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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군자 Mar 25. 2021

유튜버 신사임당의 '가족 같지 않은 회사.'

어떤 가족에 들어갈지는 스스로 선택하자

"기타 상호 존칭, 회식 없음, 가족 같지 않음."


단군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돈 버는 법'과 '경제적 자유'를 얘기해 스타반열에 오른 구독자 141만 명의 유튜버 신사임당. 그가 함께 일할 편집자를 구하면서 쓴 공지의 마지막 구절이다. 단순한 3개 문장에 불과한데도 이 회사에 들어가면 쓸데없는 감정 노동은 안 해도 되고 사생활은 분명히 지키는 선이 있으며, 일만 깔끔하게 하면 되겠구나! 모든 게 전달된다.


요즘 같은 시기에 회사가 가족이라고 했다가는 ' 족같은 소리하고 있네'라는 핀잔을 듣기 딱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개인주의적인 문화의 회사를 들어가도, 회사는 기본적으로 가족의 형태와 닮아있다. 우선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만 하루에 8시간이 넘는다. 사실 엄마 얼굴보다 더 자주 보는 게 상사 얼굴이니 보내는 시간만 따지면 가족과 비등하다. 그리고 마치 집안의 가장처럼, 최종 결정에 나서는 리더가 있고 팀원들은 이를 따르는 구조다. 아무리 개인이 뛰어나도 팀플레이가 기본이고 내가 하는 일도 팀의 소속에 따라 결정된다. 리더 결정에 따라 1년 내내 뻘짓을 하기도 하고 팀 변동에 따라 개인적 바람과는 전혀 다른 업무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마치 가족 문화가 있듯이 회사 안에도 특유의 조직 문화가 있다. 어린아이가 잘못을 했을  " 가서 생각 의자에 5 동안 앉아있어!"는 집이 있는 반면 바로  옆집에서는 "맴매! 맴매 어디 갔어?! 이놈~시끼, 가서 맴매 가져와!" 정도로 다른  가족의 문화이다. 결국 어떤 가족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아이의 포용력과 온화함도 달라지게 된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수평적이고 포용적인 문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서로의 실수를 보듬고 포용하며 협력해나갈 것이다. 안타깝게도 경직된 구조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결국 서로에게 무례하기 쉽고 자기가 경험한 불평등을 재생할 수 있다.


개인의 생각은 묵살하고 리더의 의견에 복종해야 하는 억압적 구조가 있다면, 결국 참기만 하는 아래 직원들의 불만과 분노는 쉽게 내재화된다. 그리고 이들은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를 같은 직원들 혹은 자기보다 아랫사람들에게 똑같이 내리 갈굼하게 된다. 마치 부모님에게 배운 폭력을 반 친구들에게 행사하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Photo by Tim Gouw on Unsplash

대학을 막 졸업하고 수많은 지원서와 면접의 고비를 넘어가던 때, 아직도 잊히지 않는 면접이 있다. 서류 통과와 토론 면접 등을 거치고 난 실무진 면접이었다. 나와 다른 한 명의 면접자 총 2명이 여러 면접관을 만나는 다대다 면접이었다. 팀장급으로 보이는 면접관들이 여럿 있었다. 면접관은 한 3명 정도였나? 다른 기억은 흐릿한데 받은 질문만큼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만약 상사가 내가 보기에 부도덕하거나 타당하지 않은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할 건가요?"


회사의 일과 내 가치관의 대립을 묻는 질문.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반에게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옆자리 응시자가 먼저 대답할 기회를 받았다.


"만약에 도덕적으로 잘못되어 있거나 문제가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하는 이유를 묻고,

제가 이해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하겠습니다."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대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럼 그 이유가 말도 안 되면요? 타당하지 않은, 정말 잘못된 일인데도 하라고 하면요??"

"네?... 타.. 타당하지 않은 일이면 잘못된 일이다 말씀드리고 하면 안 된다고 설득을 하겠습니다."

"그래도 계속하라고 하면요?"

"잘못된 일이라면.. 계속 시키셔도 저는 끝까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겠습니다."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지원자는 주변의 압박에도 도덕성을 끝까지 유지하겠다.라고 의사를 밝혔지만 면접관들의 표정은 왜인지 만족스럽지 않아 보였다. 내 차례가 돌아왔다.


"회사는 가족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의 결정을 따르듯이, 상사가 결정한 일이라면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부담 없이 편하게 내 생각을 얘기했다. 왜인지 내 대답에는 별다른 질문이 따라오지 않았다. 오른쪽 끝 우리 이모뻘 되는 인상 좋은 면접관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띠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 나는 다음 면접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이후의 면접에서 옆자리의 면접자는 보지 못했다.  명의 면접자가 경쟁처럼 앉아있었던  생각하면 그날 자신의 진실한 도덕성을 어필한 그분은 좋은 소식을 받지 못했던  같다. 하지만 그게 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


나는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똑같이 합격 통보를 준 다른 회사를 들어갔다. 그 날 면접장에서 한 말이 거짓이었던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회사는 가족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면접관은 그날 내가 속으로 삼킨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가족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네요.'


가족과 회사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이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지만, 회사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린 더 좋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유튜버 신사임당의 커뮤니티 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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