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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Aug 22. 2022

카모메 식당을 사랑하는 이유

에디터 먼지 

  ‘따뜻하고 맛있는 향기가 있는 곳'. 카모메 식당은 그 포스터 속 문구에 알맞은 곳이다. 나른한 오후의 햇빛이 비스듬히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과 빛바랜 필터를 씌운 듯 따뜻한 색감, 아기자기한 소품이 조용하고 아늑한 식당 특유의 분위기를 만든다. 이 식당은 관객에게 가보지 않은 장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우리처럼 이 영화의 분위기를 사랑하는 한 인터뷰이를 만났다. 영화처럼 잔잔하고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엔치입니다. 1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고요. 성격은 밝은 편이고 낯도 안 가리지만, 집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카모메 식당은 어떤 영화인가요? 엔치님만의 소개가 궁금해요.

카모메 식당은 제게 영화에 등장하는 ‘숲' 같은 영화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는 영화예요.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였어요. 입시로 치열하게 살고 있던 와중이었죠. 아빠의 추천으로 우연히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했어요. 동시에 삶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영화예요. 부담을 내려놓고 저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줬어요.  


그래서 그런가, 요즘에도 종종 찾아봐요. 너무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은데, 남들이 다 치열하게 사니까. 덩달아 조급해지는 제 자신을 알아차렸을 때 항상 찾게 되는 영화예요. 잠이 안 와서 편안하게 자고 싶을 때도 많이 보는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존중에 대한 영화라고도 생각해요. 영화에 정말 다양한 사람이 모이잖아요.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 토미… 모두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요약하자면, 카모메 식당은 휴식과 존중이네요. 



휴식과 존중. 이 영화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단번에 설명해주셨네요. 정말 공감해요. 휴식할 수 있는 영화라 더욱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되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특별한 이유를 하나 더 꼽자면, 아빠가 좋아하는 영화였던 점도 크게 작용했어요. 아빠가 이 영화를 되게 좋아하시거든요. 그래서 제게 추천도 하신 거고요. 


음, 우리는 아버지라는 존재, 부모님이라는 존재를 늘 치열한 삶을 살아온 분들이라고만 생각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부모님의 힘듦을 직접 느끼기 어렵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빠가 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선, ‘아빠도 어쩌면 휴식이 필요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모르는 부모님의 삶이 있잖아요. 특히 힘들 때 부모님이 누구에게 기댔을까 생각하면, 이 영화가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죠. 그래서 더 정이 갔달까요? 



엔치님에겐 카모메 식당이 특히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영화기도 하네요. 부모님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나도 좋아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말이죠. 정말 따뜻한 경험을 하셨군요.


조금 더 구체적인 영화 이야기를 해볼게요. 혹시 카모메 식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있나요? 

하나만 뽑기 너무 어려운데요. 미도리를 꼽을래요. 저는 영화 캐릭터 볼 때 제가 못 갖고 있는 부분을 가진 캐릭터를 좋아해요. 미도리라는 캐릭터는 정말 선뜻 어떤 친절 하나에 선뜻 ‘나 여기서 아르바이트하겠다’고 말을 하잖아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내 마음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되게 닮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러면 어떨까, 하면서 여러 조건을 따지지 않고 말이죠. 


맞아요. 저도 그 장면이 놀라웠어요. 저 같으면 그렇게 준비 없이 핀란드로 떠나기도 어려울 테지만, 갑자기 덜컥 일하고 싶다고 부탁하기도 어려울 것 같거든요. (웃음)



인물에 이어, 좋아하는 장면도 궁금한데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대부분 미도리에 관한 장면이에요. 미도리가 그 영화 인물 중에서는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캐릭터잖아요. 호들갑을 떨기도 하고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죠. 예를 들면, 창밖에 마사코나 술 취한 여자가 서있을 때 ‘저 여자 좀 봐요 무서워요!’라고 거침없이 외치잖아요. 저는 그런 살아있는 장면들이 좋아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미도리가 생각을 바로 행동에 옮기거나, 감정을 바로 말로 표현하는 장면들이 전부 좋았아요.


맞아요. 미도리는 보는 관객이 할 법한 반응을 미리 해주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요. 사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다들 궁금했잖아요. (웃음) 우리는 우리 생각을 바로 말로 표현하는 데 많이 제한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미도리는 그런 제한이나 억압에서 벗어난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좋았어요. 



영화 이야기를 어느 정도 했는데요.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나요? 

전 온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요. 영화 속 인물들은 언뜻 보면 다 각자의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이잖아요. 결국엔 이 독립적인 인물들이 카모메 식당에 모여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사실 살다 보면 정말 소중한 사람이 나에게 누구인지부터 시작해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카모메 식당에서는 외로운 개체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잖아요. 그런 순간에 이 영화를 보면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번 호는 카모메 식당을 주제로 영화 속 여러 취향을 따라 해 보려 해요.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마사코의 화려한 패턴 옷을 입어보기도 하고요. 시나몬롤과 디저트를 즐기고 카모메 식당 인테리어를 따라 해보기도 할 거예요. 혹시 특별히 기대되는 글이 있나요? 

다 기대가 되는데 하나를 꼽자면 식당 인테리어로 할게요. 다른 것들은 관심도 많고 좋아하는데, 유독 인테리어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카모메 식당을 보면, 개봉한 지 15년이 넘은 영화인데 여전히 그 공간이 세련된 느낌을 주거든요. 그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요소들이 있을 텐데, 그 요소들이 뭔지 궁금해요. 결국은 식당이 주는 편안함은 공간에서 오지 않나 싶어요. 잘 모르지만, 아마 그게 또 영화에서 중요하게 작동했겠죠? 그걸 알 수 있는 글일 것 같아 기대돼요! 



엔치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개인적인 영화 취향도 궁금해지는데요. 

혼자 영화 볼 때는 잔잔한 영화를 좋아해요. ‘리틀 포레스트'도 그렇고, ‘콜미 바이 유어 네임'도 그렇고. 이런 잔잔한 영화들요. 시각적으로는 색감이 살아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듯한데요. 그래서 그런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2개가 ‘어바웃 타임’이랑 '카모메 식당'이에요. 어바웃 타임에서도 결혼식 장면 엄청 좋아하거든요. 빨간 드레스랑요.  



이제 저희 인터뷰 마지막 공식 질문인데요. 영화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손민수’ 해보고 싶은 취향이 있나요? 

음, 저는 내추럴한 취향을 가진 분들을 따라 해보고 싶어요. 본연의 느낌과 본연의 아름다움을 살린 것들 있잖아요. 그런 내추럴함이 드러나는 스타일이 있잖아요. 말하다 보니 전 약간 편안함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웃음) 편안한 무드가 느껴지는 옷이나 공간, 이런 취향들을 따라 해보고 싶어요. 



엔치님만의 취향이 느껴져서 더욱 즐거운 인터뷰였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이렇게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뻐요. 좋아하는 영화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거나 하지 않았거든요. 이런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요즘은 무엇이든지 힘이 들어가 있다. 최근 인기를 끈 '갓생'이라는 단어처럼, 열심히 일하고 잘 노는 것을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터뷰이 엔치의 이야기는 그런 우리에게 편안함과 휴식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 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꾸밈없는 모습을 볼 때 긴장이 가라앉는 편안함을 느끼고, 반대로 나의 꾸밈없는 모습이 다른 이에게 받아들여질 때 깊은 편안함을 느낀다. 솔직한 미도리의 모습, 그리고 미도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카모메 식당 사람들이 그렇다.  

  꾸밈없는 편안함을 내보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나임을 포기하지 않고 용기 있게 한 발 내딛는 그 순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다. 편안함이 쉽지 않은 때에, 이 영화는 우리가 진정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사진 출처 

영화 <카모메 식당> 포스터.

영화 <카모메 식당>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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