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챗봇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로의 진화.
언제부터였을까요. 인공지능(AI)과 대화하는 것이 당연해진 것이. 저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으레 AI 챗봇을 열어 질문을 던지곤 했습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은 거대한 도서관의 사서에게 말을 거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늘 한계는 명확했습니다. 그는 제가 건넨 질문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만 대답할 뿐,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내거나, 제가 원하는 일을 대신 '수행'해주지는 못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구글이 발표한 '에이전트'에 관한 백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문서를 읽어 내려가는 내내 저는 마치 새로운 종의 탄생을 목격하는 듯한 경이로움에 휩싸였습니다. 제가 알던 AI는 그저 '모델'에 불과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존재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생성형 AI 에이전트는 세상을 관찰하고 주어진 도구를 사용하여 행동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려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제 머릿속을 강하게 때렸습니다. 단순히 대답하는 것을 넘어, 목표를 가지고, 세상을 관찰하며, 도구를 사용해 '행동'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에이전트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챗봇, 즉 언어 모델(LLM)은 뛰어난 지식가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세상의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죠. 하지만 그의 지식은 학습이 끝난 시점에 멈춰있고, 외부 세계와 직접 소통할 방법이 없습니다. 마치 최신 정보를 모르고, 전화나 인터넷도 없는 도서관의 사서와 같다고 할까요.
하지만 '에이전트'는 달랐습니다. 그는 단순한 지식가가 아니라, 자율적인 '행위자'에 가까웠습니다. 사람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단계에 걸쳐 생각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며,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모델 (LLM): 학습된 데이터 안에서 단 하나의 정답을 찾아 제시합니다.
에이전트: 목표를 위해 여러 번 생각하고, 외부 도구를 활용하며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에이전트는 단순히 똑똑한 두뇌(모델)에 그치지 않고, 그 두뇌를 지휘하는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이라는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심장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쉬지 않고 정보를 받아들이고, 추론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생명의 루프를 돌립니다. 마치 훌륭한 요리사가 레시피(지식)만 보는 게 아니라, 주방의 상황을 살피고(관찰), 어떤 도구를 쓸지 정하고(계획), 직접 요리를 하는(실행) 것과 같았습니다.
에이전트의 '생각'은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백서는 에이전트가 생각하는 몇 가지 흥미로운 방식을 소개했는데, 저는 마치 AI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ReAct (사고와 행동의 춤): 에이전트는 먼저 '생각'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하지? 아, 외부 API를 호출해야겠군.' 그리고 '행동'합니다. 직접 API를 호출해 정보를 가져오죠. 이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며 최종 답변에 도달하는 모습은 마치 탐정이 단서를 발견하고 다음 행동을 계획하는 과정처럼 역동적이었습니다.
Chain-of-Thought (생각의 사슬 잇기): 복잡한 문제를 만났을 때, 에이전트는 사람이 수학 문제를 풀 듯이 생각의 과정을 하나하나 소리 내어 말합니다. "먼저 A를 계산하고, 그 결과에 B를 더한 후, C로 나누어야 정답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에이전트는 스스로 논리의 길을 잃지 않고 문제의 핵심에 다가갑니다.
Tree-of-Thought (가능성의 나무 탐험): 하나의 정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에이전트는 여러 갈래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마치 체스 마스터가 수많은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 그리며 최적의 한 수를 찾는 것처럼, 에이전트는 다양한 해결책이라는 나뭇가지를 뻗어 나가며 가장 유망한 길을 선택합니다.
저는 이 프레임워크들을 보며 비로소 AI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저장된 정보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능동적이고 구조화된 사유 과정이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지능을 가졌더라도,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없다면 그 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에이전트에게 '도구'는 가상의 두뇌를 현실 세계와 연결해주는 강력한 팔다리가 되어줍니다.
확장 기능 (Extensions): 에이전트가 직접 외부 서비스(API)의 문을 열고 들어가 필요한 정보를 가져오거나 기능을 실행하는 '만능 열쇠'와 같습니다. 항공편을 예약하거나, 최신 뉴스를 검색하는 등의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되죠.
함수 (Functions): 개발자가 보안이나 절차가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 사용합니다. 에이전트는 '이런 일을 해주세요'라고 필요한 정보가 담긴 요청서를 작성하고, 개발자는 그 요청서를 받아 안전하게 일을 처리한 후 결과를 다시 에이전트에게 돌려줍니다.
데이터 저장소 (Data Stores): 에이전트가 최신 정보를 학습하고 참고할 수 있는 '개인 서재'입니다. 웹사이트, PDF, 데이터베이스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저장해두면, 에이전트는 필요할 때마다 이곳에 들러 가장 정확한 최신 지식을 꺼내 활용합니다.
도구는 비로소 AI를 가상 세계의 지식인에서 현실 세계의 행위자로 바꾸어 놓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에이전트가 가진 진정한 잠재력이라고 느꼈습니다.
구글의 백서를 덮으며, 저는 AI에 대한 정의를 새로 써야 했습니다. 이제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변'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목표'를 주면 스스로 '계획'하고, '도구'를 사용해 '실행'하며, 우리를 대신해 복잡한 과업을 해결하는 '자율적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Google의 Vertex AI와 같은 플랫폼은 이제 개발자들이 이런 똑똑한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합니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개념이 현실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태어나는 순간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 새로운 존재와 함께, 우리는 어떤 미래를 그려나가게 될까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진정한 협력자로서 말입니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