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만이라도 봤으면

소수의 취향을 가진 당신을 위한 추천

by Robinsoon

지난해 극장은 역대 최대 관객수를 동원했다. <극한직업>의 뜻밖의 흥행으로 시작해 <어벤저스: 엔드게임>, <기생충>뿐 아니라 <알라딘>의 장기 흥행으로 상반기에만 천만 영화 4편을 기록했고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하반기에도 <겨울왕국 2>가 개봉해 총 5편의 천만 영화를 내걸으며 역대 최대 관객 수를 찍었다.


하지만 어떤 영화들에게 천만은커녕 십 만이라는 수치도 꿈만 같다. 작년에 개봉한 독립영화 중 최고 화제작이었던 <벌새>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극장에 버틴 끝에 십만 명을 돌파했으며('19.08.29~09.27), 역대 전 세계 최고 흥행작인 <어벤저스: 엔드게임>가 국내 관람객 천만을 넘기는데 2주도 채 안 되었다('19.04.24~05.04). 그나마 <벌새>는 입소문을 빌려 거의 대박을 낸 케이스로 또 다른 독립 영화 흥행작인 <메기>는 5만을 넘기지도 못 했다.


우리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 독립/예술 영화를 많이 봅시다, 이런 의무감 섞인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다.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극장 가는 건데 그 와중에 무슨 영화계 걱정까지 하면서 영화를 봐야 하나. 각자 즐기고 싶은데로 영화를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영화도 꽤 괜찮아요, 한 번 보는 건 어때요' 라고 넌지시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에 이 시리즈를 떠올렸다. 모두가 재밌다고 느낄 순 없지만 좋다고 느낄만한 그런 영화의 매력을 더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다. 천만이 적당히 재밌다고 느낀 영화가 있다면 십만이 정말 재밌다고 느낀 영화도 있다. 어쩌다 보니 다른 사람 말고 당신의 취향만을 저격할 수도 있는 그런 영화.


좋은 영화의 기준은 각자 다르지만 나의 기준은 이렇다.


문화적 차이를 넘어 누구나 공감과 이해가 가능한 캐릭터
감독의 의도나 메시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줄거리
그럼에도 해석의 다양성이 있는 영화
두 번째 봤을 때 처음 봤을 때만큼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유명한 영화제의 수상작들은 대체로 이런 경향을 띈 경우가 많았다.


이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몇 가지 룰을 정한다면 다음과 같다.


영화가 개봉한 뒤 일주일 안에 쓸 것
최소한 두 번 이상 관람할 것


이 두 가지 룰을 머릿속에 새기고 누구도 시키지 않은 연재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내 글을 읽은 누군가가 그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서 소비한 두 시간가량의 시간과 만 원 남짓한 돈에서 그 이상의 만족을 느끼기 바라면서.


소수의 취향을 가진 당신을 위해 이 영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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