못하게 좀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소리를 질렀지만 아주 만족스럽다. 동생은 'ㅋ' 이렇게 보고 자기 밥을 만든다.
계란에 너무 허브 솔트를 많이 뿌렸다. 짜다. 점심에는 넷플릭스에서 '터무니 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밥'을 틀며 먹는다. 내 오른쪽에 앉은 동생은 폰으로 자기가 원하는 유튜버를 본다. 이 애니는 주인공이 먼치킨 능력으로 밥 만드는 것만 있어서 어느 화를 틀던 내용이 같다. 오늘은 9화를 틀었다. 가라아게가 맛있어 보인다. 내 토스트도 맛있다.
동생은 나보고 정말 할일 없어 보인다고 말을 한 뒤에 외출을 한다. 나는 할일이 없다. 뭘 할까. 타로 카드 해석이나 해야겠다. 타로 카드와 카드 카펫으로 쓰고 있는 대형 마우스패드를 가방에 넣는다. 스타벅스 2층에 실내에 자리가 없다, 야외로 가서 착석을 한다. 내 자리 앞 쪽에 학부모 두분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너무 잘 들린다. 기운이 좋지 않다. 타로카드를 뽑았는데 도저히 읽히지 않는다. 이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자리가 생겼을지도 모르니 핸드폰만 들고 다시 실내로 가본다. 럭키, 자리가 두개나 생겼다. 원래라면 창가에 앉고 싶지만 창가자리 옆에 있는 이성 커플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옆에 앉으면 신경 쓰일게 분명하니 중간에 가까운 자리 책상에 핸드폰을 두고 남은 짐을 챙겨가서 앉는다.
타로 카드를 가방에서 꺼낸다. 캐이스를 뽑고 설명서를 치우면 카드 더미가 나온다. 더미를 들어 올리고 지금까지 읽었던 카드 무리를 옆으로 빼낸다. 카드 해석을 쓸 메모지와 시그노 검정색 0.38을 꺼낸다. 가장 위에 있는 카드를 뽑는다. 카드를 뽑고, 그 혹은 그녀를 바라본다. 그리고 느낀 걸 적는다. 10장 정도 해석했을까. 피곤하다. 이정도면 충분하다. 카드 해석은 그만하고 노트북으로 뭐라도 쓸까.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내 전원 버튼을 누르니 베터리가 다 달았다는 표시가 뜬다. 그런 와중 마침 노트북 충전 단자가 있는 큰 테이블 자리에 한명이 가방을 챙겨 일어난다. 잽싸게 내 노트북을 빈 자리 테이블에 놓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타로들은 가방에 넣고 큰 테이블 자리로 들어간다.
글을 쓰기 전 환기 시킬겸 잠깐 스벅을 나가본다. 근처 마트에 갔다.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기도 하는데 좀 나만의 음식을 먹고 싶다. 요즘 요리를 좀 해볼까 생각을 한다. 청국장을 비롯한 각종 국 소스가 많다. 순두부도 저렴하다. 굽는 두부, 국용 두부, 별별 두부가 많다. 초계 국수 육수를 비롯해 많은 육수가 있다. 다이어트에 좋은 곤약면도 따로 판다. 요즘은 정말 요리하기 좋은 시대구나. 당근과 오이는 좀 비싸다. 고기 코너로 간다. 육회가 만원밖에 안된다니. 내가 배달하나 시킬 돈으로 육회하나라니 정말 저렴하군. 요즘도 정사면체 커피 우유를 파는 구나. 마트를 나와 스벅으로 돌아간다.
아차. 테이블이 높다. 글을 쓰는데 팔이 저리고 계속 들려있는 기분이 든다. 무시하려 했지만 쉽지 않다. 어쩌피 중요한 글도 안쓰는데 집으로 가자. 주섬주섬 챙겨 집으로 간다. 아파트 담장에 장미가 점점 지고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찍어보자. 아직 해가 쨍쨍해서 감성이 살지 않는다. 집에 들어와서 노트북을 켜본다. 브런치를 열고 글을 써보자. 어떤 글을 써볼까. 대학교 때 이야기를 모아서 쓰려다가, 생각을 바꿔 오늘 일어났던 일을 적어본다.
저녁을 먹는다. 엄마가 외할머니에게서 받아온 새우탕을 먹는다. 맛있다. 아빠가 진격의 거인을 튼다. 난 잔인한거를 잘 못보는데 잔인한 장면이 나올까봐 쫄린다. 방에서 이어폰을 가져와 아이폰으로 lck를 튼다. 내가 좋아하는 해설자의 방송을 치지직으로 틀고 한화대 젠지 경기를 본다. 생각보다 한화가 매우 잘한다. 나는 KT를 응원하고 있어서 누가 이기든 상관이 없다. 내일은 KT대 T1전. 방학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어떤 일로 밖에 나가는 날이 될거다.
밥을 다 먹고 정리하고 디저트로 빵을 먹자. 아파트 단지 옆에 있는 빵집은 맛이 훌륭한다. 엄마가 소금빵, 블루베리빵, 치즈빵을 사왔다. 선반에서 작은 접시를 가져와 모든 빵을 조금씩 때어 접시에 놓는다. 우유가 없어 보리차를 종이컵에 담고 내 방에 들어가 경기를 마저 보면서 먹는다. 치즈랑 소금빵은 좀 짠데 블루베리빵이 정말 맛있다. 빵을 다 먹고 쉬다가 블루투스 스피커에 핸드폰을 연결하고 유튜브에서 재즈를 틀고 마저 글을 쓴다. 선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