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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Aug 22. 2022

1인 식당 합정 '문데이'

에디터 일영

  핀란드에서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는 우리가 떠올리는 자영업자와는 다르다. 찾아오는 손님이 없는데도 초조해하지 않고, 매출에 일희일비하지도 않는다. 그저 정해진 시간에 가게를 열고 닫고, 유일한 단골손님 토미에게 커피를 내어줄 뿐이다. 모두가 성공을 향해 경주마처럼 달리는 이 시대에 사치에처럼 불안감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안전한 길을 희생하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기가 나에게는 가장 힘든 일처럼 느껴진다. 조용히 식당을 운영하는 사치에의 모습이 낭만적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혼자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들은 어떨까? 낭만주의자일까 아니면 사치에처럼 욕심이 없는 분들일까? 만나기도 전부터 왠지 나와는 많이 다른 사람일 것 같은 1인 식당 사장님을 만나보았다.


  아스팔트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지던 여름의 주말, 합정역 8분 거리에 위치한 레스토랑 ‘문데이’를 찾았다. 쨍한 파란색의 외관이 여름 같기도 하고, 겨울 같기도 했다. 반층 정도 계단을 올라 문을 여니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아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퓨전 양식 레스토랑이고요. 양식 베이스인 요리에 한식을 퓨전해서 팔고 있는 가게예요. 개업한지는 4년 됐습니다.


식당을 열게 되신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삶에서의 어떤 경험들이 사장님을 이곳까지 이끌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학교도 조리학과를 나왔고 이후에도 식당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시기에 맞춰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 성격이나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안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잘 안해요. 이걸 할 때도 그랬고요. 잘 될 생각만 하고 시작하는 편이에요. 안 되는 건 어떻게 안 되는지도 모르고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알 수 없으니까 닥쳤을 때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덕분에 뭔가를 시작하는 데에 큰 걱정이 없었죠.


공간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신가요?
사실 가게를 처음 오픈한 것이다 보니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어요. 인테리어도 큰 그림만 그려놨지 디테일하게는 못 들어갔고요. 그렇게 몇 년 동안 하다 보니까 아쉬운 부분도 많이 짚이긴 하죠. 맨 처음 시작할 때는 음식이 제일이라고 생각했고, 가장 큰 포인트이기도 했어요. 


단골 손님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손님들과 소통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처음에는 바 테이블을 만들어서 얘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는데 공간이 좁아서 설계를 그렇게 못했어요. 보시다시피 다 테이블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오픈주방이면 한 두 마디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테고, 손님이 바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마음을 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잖아요. 테이블만 있는 가게에서는 소통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럴 것 같아요. 공간이 가지는 힘이 있으니까요.

네, 그렇죠.

























메뉴는 어떻게 테스트해보시나요?
메뉴를 처음부터 개발한 건 아니었고 예전에 일하던 가게에서 제가 먹던 것에서 출발했어요. ‘여기에 이걸 섞어볼까?’하는 생각이 들면 시도해보고, 괜찮으면 손님들이나 친구들한테 줘 봤어요. 그렇게 부족한 점을 들어보고 레시피를 킵해놓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괜찮은 부분은 가져가고 아닌 부분은 버리면서요. 직접 먹어본 것들을 토대로 레시피를 정리해 나갔다고 할 수 있죠.


식당에서 일하셨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맞아요. 전에 일했던 가게에서 사장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거든요. 여기까지 온 것도 그곳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제가 해 보고 싶은 걸 편하게 해 볼 수 있었어요.


특제 크림소스가 들어간 아수라 파스타가 시그니처 메뉴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던 것 같은데요. 사장님께서 가장 애정이 가시는 메뉴도 같을까요?
아수라 파스타도 맞고요. 또 김치 명란 파스타라는 게 있어요. 저희 집에서 직접 김장한 김치로 만들고 있어서 애정이 가요. 그걸 제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식당을 운영하면서 생긴 사장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솔직히 아직 잘은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 가지 느낀 건 손님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단골 손님들께 서비스를 부담스럽게 주기보다는 그 손님이 여기에 몇 번 오셨다는 걸 인지하는 정도로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은 가게이다 보니 그런 손님들과는 대화도 하고 소통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요. 
제가 손님으로 갔을 때를 생각해봐도 그래요. 음식도 중요하지만 가게 분위기랑 사람을 보고 가는 게 크다고 느끼거든요. 맛있는 건 대체할 수 있는 게 충분히 많으니까요. 


로버스앤러버스의 공통 질문입니다. 사장님께서 따라하고 싶은 취향이 있으신가요?

음.. 밴드하시는 분들이 멋있게 보여요.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시간을 내서라도 하는 편이라서 베이스를 배우고 있어요. 제가 30대가 된 지 얼마 안 됐는데요. 친구들이랑 같이 직장인 밴드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일반인 중에 제일 잘하는 밴드가 되는 걸 목표로요. 로고와 이름을 정했고, 각자 맡은 역할도 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연습이 잘 되어 있는 게 중요하겠죠.


가게 운영도 바쁘실 텐데 어떻게 시간을 내세요?

레슨은 식당 끝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고요. 연습도 끝나고 가서 30분이든 1시간이든 해요.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편하게 갖고 있는 목표여서 ‘오늘은 3시간 연습해야지!’ 이런 마음가짐보다는 부담 없이 즐기면서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혼자 운영할 때의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단점이랑 장점이 겹치는 것 같아요. 결정에 혼선은 없다. 주변에 아무리 물어보고 조언을 얻어도 내 상황에 100% 맞는 답은 못 주니까 제가 혼자 결정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제 생각을 믿고 해야 하고, 책임도 제가 지는 거죠. 
저에게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큰 것 같아요. 제가 내리는 결정에 대해서는 잘 된다는 생각을 하고 보는 스타일이라서요. 그래도 사람인지라 모르는 부분에서는 도움을 받고 싶어서 아쉬울 때가 있어요.




  브레이크 타임을 틈타 나눈 짧은 대화가 끝났다. 잘 될 생각만 하고 시작한다는 사장님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타고난 대담함, 자신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 이런 성정을 지닌 사람이라면 혼자 서울에서 식당을 일구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도 같았다. 영화 속의 사치에는 픽션의 캐릭터가 아니었다. 사장님과 사치에의 기운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기운은… ‘배짱’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전에 돌다리를 10번도 넘게 두드려보고 싶은 나로서는 그 기운이 어디서부터 생겨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사장님의 밴드가 ‘일반인 중에 제일 가는 밴드’로 소개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비범한 기운을 가진 베이시스트가 있다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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