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To the Lighthouse
수업을 통해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다. 영문판이든 한글 번역본이든 이해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던 <등대로, To the Lighthouse>. 이전까지 저자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페미니즘 경향의 자살한 영국 여류작가라는 점 정도. 작품의 난해함은 영문학 전공자 사이에서도 꽤 유명했다.
전개가 의식의 흐름을 따르기에 이야기의 맥락을 찾는게 어려웠다. 그래도 다시 읽을 때 마다 새롭게 보이는 게 있다는 건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고전(Classic)의 조건 중 하나는 곱씹을 때마다 다른 맛이 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인물들의 사고가 맥락 없이 떠다니고 화자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기술된다. 이를 통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면적인 성질이 부각된다. 한 인물은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에서 평가되고 묘사된다. 그 특징들은 때로는 같은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조적일 때도 있다.
재밌는 점 하나는 매 장이 의문문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인물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의문을 놓지 않는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눈으로 관점이 이동하면서 똑같은 인물임에도 전혀 다른 평가가 나타난다. 책임감 있는 지도자는 독선적인 꼰대로 보이기도 하고 현실에 무기력한 공상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본연을 잃지 않는 낭만주의자가 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명확해 보였던 인물의 개성이 점점 흐릿해진다. 마치 수많은 사진으로 만든 모자이크 초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개개인이 있는 것처럼.
실제 삶에서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몇 가지 특징을 토대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유형에 맞춰 생각한다. 상대가 한 말 몇 마디, 행동 몇 가지 정도로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결론짓는다. 입체적인 인물을 평면화하고 이를 '이해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이해의 대상이 사물이 아닌 사람이 될 경우 '안다'가 아닌 '아직 잘 모르겠다'라는 결론이 나오는 게 역설적으로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편향적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시선으로 입체적인 누군가를 전부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평소 타인에 대해 쉽게 결론짓는 것을 경계하려 하지만 나 자신도 누군가를 평면화하는 습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 이유에선지 그녀의 작품은 내 안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다.
# 예전에 페북에 올렸던 글을 수정해서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