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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Dec 20. 2021

손민수-하다

에디터 하레

손민수가 누구냐, 고 물으신다면


<치인트> 속 손민수, 순끼 작가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서 2010년부터 7년간 연재된, 순끼 작가의 <치즈인더트랩(치인트)>에서 주인공 홍설을 따라 하는 캐릭터의 이름이다. 최근에는 ‘손민수하다’, ‘손민수템’ 등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취급되어 좋아하는 연예인의 패션이나 아이템을 따라 사는 행위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동년배들 사이에서 치인트는, “걔 완전 OOO 같은 스타일이야.”에 주인공 홍설, 유정을 비롯하여 손민수, 오영곤, 김상철, 이다영 등 캐릭터 이름을 넣는 것만으로도 고유한 성격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성이 뚜렷하면서도 보편적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보지 않았더라도 다들 한 번쯤 이름은 들어 봤을걸?)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인트의 빌런들이 현실적이라는 말에 공감하겠지만, 손민수는 특히 현실적인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내 패션, 말투, 행동을 하나하나 따라 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큼 거슬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웹툰을 보는 내내 홍설에 나를 투영하여 손민수를 비난했지만, 요즘은 종종 내 안에서 손민수를 발견한다. 스스로를 무채색으로 정의해온 나는 옅든 짙든 본인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을 동경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취향을 동경한 경험, 그래서 훔쳐오고 싶었던 경험이 이 잡지의 출발점이다.




취향이란


  그렇다면 ‘취향’이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취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취향[趣向] (표준국어대사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생각보다 단순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취향의 정의와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때때로 취향은 지나치게 거창한 것으로 다가온다. 나는 "취향이 뭐예요?"라고 묻는 말에 늘 가볍게 대답하지 못한다. 취향을 묻는다면 무언가 고상하고 우아한, ‘그럴싸한’ 것을 대답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보다 세부적인 분야에서 취향을 묻는다면 답변은 다양할 것이다. 사소하게는 음식과 패션부터, 음악적/미적 취향, 연애 상대, 특정 공간, 더 나아가 삶의 가치관과 생활방식까지도 취향으로 묶어볼 수 있다. 어느 분야든 나는 본인만의 취향이 명확한 사람들을 동경해 왔다. 취향이 확고하다는 것은 본인이 드러내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찾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치 엘리베이터에 남은 머스크 향만으로도 그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향기로 기억되는 사람처럼. 또는 친구가 “야, 이 사람 왠지 너 취향일 것 같아.”하고 처음 보는 연예인의 사진을 보여 주는데 거짓말같이 내 스타일일 때.


  음운은 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 소리의 단위이다. ‘전등’과 ‘바이올린’은 누가 봐도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명백히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반면 ‘사람’과 ‘사랑’은 모나고 둥근 받침의 차이만으로도 의미가 달라진다. 사소한 것으로도 우리는 다름을 인식한다. 취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보자. 취향을 다른 이들과 구별해 주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꼭 취향을 거창하고 특별하고 무거운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런 것, 별로인 것, 사랑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싶은 것, 왠지 모르게 자꾸 하게 되는 것, …. 무엇이든지, 당신의 취향을 정의할 수 있다.




Robbers & Lovers


  아직 본인의 취향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새로운 취향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모방이다. 괜히 ‘멋지다’고 생각해 왔던 사람들의 취미, 행동, 패션 등을 따라 해 보면서 나와 어울리는지, 했을 때 즐거운지 판단해 보자.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또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애매한 것이든 상관없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 내가 좋아할 것 같은 것, 내가 좋아하고 싶은 것과 내가 실제로 좋아하는 것은 다를 수도 있다. 경험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것들이 있다. 생각만 하던 것을 행동으로 옮긴 순간은 한 개인의 세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뭐, "앞에서 누구나 다 소소하고 소중한 취향이 있다면서 왜 '멋진' 취향을 따라 하려는 거냐!"라고 한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다만 덧붙이고 싶은 말은, 내 취향을 잘 모르겠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해 보는 것’이고 뭐든 해 보려면 레퍼런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채색에서 색을 더하려면 유채색 팔레트에서 물감을 콕 찍어 와야 하니까. 누구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고, 좋아한다고 해서 열렬히 온 마음을 던질 필요도 없다. 우리 잡지는 그저 취향을 훔치고(Rob), 사랑에 빠지고(Love), 내 것으로 만들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들을 담아내 보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Robbers & Lovers>는 격월간지로 매 짝수 달 20일에 출간한다. 어디까지나 매우 사소하고 개인적인, 때론 질투심 가득하거나 동경이 담긴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래서 눈길이 가는 글을 쓰려고 한다.


[Rob] 파트에서는 그동안 나름 멋있다고 생각했던 취향들을 하나씩 따라 해 본다. 이런 것도 취향이야? 싶은 것들도 있겠지만, 이런 것도 취향이라고 부르고 싶은 우리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조금 뻔뻔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잡지적 허용’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시길.


[Love] 파트에서는 취향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한다. 저채도에서 고채도까지, 가능한 다양한 색깔들을 모아 놓은 팔레트 같은 인터뷰 모음집이 목표이다. 합법적(?)으로 남의 생각을 훔쳐볼 기회가 될 것이다.


[&]는 에디터들의 소소하고 귀여운 이야기로, 보다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다룰 예정이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취향’이 아니라면 넘어가셔도 좋다.





  매거진 <Robbers & Lovers>의 에디터들, 네 명의 손민수를 소개한다. 일 벌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당모의하고 얼레벌레 시작한 잡지에 찾아와 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먼지

MBTI: ENFP  

좋아하는 것: 사람들 만나기, 맛있는 거 먹기, 단 거 먹기, 술 마시기, 글 쓰겠다고 다짐하기, 일 벌이기, 카페 가서 앉아있기, 혼자 영화 보기

하고 싶은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뚝딱뚝딱 뭔가 해나가는 게 좋아서 이번 <Robbers & Lovers>도 제가 판을 깔게 되었네요. 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넘 많아요. 재미난 것들을 먼저 체험해보고 여러분께 부지런히 소개해드릴게요.


하레

MBTI: ISTJ (유일한 _STJ군요... 이건 정말이지...)

좋아하는 것: 장르물, 나폴리탄 괴담, 뭔가 코즈믹한 것들, 밈 수집하기, 의미 부여하기,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 이상한 생각 하고 혼자 웃기

하고 싶은 이야기: 저는 스스로를 부평초 같은 사람이라고 정의해 왔습니다. 멋있는 글을 쓰는 뿌리 깊은 사람은 되지 못해도 여기저기 떠다니면서 여러분의 입꼬리를 1mm라도 움직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하하!


일영

MBTI: INFP  

좋아하는 것: 넷플릭스, 하이볼, 의미 없는 헛소리하기, 방구석 패션쇼

하고 싶은 이야기: 현생에 치여 살다 보면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들이 흐려지는 것 같아요. <Robbers & Lovers> 가 그런 분들에게 취미와 취향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드렸으면 좋겠어요.  


콜리

 MBTI: 인싸/관종 아닌 ENFP

좋아하는 것: MBTI랑 각종 심리테스트에 과몰입하기, 슈퍼 금사빠로서 새로운 사랑의 대상 찾아 나서기, 일 벌이기, 다른 사람들 생일 기억하고 알맞은 선물 주기, 손으로 이것저것 만들기

하고 싶은 이야기: 멋들어진 이야기는 못 해도 솔직하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정이 빨리, 깊게 드는 편이라 애정 뿜뿜하는 글들이 많을 것 같아요!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도 물론 제 사랑의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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