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즌 요거트, 천국과의 밀당

에디터 콜리

by 로버스앤러버스

모든 지역의 굿 플레이스에 꼭 있는 것을 꼽으라면? 바로 프로즌 요거트 가게다. 한 마을에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둘러보면 온통 프로즌 요거트 가게 투성이다. 왜 이렇게 프로즌 요거트가 많냐는 엘리너의 질문에 마이클은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서 모든 지역에 꼭 있는 거예요.’라고 답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엘리너의 첫 굿플레이스는 가짜였다. 마이클은 천국인 듯 천국 아닌 천국 같은굿플레이스에 어울릴 만한 애매한 디저트로, 완벽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훌륭한 걸 가져다가 좀 망쳐놓은’ 결과물인 프로즌 요거트를 준비해 뒀다. 더 완벽에 가까운 천국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재부팅한 굿 플레이스에서는 프로즌 요거트 가게가 모두 피자 가게로 바뀌기도 한다. 천국에 가깝지만 어딘가 2% 부족한 맛, 프로즌 요거트는 대체 무슨 맛인 건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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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요 대 아스

본격적으로 프로즌 요거트를 탐구하기에 앞서, 프로즌 요거트에 관한 깜찍한 이야기 몇 가지를 공개한다. 프로즌 요거트는 froyo(프로요)라는 애칭을 갖고 있고, 지구 상 어딘가에는 ‘인터내셔널 프로즌 요거트’라는 사이트가 있으며, ‘프로즌 요거트 서베이’를 진행한 잡지도 있다. 프로즌 요거트 서베이에서 가장 시선을 잡아끈 부분은 ‘95%에 달하는 사람들이 프로즌 요거트를 아이스크림보다 나은 디저트라고 여긴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즌 요거트가 생소한 개념이지만, 우리가 부먹 찍먹을 논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프요(프로즌 요거트) 대 아스(아이스크림)를 논하고 있다는 거였다. 밸런스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무래도 이 귀여운 라이벌 관계를 조금 더 파헤쳐 봐야 할 것 같았다.

프로즌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은 우선 재료와 영양소에서 차이를 보인다. 공통적으로 유제품과 설탕을 사용해 만드는데, 프로즌 요거트는 유제품 중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포함한 발효유를 쓰고 아이스크림은 크림을 쓴다. 사실 어이 없게도 이름에서 다 티가 난다. 프로즌 요거트는 얼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은 얼린 크림이라는 뜻이니까. 요구르트, 크림의 사용은 유지방 함량에서 차이를 만든다. 프로즌 요거트는 2~6%의 유지방, 아이스크림은 10~25%의 유지방을 보통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프로즌 요거트는 아이스크림보다 더 건강할까? 외국에서는 프로즌 요거트를 아이스크림보다 건강하다고 마케팅하는 경우가 흔한 듯 하다. 하지만 프로즌 요거트에 아이스크림보다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갈 수도 있고, 프로즌 요거트의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 세균들은 얼려지는 과정에서 꽤나 죽기 때문에 딱히 더 건강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먹고 싶다면 아무래도 일반 요구르트나 유산균 영양제를 먹는 게 현명해 보인다.

다행히도, 프로즌 요거트와 아이스크림 둘 다 유제품이 베이스이기 때문에 칼슘 섭취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유당불내증을 많이 앓는 한국인들에게 희소식도 있다. 프로즌 요거트는 발효 과정에서 락토오스가 감소돼서, 유당불내증을 가진 사람에게는 아이스크림보다 낫다!

결론은, 프로즌 요거트가 아이스크림보다 지방과 칼로리가 낮을 가능성이 높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아이스크림을 대체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프로즌 요거트도 아이스크림처럼 그냥 맛으로 즐기는 편이 맞겠다.




새벽배송되는 프로즌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랑 비교했을 때 그 맛은 어떨지 먹어보기로 했다. 요즘은 모든 걸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세상! 웬만큼 특이한 식자재들은 다 팔 것 같은 ‘컬리’에서 프로즌 요거트를 구했다. 사실 컬리에서도 프로즌 요거트로는 검색 결과가 없고,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라고 검색해야 몇 가지 상품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포장재에 그릭 프로즌 요거트라고 적혀 있는 크리크리 브랜드 제품을 플레인맛, 솔티드 캐러멜맛 두 가지 주문해 보았다. 슬프게도, 포장재에 적힌 프로즌 요거트는 어디 가고 컬리 상품명이 ‘그릭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다. 우리나라에서의 프로즌 요거트는 제 이름 그대로 대접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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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맛을 크게 한 스쿱 떠서 맛보았다. 우리나라의 요구르트는 맑고 가벼운 느낌이 있다 보니 배스킨라빈스의 요거트31처럼 샤베트 재질을 예상했는데 전혀 다른 식감이었다. 보들보들한 아이스크림 식감이면서, 동시에 아이스크림치고는 좀 쫄깃하고 꾸덕한 느낌이었다. 이 제품이 그냥 프로즌 요거트가 아니라 그릭 프로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웃긴 점은 그릭요거트 맛도 아니라는 거다. 요약하자면 고급진 요맘때 맛에 가깝다. 퍼 놓으면 비주얼은 꽤 괜찮은데, 꾸덕한 질감 때문에 고급진 아이스크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기본만 먹어보긴 아쉬우니 달콤함을 더한 솔티드 캐러멜 맛도 함께 주문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캐러멜이 왕창 있는 부분이 아니고서야 전반적으로 플레인과 비슷했다. 캐러멜이 많은 부분 역시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캐러멜을 넣어서 요거트의 상큼시큼한 맛을 상쇄해 보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 같다. 캐러멜의 씁쓸하고 진한 단맛과 요거트의 어중간한 궁합 때문에, 굳이 둘 중 고르자면 차라리 플레인이 나았다. 플레인도 솔티드 캐러멜 맛도 맛이 없는 건 분명히 아닌데, 아이스크림과 구분되어 비교될 만큼 독자적인 프로즌 요거트의 세계를 구성하기엔 매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아이스크림에 비해 2% 부족한 게 아니라 20% 부족하달까. 천국에 가까운 맛을 기대한 첫 시도는 아쉬움만 남겼다.




맛으로 즐기는 프로즌 요거트?!

프로즌 요거트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기 위해 이번엔 프로즌 요거트 전문점에서 배달 주문을 해보기로 했다. 배달 앱에 프로즌 요거트를 검색하면, 그릭 요거트를 팔면서 사이드로 프로즌 요거트를 팔거나 가게 이름부터 프로즌 요거트이면서 사실은 그릭 요거트를 파는 가게들이 왕창 나온다. 프로즌 요거트라는 단어 자체를 잘 안 쓰고 그나마도 보통 그릭 요거트의 별명처럼 쓰이는 와중에, 진짜 프로즌 요거트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인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a.k.a 요아정)’을 골랐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은 전국에 지점이 200개나 되고, 각 지점마다 배달 앱 후기도 많았다. ‘나만 빼고 한국인들이 프로즌 요거트를 이렇게 즐기고들 있었단 말이야?’ 라는 배신감이 슬며시 든다. 그러면서도 가게 이름이 ‘프로즌 요거트의 정석’이 아닌 걸 보면,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사람은 많지만 프로즌 요거트의 개념은 확실히 생소한 것 같다. 이 글이 한국에 프로즌 요거트를 더 널리 알리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하며 배달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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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맛은 손으로 찍어 먹어본 흔적이 남음)

플레인맛과, 요아정의 인기 메뉴라는 꿀그래(벌집꿀+그래놀라+프로즌요거트)를 주문했다. 플레인과 꿀그래 모두 상투과자마냥 예쁘게 담긴 채 배달되었다. 특히 꿀그래는 무척 훌륭한 비주얼을 자랑해서, 당장 먹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플레인맛을 먼저 한 입 먹어 보았다. 컬리의 크리크리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프로즌 요거트에 기대치가 낮아져 있었는데, 맛있다! 크리크리를 고급진 요맘때 맛이라고 느꼈던 이유는 크리크리도 요맘때도 인공적인 요거트 맛을 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요아정의 프로즌 요거트는 내가 상상하던 대로 약간의 서걱거리는(샤베트스러운) 식감도 있으면서, 보다 담백한 요거트 맛이었다. 요거트의 시큼새큼한 맛은 줄이면서 부드러운 맛은 더 살린 느낌이랄까. 찐~한 요거트 맛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는 있겠지만 아이스크림 같은 제형으로 즐기기에는 이런 달달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제격이다.

다음으로 먹어 본 꿀그래는 왜 인기 메뉴인지를 첫 입에 알게 해주었다. 프로즌 요거트에 찐한 단맛을 추가한다는 점에서 크리크리의 솔티드 캐러멜맛과 비교해보려고 했는데, 비교 불가 수준이다. 요아정의 프로즌 요거트가 비교적 시큼한 맛이 덜하다고 앞서 말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요거트의 상큼시큼한 맛과 벌꿀집+그래놀라의 단맛이 잘 어우러진다. 심지어 어릴 적 먹어 본 벌꿀집 아이스크림이 무척 맛없는 디저트로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건 바닐라+벌꿀집이라 벌꿀집의 씁쓸한 단맛이 너무 두드러졌던 거였고 상큼한 요거트+벌꿀집은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임을 알게 됐다. 이 정도면 아이스크림에 비해 2% 부족하다고 말해도 괜찮겠다.




프요 대 아스의 승자

프로즌 요거트는 과연 가짜 굿 플레이스에 있을 만큼 아이스크림의 아류 같은 느낌인가? 그렇다! 나는 요거트맛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프로즌 요거트와 아이스크림 중 하나를 택하라면 아이스크림을 택하겠다. 요거트의 상큼한 맛을 살린 건 좋지만, 아이스크림에 견줄만큼 파격적인 매력은 부족하다. 심지어 굿 플레이스에 요거트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에게는 시큼함만 안겨주는 무척 불친절한 디저트였을 거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대!’ 하며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기에는 조금 아깝다. 잊지 말자, 프로즌 요거트는 가짜 굿 플레이스에 있었지만 이는 진짜를 무척 유사하게 모방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한 번쯤 먹어보고 자체적으로 판단하되,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보다는 프로즌 요거트 전문점에서 사 먹어 보기를 권한다. 꼭 시도해보고 싶지만 주변에 프로즌 요거트 전문점이 없다면 나름 비슷한 요맘때를 사 먹으며 마음을 진정시키자. 이때 요맘때 바 말고 콘을 먹어야 프로즌 요거트와 제형이 더 비슷하다는 팁을 드린다.

꽤 맛있지만 아이스크림만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지는 못할 프로즌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있는 ‘진짜’ 굿 플레이스에 가고 싶다면 더 착하게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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