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걸도 가끔은 타하니처럼 입고 싶다

에디터 하레

by 로버스앤러버스

개인적으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길을 걷다가도 눈에 띄는 패션이 있으면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물론 이목구비에 따라 인상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패션만큼 그 사람을 첫눈에 잘 드러내는 수단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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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진짜 예쁜데 왠지 재수 없다…”


<굿 플레이스>에서, ‘타하니 알 자밀’ 캐릭터의 첫인상이었다. 사람을 처음 볼 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옷 스타일인데, 큰 키에 화려한 플로럴 패턴 원피스를 입은 타하니는 마치 걸어다니는 장미 정원 같았다.


현세와 내세, 온갖 플레이스라는 플레이스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드라마 속에서 타하니의 의상들은 내내 눈길을 끈다. 대체로 수수하고 깔끔한, 편안해 보이는 룩을 입고 다니는 엘레너와 치디, 제이슨과는 사뭇 비교된다. 모두가 평상복을 입는 대낮에도 럭셔리한 칵테일 드레스를 입는 그는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띈다. 어디서나 빈틈없이 완벽하게 차려입은 타하니는 갑갑해 보이는 동시에 어딘가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어쩌면 그런 포인트가 ‘예쁘고 재수 없는’ 이미지의 핵심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보기 예쁜 옷’과 ‘잘 어울리는 옷’을 명확히 구분해 왔다. 물론 교집합에 해당하는 옷도 있지만, 대체로 전자에 해당하는 옷은 후자가 되긴 어렵다. 타하니의 옷장 속은 모조리 내겐 그런 옷들뿐일 것이다. 일단은 살짝 들여다 보자.




타하니 옷장 훔쳐보기


타하니는 화려하고 우아한, 잘 교육 받은 전형적인 영국 상류층 여성이다. 쨍한 단색이나 화려한 패턴의 의상은 인정 욕구가 높고 다소 허영심이 있는 그의 성격과 잘 어울려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한다. 남의 눈에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호화로운 파티를 주최하기 좋아하는, 생전에 만난 유명인들을 은근슬쩍 자랑하고 싶어하는 성격. 얼핏 봐도 알 수 있듯이, 타하니의 패션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평상복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연말 파티나 시상식 정도에나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옷들이다.


그런 타하니의 패션 키워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패턴: 화려한 플로럴 패턴

핏: 미디/맥시 기장의 풍성한 핏

재질: 새틴, 쉬폰 재질


<굿 플레이스>의 장면과 함께 하나하나 살펴 보자.


1. 화려한 플로럴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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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formation의 플로럴 드레스와 타하니의 착장

‘타하니 룩’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잘 들어오는 것은 옷의 패턴이다. 특히 미디/맥시 기장의 플로럴 패턴 원피스가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극 중에서 민소매, 홀터넥, 깊게 파인 브이넥 등 다양한 형태의 원피스를 돌려돌려 돌림판처럼 입는데, 마치 원피스용 드레스룸이 하나 따로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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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strom의 롱 스커트와 타하니 착장

롱 스커트에도 패턴은 빠질 수 없다. 꽃무늬에도 잔잔한 꽃무늬가 있고, 크고 화려한 꽃무늬가 있는데 타하니의 선택은 보통 후자이다. 민무늬 탑과 매치하는 플로럴 패턴의 롱 스커트는 화사한 느낌을 주어 굿 플레이스의 알록달록한 컬러감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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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os의 블라우스와 타하니의 착장

타하니가 입은 모습을 보고 오, 예쁘다 하면서 원 제품을 찾아 봤는데, 이렇게까지 식을 수 없었다. 어렸을 때 잠깐 다녔던 서예 학원에서 막 그린 담채수묵화 같은 블라우스를 저렇게 소화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소매를 걷고, 아랫단은 예쁘게 매듭을 지어 짧은 기장의 블라우스인 것처럼 만들어 검은색의 심플한 롱 스커트와 매치했다. 허전해 보일 수 있는 넥 라인에는 여러 겹의 진주 목걸이로 포인트를 주었다.



2. 미디/맥시 기장의 풍성한 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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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하니 옷장 속에 있는 원피스와 스커트 대부분은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미디나 맥시 기장이다. 다리를 드러내는 짧은 하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길고 넓은 하단은 조금 더 몸에 착 붙는 느낌의 상체와 대비되어, 걷거나 움직일 때마다 하늘하늘거리며 우아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그의 옷차림에서 공주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긴 치마의 공주 같은 핏이 답답하거나 과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타하니의 큰 키와 어울리며 시원시원한 느낌을 선사한다.



3. 새틴, 쉬폰 재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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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질반질, 챠르르한 새틴 재질의 탑과 롱 스커트의 조합 역시 자주 등장한다. 특히 블라우스나 민소매 탑과 스커트를 매치한 룩이 자주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탐나는 스타일이다. 하나의 패턴이 온 몸을 뒤덮지 않아 발랄하면서도 단정해 보이고, 신경 써서 꾸민 것 같으면서도 조금 더 편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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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빈티지의 드레스와 타하니의 착장

파티에서는 짙은 푸른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데, 긴 장갑과 함께 매치하여 마치 연말 시상식을 보는 것 같다. 단색의 드레스지만 고급스러운 쉬폰 재질이 화려한 목걸이와 팔찌, 강렬한 립 컬러와 아주 대비되지 않고 적절히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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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ingdale's 수트와 타하니의 착장

굿 플레이스의 인턴 설계자가 되기 위해 잔뜩 긴장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광택이 나는 청록색 셋업이 눈에 띈다. 극 중 타하니가 입은 가장 얌전하고 차분한 느낌의 수트이지만, 새틴 재질과 색다른 컬러로 캐릭터의 개성과 멋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천 리 타하니도 한 패턴부터


보기만 해서는 손민수가 아니다. 직접 그 바이브를 느껴 보는 것이 우리 잡지의 모토인 만큼, 옷에도 직접 끼워져 봐야 한다. 원래의 옷 스타일이 타하니보다는 엘리너(어쩌면 치디…)에 가까운, 무조건 단색! 무채색! 원피스 싫어! 를 외치던 나는 걸어다니는 장미 정원, 타하니가 될 수 있을까.


열심히 인터넷 서핑을 통해 타하니 룩의 근거지를 찾아냈다. Asos, Moscloth, 블루밍데일즈, 유니크빈티지 등의 ‘보기에 예쁜 옷’들을 보며, 일차적으로 가격에 마음을 접었다. 또한 ‘옷은 입어보고 사자’ 모임의 일원으로서, 평소 입지 않던 스타일의 옷을 온라인으로 냅다 주문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아무리 손민수라지만 굳이 같은 브랜드여야 할까? 라는 합리화가 고개를 들었다. 일단 ‘엘리너 룩’을 하고, 지갑을 챙겨 근처 쇼핑몰로 털레털레 가 보았다.



망고에서 입어만 볼게요

가장 먼저 망고로 발걸음했다. 내가 상상하던 화려한 패턴은 자라와 망고가 한계였기 때문이다. 사실 매장에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내 취향의 옷부터 집어들었던 것을 고백한다. 무심코 무난한 옷들을 뒤적이다 꽃무늬를 보는 순간 목적이 되살아났다.

MANGO 매장

그리고 나는 여기서 또 하나의 벽을 마주했다. 타하니를 손민수하고자 하는 한국의 나는 민소매나 홀터넥을 입기엔 아직 추운 계절을 보내고 있었다. 여름 휴가철의 니스나 캘리포니아 같은 날씨에 입을 만한 옷들은 아직 매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타하니 룩’을 현재 상황에 맞게 재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매장을 둘러보며 반질반질하고 화려한 패턴들을 주워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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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입어본 첫 번째와 두 번째 룩이다. 타하니가 자주 입는 투피스 스타일로, 각각 상/하의에서 화려한 패턴을 시도해보고자 했다. 첫 번째 룩의 치마는 반질반질 챠르르한 것이, “완전 타하니 옷!”이라고 속으로 외치며 집어든 것이다. 약간 창백한 크림빛이었는데, 적당히 광택이 있어 화려한 상의와 매치해도 존재감을 넉넉히 드러낸다. 두 번째는 사실 에디터 본인도 가끔 입는 스타일이다. 패턴이 아주 화려하다는 것을 빼면! 타하니의 옷들을 보다 보니 흰 셔츠에 롱 스커트는 다소 밋밋해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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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룩은 쨍한 오렌지색 치마에, 타하니처럼 블라우스 밑단을 묶어 연출해 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와! 이거 나 초등학생 때 우리집 식탁보!”를 외쳤을 법한 패턴이었지만, 입어 보니 예상외로 괜찮아 보였다. 다만 블라우스 밑단을 묶을 때 매듭이 작아야 더 귀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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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도 입어보자 싶어 마지막으로 고른 옷이다. 허리끈으로 매듭을 묶을 수 있어 샤워 가운 같은 느낌을 준다. 새틴 재질과 길이감, 패턴이 타하니를 생각나게 한다. 오히려 뒷면이 조금 더 타하니스러운 느낌을 주어서 이 친구는 뒷모습도 찍어 보았다. 갑자기 분위기를 깨는 듯한 신발은 무시하시길.



앤아더스토리즈에서 입어만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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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아더스토리즈 매장

두 번째로 들어간 앤아더스토리즈는, 정말 걷다가 우연히 꽃무늬 가득한 매장을 발견해서였다. 여기서라면 나도 타하니가 될 수 있을까 싶어 기대 가득 들어갔는데, 막상 옷들을 보니 조금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옷을 입은 나를 도저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친구와 서로 안 어울리는 옷 골라주기 챌린지를 하는 사람처럼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매장 안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괜찮을 것 같은데?’싶은 옷들에 용기를 한 스푼 더해 피팅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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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아예 안 입어보기는 아쉬워서, 짧은 탑과 새틴 재질의 바지를 골랐다. 연보라색 민소매 니트 탑과 화려한 패턴의 랩 스커트도 매치해 보았다.




이렇게 나름대로의 ‘타하니 룩’을 시도해 봤다. 사실 타하니만큼 키가 크지 않아 시원시원한 느낌은 살리기 어려웠음을 고백한다. 타하니와 내가 비슷한 점이라고는 앞머리 있는 긴 파마머리뿐이었고, 앞서 말한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회의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안 어울리는 옷을, 그것도 여러 번 입는다는 긴장감에 다 입어보고 나니 조금 지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의외로 꽤나 재미있었다. 어릴 때 하던 인형놀이를 스스로 하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그림일기 속 자신을 공주처럼 상상해 그리던 여자 어린이였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아니 차마 볼 수 없던 옷들을 입으면서 생각만큼 나쁘지 않음을 깨닫는 과정이 즐거웠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내 세계가 한뼘정도 확장된 느낌이었다.


앞서 보기 예쁜 옷과 잘 어울리는 옷을 구분해 왔다고 밝혔는데, 어쩌면 전제 자체가 글러먹었을 수도 있겠다. 이목구비가 흐릿한 탓에, 화려한 패턴의 옷들을 입으면 그냥 옷걸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왔다. 그동안 지레 겁먹고 나 스스로를 적당히 예쁘고 무난한 옷장에 가둬 둔 채 취향을 굳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는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면서, 또 동시에 “옷이 사람을 만든다”, “옷이 날개다”라고들 한다. 사실 나는 “패션의 완성은 애티튜드”라고 하고 싶다. 타하니가 우유부단하거나 소심한 캐릭터였다면, 아무리 그가 공주처럼 차려입고 있다고 한들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 과시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당하고 우아한 모습이 스타일과 잘 어울려, 그러한 캐릭터와 아웃핏의 매치가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반대로 아웃핏을 통해 잘 맞는 애티튜드를 만든다면 그것 역시 매력적이지 않을까.


‘타하니 룩’을 통해 ‘타하니 애티튜드’까지 찍어 먹어보면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것처럼 “보기 예쁜 옷이 입기 좋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차마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스타일이 있다면, 남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일지라도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스타일의 확장은 곧 내 애티튜드, 내 캐릭터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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