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AI의 미래는 SLM이다
Agentic AI가 기술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지금,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식을 떠올립니다. 바로 Agentic AI = LLM 이라는 공식이죠. 복잡한 추론, 계획 수립, 도구 사용까지, 강력한 LLM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NVIDIA는 최근 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들은 현재의 LLM 중심 아키텍처가 "꼬리가 개를 흔드는(the tail wagging the dog)" 상황, 즉 기술의 본질이 아닌 LLM의 제약사항에 애플리케이션을 억지로 맞추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글에서는 NVIDIA가 왜 거대한 LLM 대신 작고 날렵한 SLM(소형 언어 모델)이 Agentic AI의 미래라고 선언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개발자와 기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심도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Agentic AI 시스템에서 언어 모델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습니다. 어떤 도구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고, 작업 흐름을 제어하며, 복잡한 문제를 하위 작업으로 분해합니다. 지금까지는 이 역할을 가장 뛰어난 지성을 가진 하나의 LLM에게 맡기는 것이 표준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명백한 대가가 따릅니다. NVIDIA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합니다.
"엔비디아는 모든 AI 에이전트 작업에 하나의 대형 언어 모델을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비용, 지연 시간(Latency), 오버헤드, 호스팅 요구사항, 상업적 약정 등 LLM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에이전트 호출이 LLM의 API 엔드포인트를 거치도록 설계하는 것은 마치 망치로 모든 종류의 못을 박으려는 시도와 같습니다.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간단한 작업에는 과도한 성능(Overkill)입니다.
NVIDIA가 제시하는 해법은 급진적이면서도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바로 Agentic 시스템의 중심을 LLM에서 SLM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소형 언어 모델(SLM)이 Agentic 시스템의 많은 호출에 충분히 강력하고, 본질적으로 더 적합하며, 필연적으로 더 경제적입니다."
복잡한 목표는 여러 개의 모듈식 하위 작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각각의 하위 작업은 해당 작업에 맞게 특수화되거나 미세 조정된(fine-tuned) SLM 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SLM 중심 아키텍처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낮은 지연 시간(Lower Latency): 더 빠른 응답성으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합니다.
감소된 리소스 요구사항: 메모리, 계산 비용이 줄어들어 운영 비용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엣지 배포(Edge Deployment) 가능성: 경량화된 모델은 Edge Device에도 배포되어 진정한 분산형 AI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미세 조정의 민첩성: 특정 도메인이나 작업에 맞춰 빠르고 저렴하게 모델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LLM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LLM은 정말 고차원적인 추론이나 계획이 필요할 때만 "선택적으로, 드물게 호출되는" 전문가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일상적인 업무는 효율적인 SLM 군단이 처리하는 것이죠.
NVIDIA는 단순히 비전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구현할 구체적인 방법론인 Data Flywheel 접근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는 실제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SLM 에이전트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Data Flywheel을 구축하기 위한 6단계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데이터 수집: 기존 LLM 기반 시스템에서 실제 사용자 상호작용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데이터 정제: 민감 정보를 제거하고 데이터를 익명화합니다.
패턴 클러스터링: 데이터를 클러스터링하여 반복되는 작업 패턴(예: '사용자 정보 조회', '결제 처리')을 식별합니다.
SLM 선택: 각 작업 유형에 가장 적합한 SLM을 선택하거나 개발합니다.
미세 조정: 해당 작업 패턴 데이터셋으로 SLM을 미세 조정하여 작업별 전문가로 만듭니다.
지속적 개선: 배포 후에도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 수집하여 SLM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개선 루프를 운영합니다.
이 프로세스를 통해 조직은 거대하고 범용적인 LLM에 대한 의존도에서 벗어나, 날씬하고 전문화된 SLM 에이전트 군단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모델의 파라미터 수를 성능과 동일시해왔습니다. 하지만 NVIDIA는 이 관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현대적인 훈련, 프롬프팅 및 Agentic 증강 기술을 통해, 역량이 — 파라미터 수가 아닌 — 구속력 있는 제약 조건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통찰입니다.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범용 모델보다, 특정 작업에 맞춰 정교하게 fine-tuning된 수백만 파라미터의 SLM이 해당 작업에서는 훨씬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가입니다.
NVIDIA의 주장은 Agentic AI 개발의 패러다임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나의 LLM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는 저물고, 다양한 크기와 기능을 가진 모델들이 협력하는 '다중 모델 생태계(Multi-model Ecosystem)' 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개발자와 기업은 이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모든 작업에 정말 LLM이 필요한가?
반복적인 하위 작업을 식별하고 이를 처리할 SLM을 도입하여 비용과 Latency를 줄일 수 있는가?
Data Flywheel을 구축하여 우리만의 특화된 SLM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SLM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넘어,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며, 더 강력한 Agentic AI를 만드는 길입니다. 이제 거대한 모델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NVIDIA가 제시한 SLM 중심의 미래는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