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콜리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실천하는 거랬다. 에디터들은 두 달 전 야심차게 여름방학 계획을 세웠다. 얼마나 성실하게 지켰나 돌아보고, 이번 방학 동안 각자에게 일어난 즐거운 일들을 공유해 보자! 동심을 소환하기 위해서 그림일기 형식을 활용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전시회와 DDP <20세기를 매혹시킨 디자인 가구> 전시를 하레와 일영과 함께 했다. 31도 이상으로 매우 무더운 날씨에 하루에 전시 두 탕을 뛰느라 아주 고생스러웠다. 하지만 하레가 감사하게도 국립중앙박물관의 초대권을 하사하신 덕에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전시는 둘 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건희 전은 그야말로 이 사람은 대체 이걸 어떻게 다 모았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매우 부럽기도 하고… 꼭 관람하시길 추천한다. DDP 전시 후기는 ‘주방은 카모메 식당처럼 (feat. 미드센추리 모던)'을 참고하셔라~~
이번 여름 방학은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문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방학이 시작될 때 사실 무지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이번 방학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잘 보내야 하는데…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결정 할 것도 산더미, 해야할 것도 산더미. 그야말로 나는 태산 같은 할 일을 해치워야 하는 큰 고난을 마주한 것이다..!
에너지가 떨어지니 선택을 하는 것조차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였다. 너무 많은 것들이 앞에 놓이다 보니, 내가 일을 하는 것인지 일이 나를 굴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일은 많은데 선택을 하지 못한 나는… 결국 문어발처럼 여덟다리를 걸치고 일들을 해내기 시작했다. 부지런한 J보다 더 바쁜 사람이 부지런한(이라고 쓰고 정신없는) P라는 사실을 다들 아실런지…
여름이 거의 다 지나간 지금 돌이켜보면, 어쨌든 결국 끝내긴 했다.(?) 뭐… 방학 전에 세운 계획표는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어제도 새벽 5시에 취침^^... 여전히 내 앞엔 산더미들이 마구 쌓여있다. 여름방학 회고와 함께 포스트-여름방학 다짐을 해보자면… 이젠 정말 선택과 집중을 하자, 먼지야!!!
한여름의 해방촌에서 생애 첫 내추럴와인을 마셨다! 사실 2차로 간맥을 하러 들어간 가게였는데, 몸값 비싼 내추럴와인이 가득했다. 제일 저렴한 것이 5만 7천원… 돈 없는 대학생이지만 대범한 척 결제했다. 내추럴와인은 일반 와인에 비해 효모의 향이 강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맛을 보니 정말 구수한 듯 꼬랑한 듯한 향이 코를 스쳤다. 탄산도 있어 여름날에 딱 어울리는 와인이었다. 여기에 정취(?)를 더해준 것은 바테이블 구석에 있던 통통한 선인장… 에스닉한 화분 띠가 둘러져 있는 것이 선인장의 이국적인 비주얼에 꼭 어울렸다. 이 분위기를 산 것이라면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최소 9시간은 자야 하루를 상쾌하게 살아갈 힘이 나는 사람이라, 이번 방학도 맘껏 자며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1시간 거리의 회사에 9시반까지 8주 간 출근하게 되어 대부분의 평일을 7시에 시작해야만 했다. 재택을 제외하고 평균 주 3일 이상을 7시에 일어나 출퇴근한 자체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8주 동안 내가 내는 성과가 꽤나 중요한 결과와 직결되어 있다보니 심리적 압박감이 컸는데, 유리멘탈의 내가 이 시스템을 버틴 것도 장하다.
이와 별개로 여름방학 계획표에 따르면 출퇴근길에 아티클이나 책을 읽고, 매일매일 하루를 돌아보는 일지를 작성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이건 완전 실패다. 피곤한 출근길에 신나는 노래라도 듣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졸아버릴 것 같고, 퇴근한 나에게 미리 다운 받아 둔 유튜브 영상을 보상으로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메모장을 켜서 일지를 몇 번이나 작성했는지 확인해 보니 두 달 동안 6회 썼다. 하하. 스스로 칭찬하기는 출퇴근에만 한정해야겠다.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연고도 없는 지역에 가게 되었다. 그렇다... 뮤지컬 지방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그림일기는 진주에 다녀온 내용이지만, 사실 저 후에 여수도 다녀왔다. 끝내주는 공연을 보았기에 후회는 하지 않지만 체력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무튼 사랑이 이긴다...
지난 호에서 세운 계획은 디지털 휴지조각이 되었다. 지킨 것은 아침점심저녁을 먹는 시간 뿐이었다. MBTI가 J라는 것이 반드시 부지런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지가 부지런한 P라면, 나는 게으른 J이다. 늘 계획은 완벽하지만, 거기에 불완전한 나를 포함시키지 않아 그냥... 그렇게 된다. 개강이 다가온다. 방학의 나를 반면교사 삼아 실천에 비중을 조금 더 두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랄 뿐!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