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편> 고양이에 관한 어이없고 심층적인 질문들

에디터 일영

by 로버스앤러버스

모종의 이유로 고양이의 인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어렸을 때만 해도 반려동물로는 강아지를 이길 도리가 없었는데 말이다. 어떤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지가 초중고 시절의 주요한 스몰토크 주제였다면, 요즘의 트렌드는 고양이다. 동글따끈한 몸과 새초롬한 기색, 주욱 늘어나는 몸이나 냥냥펀치 등 고양이에 관한 이상한 사실들이 인간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리고 <윤희에게>에도 만만치 않게 귀여운 고양이가 등장한다. 본명은 ‘쿠지라’,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연기묘다. 쿠지라는 한 프레임에 있는 것만으로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뽀송한 발과 야무진 입매를 보고 있으면 쿠지라와 따뜻한 방에서 노곤노곤 자고 싶어진다. 고양이 한 마리가 더하는 그 편안함 때문에 쥰과 고양이가 함께 있는 장면은 오랫동안 내 배경화면이기도 했다.

이 글은 <로버스앤러버스>의 첫 특별편을 장식할 예정이다. 쿠지라를 빌미로 고양이에 관한 음침한 사심을 드러내보려 한다. 어이없고 심층적인 질문들로 이 알쏭달쏭한 동물, 고양이에 관해 낱낱이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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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양이의 분류는 왜 이런가?


고양이는 분류하는 기준부터 수상하다. 강아지는 시츄/말티즈/포메라니안/비숑 등 종 이름으로 알려진 반면, 고양이에 관해서는 외모를 기준으로 한 분류가 더 보편적이다. 스코티시 폴드/페르시안/러시안 블루 등 멀쩡한 종 이름이 있음에도 치즈냥이, 깜장냥이 등이 통용된다. 각각의 간단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치즈냥: 주황색 줄무늬가 있음 (이 분류에 따르면 쿠지라는 치즈냥이다.)

고등어냥: 고등어처럼 고동색, 암청색을 띰

젖소냥: 젖소처럼 검은색 얼룩무늬가 있음

삼색이: 흰색, 주황색, 검은색 3색이 섞임

깜장냥: 깜장색


이런 분류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기준이 부정확해서 “치즈냥이는 사실 고등어냥에 속하는 것이다”, “누군가 임의로 만든 기준에 불과하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장점으로는 그만큼 직관적이기도 하다. 부르기 쉽고 외우기도 쉬워 냥이 시리즈는 고양이를 잘 모르더라도 마음껏 부를 수 있는 애칭이 되었다. 애칭이 되니 단어 안에 담긴 귀여움과 애정의 정도도 다르다. 예를 들면 “나 달마시안이랑 살아”는 그냥 “우와~”할 수 있는 정도지만, “나 치즈냥이랑 살아”라는 말을 들으면 “어머!”하며 어쩔 도리 없이 기쁨의 울상을 짓게 되는 것이다. 외모에서 기인한 애칭은 고양이의 인기비결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2. 고양이 취향은 사람마다 어떻게 다른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에 있어 황소같은 고집을 부린다. 외모를 기준으로 고양이를 분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이번엔 그보다 더 추상적이다. 대략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다.


미묘를 좋아하는 사람들: 예쁜 고양이가 최고

털찐냥을 좋아하는 사람들: 털과 뱃살을 구분할 수 없어야 제맛

억울하게 생긴 고양이: 늘 억울해보이는 냥이가 귀여움

놀란 것 처럼 생긴 고양이: 늘 놀라고 있는 냥이가 귀여움

심술 고양이: 눈이 성 나 있어야 진짜 고양이다

기타 특이 취향: 얼큰냥, 동글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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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미묘, 털찐냥, 억울냥, 놀란냥, 심술냥


번외: 강호동과 고창석 그 사이에 있는 한 고양이 (SBS 동물농장 출연 경험 有)


서로 약간의 교집합은 있지만 이 정도가 대표적인 고양이상(?)이다. 다섯 가지 유형에 속하지 않은 고양이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런 고양이들은 외모적인 특징이 강하지 않은 고양이들로 보면 되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성 있는 고양이들을 놀림 반 애정 반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털찐냥이와 강호동 고양이가 취향이다.



내가 찍은 고양이들

실전 훈련을 위해 사진첩에 쌓여 있던 고양이들을 불러왔다. 이 예제들을 통해 이제 당신은 완벽한 고양이 외모 도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등어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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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동네에서 자주 보이는 길냥이다. 고동색과 암청색 줄무늬에서 알 수 있듯 고등어냥에 속한다. 얼굴의 특징은 강하지 않지만, 통통한 몸체가 아주 귀엽다. 분류하자면 고등어냥 + 털(살)찐냥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번외) 햄튜브님의 고양이 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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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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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카페에 상주하던 도도한 깜장냥이다. 낮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에서 노란색 눈만 보여 도도함이 배가 된다. 얼굴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조그만 얼굴과 몸에서 미묘의 기운이 풍긴다.



심술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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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의 높은 언덕에 위치한 한 소품샵에 있던 고양이다. 예쁜 심술냥이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눈과 볼에 심술이 가득하다. 왠지 먼 발치서 바라만 봐야할 것 같은 고양이다.




3. 개냥이는 있는데 냥개는 왜 없는가?


고양이의 외모를 통달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고양이와 강아지에 대한 토론을 하다가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왜 강아지의 성격을 가진 고양이는 있는데, 고양이의 성격을 가진 강아지는 없을까? 냥개 / 고강이 / 고아지 / 냥아지 등의 합성어는 왜 통용되지 않을까?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고양이의 성격이 그만큼 따라하기 힘들고, 희소하다는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는 종종 발견되지만 사람에게 관심 없는 강아지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지칭하는 단어도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강아지와 함께 사는 에디터 먼지도 “사람 안 좋아하는 강아지는 없을지도…” 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본래 사람은 희소한 것을 귀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희소성=가치라는 논리에 익숙하기 때문에 더 희소한 고양이의 성격에 어쩔 수 없이 이끌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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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냥이하면 떠오르는 예의바른 고양이 ‘올리’



나쁜 고양이에 끌리는 이유


이번에는 고양이에 끌리는 이유를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사람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적다. 일단 움직임 자체가 별로 없고, 배고플 때 부르는 것을 빼면 굳이 사람을 찾아오지도 않는다. 집사를 좋아하는 티를 내더라도 아침에 무겁게 배 위에 앉아있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할 때 조용히 노트북 위에 앉아있는 식이다.

이때 떠오르는 것이 바로 ‘밀당의 미학’이다. 나에게 관심 없는 고양이에게 이상하게 자꾸 다가가고 싶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강아지에게는 미안하지만, 인간은 간사해서 고양이의 이런 새침함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이를 방증하는 문장이 나온다.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에 빠져 어떤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과 함께 천국에서 누리는 기쁨을 상상할 때,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위험을 잊기 쉽다. 정작 상대가 나를 사랑해줄 경우에 그 사람의 매력이 순식간에 빛이 바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이 이 문장을 쓴 의도는 고양이와는 매우 거리가 멀지만, 사랑의 본질이라는 관점에서 어쩌면 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Tip 하지만 이렇게 ‘나빠’보이는 고양이도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길면 식욕이 떨어지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하니, 고양이의 외로움도 꼭 신경 쓰도록 하자.



고양이의 다양한 생김새와 애칭들, 그리고 인간이 고양이에게 끌리는 이유까지 알아봤다. 고양이를 분석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강아지를 덜 매력적인 동물로 표현하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강아지나 고양이나 온기 가득하고 소중한 말랑동물들임이 틀림없다. 당신이 미묘 고등어냥이를 좋아하든, 억울한 삼색이를 좋아하든, 작고 약한 생명체에 사랑과 보호를 아끼지 말자. 추운 겨울, 차 밑에서 웅크려있을지 모르는 냥이들을 위해 출발 전 꼭 차를 콩콩 두드려보는 것은 기본!



P.S. 고양이게임 추천

고양이와 함께 살 여건은 안 되지만 고양이가 너무 좋다면, 심상치 않은 고양이 덕후로 추정되는 ‘끼룩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고양이 게임을 추천한다.

고양이는 정말 팡팡: 이전에 유행했던 수박게임의 고양이 버전인데, 출퇴근길에 아무 생각없이 하기 딱이다.

고양이는정말귀여워 (a.k.a. 고정귀): 고양이 마을을 키워나가는 게임이다. 가지각색 외모와 성격을 가진 고양이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매탈남’님 (https://www.youtube.com/@Metalnam/videos)

유튜브 ‘벵이랑스토리’님 (https://www.youtube.com/watch?v=qQoDNRGjDUU )

유튜브 ‘억울이와억수’님 (https://www.youtube.com/watch?v=LtL4BLlLNko )

유튜브 ‘그루밍데이 고양이’님 (https://www.youtube.com/watch?v=uOJPu-VCBVk )

https://www.youtube.com/shorts/I6yeBN-w2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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