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빈 Sep 11. 2017

유아 넥스트 (You're Next) 2011

공포 영화 팬들을 위한 공포 영화의 찬가


최근 들어 국내 공포 영화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예전과 달리 풍성하지 못하다. 제임스완의 [컨저링]의 성공 이후 국내에는 동일 또는 유사한 형태의공포 영화들이 주로 수입되고, 간혹 [겟 아웃]이나 [맨 인더 다크]와같은 유형의 영화들이 등장하곤 있지만 수입에서 배급까지 순탄한 길을 걷고 있지는 않다. 국내 공포 영화제작 환경의 경우  [부산행], [곡성]이나 [장산범]같은 영화들이 나름 성공을 거두면서 공포 영화 제작이 늘어날 것 같은 느낌도 가질 수 있게 하지만 아직까지는장르적인 다양성에 많이 모자란 느낌을 준다. 그런면에서 미국의 젊은 신예 감독 애덤 윈가드의 2011년도 착품 [유아 넥스트]는장르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도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표본이다.



방위 산업 무기 관련 업체에서 일하다가 최근 은퇴한 데이비슨 가족이 부모님의35주년 결혼 기념일을 기해 부모가 은퇴를 위해 준비한 시골의 저택에 모여든다. 대학에서교수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아름다운 부인과 좋은 직장을 가진 드레이크, 자유분방 하고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막내 딸 오브리, 그리고사고 뭉치 막내 아들 펠렉스가 각각 자신들의 여자 친구과 남자 친구를 데리고 모여 부모의 결혼을 축하하고자 한다.하지만 파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동물 모양의 마스크를 한 남자들의 공격으로 가족들이 차례로 죽음을 당한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고, 인정 사정 봐주지 않는 괴한들의 습격에 패닉에빠진 가족들은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19세의 나이에 단편 공포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한 아담 윈가드의 2011년도 작품 [유아 넥스트 You’reNext]는 홈 인베이전 장르 (집으로 침입해온 악당들에 의해 가족이 공격받고 가족이 이에대항하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들)에 고어 (잔혹한 살인이나신체 홰손을 담은 영화)와 슬레셔 (살인범이 주인공 이외의등장 인물들을 무자비한 폭력으로 살해하는 영화)를 결합하여 나름대로 신선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홈 인베이젼 영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퍼니 게임]이나 2008년 제작된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과 같은 영화들과의 차이점은 이 영화는 주인공을괴롭히는 침입자의 모습을 그려내기 보단 그 자리에 고어적인 신체 훼손을 집어 넣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전체적인 색깔이나 진행은 어둡게 유지되지만 그러면서도 유머를 빼지 않고 있다. 대화나 상황에서 더 할나위 없는 멍청한 대응이 불러 일으키는이런 유머는 80년대 10대팬들을 대상으로 만들어 졌던 슬래셔 영화의 전통을 21세기 영화에 가지고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죽음의 장면들은 많은 부분 슬레셔 장르에서 “하면 죽음으로 이르게 되는“ 법칙을 충실하게 따른다. 이와 같은 흐름은 특성은 감독과 각본가의 의도적인 구성으로, 슬래셔장르를 아는 관객이라면 소리를 지르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유머 장치로 활용된다. 이런 유머적인 장치와 장르에 대한 감독과 각본가의 애정이 개봉한지 5년이넘은 이 영화에대해 아직도 컬트적인 인기와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영화를관람하게 될 경우 많은 관객들이 이런 종류의 영화에 대한 혐오감을 내세우거나, 유머 코드를 이해하지못할 가능성이 높다. 공포 영화 팬으로는 아쉬운 면이지만, 문화와감상법이 다르니 그것을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장면 마다 숨쉬고 있는 장르의 오마주들은공포 영화 팬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들의 경우 연기는 80년대 장르 배우들처럼 지나치게 과장된 언사나몸짓을 보여주진 않지만, 연기의 호흡이 물흐르듯 좋거나 한 건 아니다.가장 인상적인 연기는 마스크를 쓰고 연기한 살인범들이고, 대사가 가장 적었던 사이몬 바렛 (영화 각본가이기도 하다)라고 한다면 아마 이해가 될 것 같다. 마스크를 쓴 범인들의 경우 하얀색의 표정 없는 마스크가 슬래셔 장르의 대표작인 [할로윈]이나 [13일의금요일]의 살인범 캐릭터와 비교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영화가 진행이 되면 될수록, 그리고 살인범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들어내고 말을 하면서부터 그런 카리스마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전개이지만, 조금 구성에 신경을 썼다면 더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살인범들에게 대차게 반격하는 에린역을 맡은 샤니 빈슨은 영화 전반에 반전의 매력을 부여하기에는 부족함이 보인다.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1편에 [마운트 로드]에 여주인공인 브리 터너 같이 좀 더 연약하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배우가 캐스팅 되었다면 조금 더 낳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담 윈가드가 나름 주목을 받는 이유는 데뷔 단편이나 2000달러로제작된 첫번째 장편 영화 [홈시크 Home Sick]가 뛰어난완성도나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은 아니다. 2010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 출품된 [어 호러블 웨이 투 다이]나 이 영화 역시 천재적인 아이디어나 연출역을 보여주진 못한 평작 수준의 영화이니 그것 때문도 아닌 것 같다.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호러 장르를 이해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빠른 시일안에 적은 예산으로 어느정도수준으로 뽑아 내는 능력에 있다. 2007년 2000 달러의예산으로 만들어낸 [홈시크 Home Sick]를 로마 필름페스티벌에 출품하면서 다른 저예산 영화 [팝 스컬 Pop Skull]을완성하여 AFI 필름 페스티벌에 출품 할 정도로 다작 능력을 데뷔부터 선보이는 윈가드의 능력은 엄청난 메가 성공을 보장하진 못하더라도 공포 영화에 목말라 하는 영화 팬들에게는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