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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Aug 22. 2022

오니기리, 밥에 감싼 고향의 맛

에디터 하레

  <카모메 식당>의 메인 메뉴는 사실 시나몬 롤도, 커피도 아닌 ‘오니기리’라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시는지. ‘메인 메뉴가 오니기리?’라는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영화 속 등장인물들도 한 것 같지만, 사치에에겐 본인만의 우직한 오니기리 가치관도 있다. 오니기리는 곧 고향의 맛이기 때문에, 사치에는 핀란드인들의 입맛에 맞는 다른 재료를 넣어 보자는 미도리의 제안도 거절한다. 영화 중후반부에 사치에와 미도리, 마사코가 오니기리를 조물조물 만드는 장면은 어쩐지 경건한 느낌마저 준다. 가만 보면 평범하고 소박한 것이, 꼭 카모메 식당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일본 전통 방식을 고수하여 고향의 맛을 살리고자 한 사치에처럼, 에디터들 역시 살리고 싶은 맛을 오니기리로 재현해 보고자 했다. 물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에디터들에게는 ‘주먹밥’이 더 익숙할 테지만. 기억 어딘가 있는 어린 시절의 맛을 담은, 우리 입맛대로 만드는 오니기리! 



일영 귀염 계란 오니기리 

  사실 케첩에 무친 계란을 넣고 싶었다. 어렸을 때 집에 혼자 남을 때면 스크램블 에그를 달달 볶아 밥에 얹고 케첩을 곁들여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밥과 계란의 고소밋밋한 맛을 새콤한 케첩이 잡아주어 감칠맛이 났다. 하지만 집에 있던 케첩이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계란 오니기리로 노선을 바꿨다. 밥과 계란에 간단히 설탕, 소금 간을 해서 열심히 삼각형으로 뭉쳤다. 맛은 슴슴했지만 비주얼이 다했다. 내가 만들었지만 몽글몽글한 색감이 참 귀엽다. 밥을 무칠 때 참기름을 꼭 몇 방울 떨어뜨릴 것!



콜리 스팸 조림 오니기리

  스팸 조림은 우연히 트위터 짤을 ‘짤줍’한 뒤 시도해 본 음식이다. ‘단짠’의 혁명이라며 꼭 해 먹어보라는 추천사에 설득되어, 평소 엄마가 해 주는 집밥만 먹는 내가 먼저 나서서 엄마에게 만들어줬었다. 완성된 요리를 본 엄마는 원래도 짠 스팸을 간장에까지 졸였냐며 한 소리했지만, 같이 스팸 조림을 밥 위에 올려 스팸 덮밥을 만들어 먹은 기억은 오래 남았다. 방법도 아주 쉽다. 스팸이 잘 구워졌을 때 간장 한 숟갈, 설탕 두 숟갈, 맛술 두 숟갈, 올리고당 한 숟갈과 물 조금을 넣어 자글자글 졸이면 끝이다. 맛술이 없을 땐 생략했는데 크게 맛의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완성된 스팸 한 조각을 반으로 잘라 겹치고 동글동글 뭉친 밥 안에 넣어 오니기리를 만들었다. 스팸이 소스에 졸여져 있고, 밥에도 참기름을 조금 넣어 간했더니 서로 전혀 붙지 않아 모양을 만드는 데에는 애먹었지만 만들고 보니 나름 귀엽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라는 육개장 컵라면까지 곁들였더니 최고의 한 상이 되었다.



하레 묵은지 계란말이 오니기리

  엄마가 만드는 김밥의 재료는 김, 밥, 계란, 김치가 끝이다. 별 거 없지만 계속 생각나서 자꾸 주워 먹다 보면 밥 세 공기는 뚝딱이었다. 이참에 그 맛을 살려 오니기리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밥을 조금 고슬고슬하게 짓고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했다. 계란에 소금, 후추 간을 한 뒤 넓게 펴서 부치고, 물에 한 번 씻은 묵은지를 세 줄기 넣어 돌돌 말았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밥 안에 넣고 삼각형 모양으로 꼭꼭 눌러 감싸주면 끝. 여기에 조금 색다른 맛을 위해, 간장에 굴소스를 약간 섞어 표면에 바른 뒤 구워서 야끼 오니기리로 노선을 변경했다. 짭조름하면서 폭닥폭닥한 계란 맛이 그야말로 최고다. 

  엄마가 만들어주던 계란 김밥의 맛에 간장계란밥 맛까지 더한, 초등학생 하레의 추억이 가득한 오니기리! 어쩐지 자른 묵은지 계란말이 수에 비해 사진에 남은 계란말이 수가 적은 것 같지만, 원래 요리란 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주워 먹으며 배를 채우는 것이다.



먼지 오징어젓갈 오니기리

  오징어 젓갈과 조미김, 그리고 흑미밥으로 만든 투박한 오니기리다. 일영과 콜리와 하레는 모양을 아주 잘 냈는데, 내 오니기리는 이게 오니기리인지 그냥 밥 뭉쳐놓은 건지 알 수 없다. 사실 흑미밥이라 잘 뭉치지 않았다. 오징어 젓갈이 들어간 오니기리는 사실 그냥 밥에 김 싸서 오징어 젓갈과 함께 먹는 맛과 같다.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란 말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정말 늦잠을 많이 잤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정신없이 준비하는 나를 붙들고 ‘이거 한 입만 먹고 가, 이거 한 입만!’을 늘 외치셨다. 엄마는 늘 밥에 오징어 젓갈 같은 반찬을 말아 김에 싸서 한 입에 넣어주셨다. 지금도 가끔 엄마가 주먹밥을 할 때면 이 조합으로 종종 해주신다. 그야말로 어린 시절 정신없던 아침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오니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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