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의 법적인 문제 네번째 이야기
수탁자의 책임 (Fiduciary Duty)라는 규정은 국내에서 법을 공부하면서도 잘 알지 못헀던 부분이고, 아주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에 처음 뉴질랜드에서 공부를 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수탁자의 책임 (Fiduciary Duty)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륙법계에서는 널리 활용되지 않는 법적인 개념인 신탁 (Trust)에서 발생하는 개념이라 보면 된다. 근대적인 신탁 제도의 발생의 기원은 중세 시대 귀족들이 전쟁에 나가게 될 때 법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아내나 제 삼자가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 관리인을 임명하면서 재산관리인이 자신의 자녀나 아내의 이익을 위해서만 재산을 처분 또는 관리 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는 관계에서 발전했다. 최근에 들어서는 현대적인 신탁은 재산을 관리함에 있어서 사업의 실패나 문제로 인하여 (연대 보증과 같은 상황으로 예기치 않은 빚을 지게 되는 경우 등) 자신의 자산에 대한 가압류 조치 및 채권자의 설정이 들어 올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해, 또는 자신 생성한 자산을 자녀들에게 상속하는데 있어서 자녀들의 배우자나 또는 자녀들의 잘못된 경제적 결정으로 인하여 재산의 손실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위해 많이 활용된다. 이와 같은 영미법계의 신탁 계약 및 신탁 설립 운영에 관한 내용은 대륙법계의 신탁 업무 및 신탁 설립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많은 오해를 낳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이와 같은 신탁계약의 체결과 신탁 설립을 통한 자산 보호 업무, 보호되고 있는 자산들을 관리하고 안정성 있는 투자처에 투자하는 주선하는 Asset Planning과 Asset Management에 관한 업무를 다루어본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일부 영국과 미국의 변호사 회사들의 경우는 아애 이와 같은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펀드와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데 최근 일부 고소득층의 해외 자산 관리와 관련하여 발생한 논란중에서 이런 업무를 하는 변호사 회사 또는 자산 관리 회사의 데이터 베이스에 정보가 누출되어 발생한 일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신탁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수탁자의 의무라는 개념은 이후 자산 관리인의 개념을 넘어서서 더 많은 법적인 관계에 적용되게 되었다. 이 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수탁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측이 그런 의무를 부여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다른 어떤 종류의 의무 (신의 성실의 원칙이나 비윤리적 행위 금지에 대한 원칙과 비교 하더라도)에 비해 강력한 의무를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미법계의 법원들은 이와 같은 의무를 새로운 관계에 부여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까지 판례를 통해 수탁자의 의무가 인정된 관계로는 아래와 같은 관계들이 있다.
1.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에서 고용인의 의무 위반
2. 변호사/ 회계사와 고객과의 관계에서 변호사/ 회계사의 의무
3. 에이전트와 고객과의 관계에서 에이전트의 의무
4. 주식회사의 이사와 회사와의 관계에서 이사의 의무
5. 비즈니스 파트너 간에 있어서서의 상호 권리 보호와 관련한 의무
프랜차이즈 계약 관계에서 수탁자의 의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한 소송에서 가맹점측의 변호사들이 이를 강력하게 주장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캐나다의 경우 1975년 캐나다 Supreme Court에서 결정된Jirna v. Mister Donut of Canada [1975] 1 S.C.R. 2을 통해 이와 같은 논의가 판례에서 적극적으로 다루어지게 되었다. 위의 판례에서 미스터 도넛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던 Jirna는 미스터 도넛과의 계약을 통해 미스터 도넛으로부터 재료를 공급받기로 되어 있는 계약의 규정에 대해 가맹점의 권한을 심각하게 침혜하고 있을뿐 아니라 일반 시장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가격보다 오히려 높게 책정 되어 있어 예상했던 만큼의 이익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 했다. 이에 따라 가맹점은 가맹 본사사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재료 공급등을 통해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한점에 대해서는 민사상의 사기를 그리고 계약 체결에 있어서 파트너쉽에서 인정 받는 수탁자로써의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캐나다 Supreme Court는 가맹점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계약 관계상에서 파트너쉽이 존재하지 않고, 독립된 법인체로써의 상호 균등한 협상력에 기초한 계약 이었던 만큼 수탁자의 의무를 가맹 본사에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사례에서도 이와 같이 가맹 본사에 수탁자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많은 법원들이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뉴욕에서 있었던 Adiel V Coca Cola Bottling Company of New York 사건에서 가맹점은 코카 콜라 회사의 판매 영업 사원이 가맹점에 코카 콜라 지역 배급권을 판매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판매권을 평생 보장하거나 또는 가맹점이 이를 포기하기 전까지는 보장해준다고 말한 것에 의거하여 수탁자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주장에 코카 콜라가 자신의 지역 대리점 영업권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가 전혀 있지 않았다는 주장도 더해졌지만, 뉴욕 지방 법원은 이에 대해 수탁자의 의무는 양자간의 균등한 협상력을 갖춘 상황에서 채결된 계약 관계에서는 발생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켈리포니아 법원도 Walker v KFC 에서 이와 유사한 판결을 내려 가맹본사가 가맹점을 상대로 수탁자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 이와 같은 의무를 가맹본사에 부과하기 위해서는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다른 사람에게적극적인 신뢰를 표시하면서 권한을 양도하고, 그 권한을 양도 받은 사람이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권한을 양도한 사람의 업무에 영향을 미칠 경우”라고 말했다. 또한 Broussard v. Meinek Discount Muffler Shops 판례에서 미국의 Court of Appeal 4th Circuit은 이와 같은 미국 법원과 캐나다 법원이 수탁자의 의무를 프랜차이즈 계약 관계에 적용하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로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서로의 목적이 상황에 따라 상이한 독립된 비즈니스 간에 체결된 계약으로 이와 같은 관계에서 수탁자의 의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원들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많은 프랜차이즈 계약 관련 재판에서 수탁자의 의무가 가맹 본사에 있음을 확인 해달라는 가맹점들의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부 판례의 경우에 있어서 가맹 본사의 행위가 심각하게 잘못 되었다고 법원이 판단할만한 근거가 존재하는 경우이거나 일부 주의 법원이 프랜차이즈 계약 관계에 있어서 수탁자의 의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법률 이론을 따르는 경우에 근거한다. 이에 따라 많은 가맹점들은 이와 같은 사례와 자신들의 사례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주장한다. 가맹 본사의 수탁자의 의무가 인정된 사례로는 미국에서는 미조리, 사우스 다코타, 그리고 애리조나주 법원에 의해 인정을 받은바 있으며 사우스 다코타주 법원은 Arnott v. American Oil Co. 판례를 통해 명시적으로 “프랜차이즈 계약은 파트터쉽과 유사한 계약 관계로 양자간에 수탁자의 의무가 내재하는 관례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결한바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의 배경에는 설사 가맹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한다고 할지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상표나 이름이 아닌 가맹 본사의 이름을 이용하여 판매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파트너쉽 또는 Agent 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뉴욕 주 법원의 경우도 가맹 본사의 비 윤리적인 행위나 가맹점 사업자가 자신의 가맹 사업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행위를 했을 경우에 있어서 예외적으로 수탁자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Sbarro v, Shien Tien Yuani 판례로 대만에서 이민을 온 이민자에게 자신의 가맹 사업을 같이 할 경우 아무런 걱정 할 것이 없다고 유도한 가맹사업자인 Sbarro에게 뉴욕주 법원은 수탁자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판결한바 있다. 하지만 이 판례에서 피고인 Sbarro는 단순한 가맹 사업자의 수준을 넘어서, 물품 공급과 변호사, 여기에 비즈니스 컨설턴트로써의 역할까지 수행한 것이 증거를 통해 밝혀진 사례로 극단에 위치한 사례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외에도 미국의 일부 주 법원에서 가맹 본사에 수탁자의 의무를 부과한 판례들을 살펴보면 가맹 본사가 비즈니스 아이덴터티 보호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가맹점의 운영에 대한 높은 수준의 관리 감독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이를 인정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에 아직까지 이와 같은 수탁자의 의무와 같은 법률적인 관점을 프랜차이즈 계약 관계에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강조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의 요구와 2014년 4월 개정되는 가맹 거래법의 많은 내용들중 불 공정 거래 행위의 상당수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수탁자의 의무와 연관된 분쟁과 유사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점포 환경 개선 강요나 영업 시간 강요와 같은 행위들은 미국이나 캐나다 법원에서도 비즈니스 관리 감독의 영역에서의 과다한 간섭으로 볼 수도 있는 행위이고, 허위 과장 정보 또는 예상 매출과 관련된 내용들의 경우 역시 상당 부분 수탁자 의무와 연관된 판례들에서 다루어졌던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국내 법의 개정 방향이나 내용은 이미 이전에 보았던 신의 성실의 원칙이나 비 윤리적인 행위를 근거로하여 가맹 본사의 행위를 규약하기 보다는 공정 거래라는 입장에서 계약 당사자간에 수탁자의 의무를 강조하는 경향으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단, 이러한 접근법의 문제점은 실무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행위들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하고 금지 할 것인가에 대한 실무적인 입장에서의 연구 또는 논쟁이 없었다는 점이라 보인다. 이에 따라법의 적용에 있어서 앞에 말한 신의 성실의 원칙이나 비 도덕적 행위에 대한 원칙을 이들 법률을 적용하는 기준선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 할만 하다. 특히 최근의 경제 상황과 같이 불황이나 소규모 비즈니스의 패업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와 법 개정을 통한 분쟁의 가능성이 증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좀더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