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유니버스의 오프닝 - 가득한 볼거리 하지만 알맹이는 어디에?
1930년대 몬스터 무비는 유니버셜의 존재와 성장을 이끌어준 위대한 유산이다. 론체이니의 [오페라의 유령]으로 시작해서 벨라 루고시의 [드라큘라], 보리스 칼로프의 [프랑켄 슈타인], [프랑 켄 슈타인의 신부], [미이라], 프레더릭 마치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클라우드 레인의 [투명인간], 론체이니 주니어의 [울프 맨], 1950년대 괴수 공포물의 걸작인 [검은 산호초의 괴물]과 같이 30년대에서 50년대에 이르기까지 유니버셜이란 영화사를 먹여 살리고, 성장시킨 근간에는 공포 영화가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언젠가 과거의 영광의 시대를 다시 살려내는 작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최근에 마블 유니버스나 DC 유니버스와 같은 세계관을 통해 슈퍼 히어로가 같이 등장하는 시대가 오니 유니버셜이 다시 공포 괴수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런 주인공이 되는 히어로나 괴물들이 한영화에 등장하는 영화는 이미 유니버셜이 1940년대부터 특화시켜온 장르이기도 하니 큰 문제는 아니다. (유니버셜의 프랑켄 슈타인, 투명인간, 드라큘라, 늑대인간은 40년대 시리즈 물에서 한 작품에 수 없이 출연했다.) 그렇게 유니버셜의 괴수들이 득시글 거리는 세계관을 다시 만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영화가 [미이라]이다.
고대 이집트. 공주 아마네트는 뛰어난 무술 실력과 결단력, 지도력을 인정받아 차기 파라오가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새로운 왕비와 사이에서 왕자를 얻자 그녀의 왕으로 가는 길에 방해물이 생긴다. 결국 권력을 얻기 위해 죽음의 신 세트와 계약을 맺은 아마네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와 새로 생긴 남동생을 살해하고 그 대가로 죽음의 신 세트를 지구로 불러내려 하지만, 제사장들의 반란으로 세트의 부할 의식이 중단되고 그녀는 산채로 미이라가 된다. 그리고 현대. 이라크에서 고개 문물을 도굴하는 일을 하는 타락한 미군 모튼은 우연히 얻은 고대 무덤의 지도를 따라 이라크 반군이 주둔하고 있는 마을에 잠입한다. 그러던 중 이라크 반군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전투 중 폭탄이 떨어진 구멍을 통해 사막에 오랜 시간 감춰져 있던 고대의 무덤이 발견되고, 수천 년 동안 감춰졌던 아마네트와 죽음의 신 세트의 부활이 다가온다.
맨 처음에 [미아라]의 개봉 소식이 전혀 졌을 때의 생각은 “얼마 전에 리메이크를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이었다. 이미 1999년에 브랜던 프레이저와 레이첼 와이즈 주연의 [미이라]를 만든 적이 있는 유니버셜이 똑같은 영화를 다시 리메이크한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보았다. 이런 질문은 유니버셜이 다크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30-40년대 괴수들이 출연하는 시리즈물을 제작할 것임을 밝힘으로 풀렸다. 그러고 보니 1999녀의 브랜던 프레이저 주연 작픔은 이런 의도에 맞지 않는 거 같았다. 1999년도 작품을 중심으로 다크 유니버스를 창조하려면 1999년의 캐릭터인 오코넬 가족이 괴물들과 싸우는 스토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3편에서 비슷하게 시도된 바가 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 그러니 전체적인 설정을 변화시켜야 했다. 그렇다면 1932년 원작은 어떨까? 나쁘지 않은 설정인데 문제는 주인공이 악당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주인공이 톰 크루즈라니… 전체적인 구성에서 크루즈가 악당 이모텝을 연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특히 영화의 절반 이상을 붕대를 감고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할 판이고, 톰 크루즈가 괴물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찜찜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다크 유니버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고민 끝에 제작사와 감독이 찾은 솔루션은 여자 미이라의 등장. 원작과 1999년도 작품의 설정을 거꾸로 놓고 가는 것이었다, 여자 미이라의 등장이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적절한 카리스마와 능력만 부여하였다면 말이다. 이 영화의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기존의 [미이라]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이모텝을 기대했겠지만, 아마네트는 이모텝이 아니었다.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괴물도 아니었다.
아마네트의 능력을 얘기하다가 보면 [미이라]는 다른 영화 들에서 빌려온 콘셉트와 장면들이 넘쳐 난다는 점을 지적 안 할 수 없다. 의도적으로 차용한 것이라면 차용한 영화들에 대한 찬사나 오마주 같은 느낌이어야 갰지만 그런 의미로 그런 콘셉트들을 차용 한 것 같지는 않다. 단순하게 예전 공포 영화 들에서 아이디어만 빌려 짜집기한 느낌만 들뿐이다. 예를 들어 십자군의 기사들이 무덤에서 살아나 사람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1971년 스페인 공포 영화인 [무덤의 사자들]의 차용이고, 죽은 동료가 찾아와 말을 거는 장면은 존 랜드스의 명작인 [런던의 미국인 늑대인간], 좀비들이 주인공을 물속에서 쫓아오는 장면은 흡사 루치오 풀치의 [좀비]나 [에어리언 4]를 연상하게 한다. 사람들과 키스를 통해 정기를 빨아먹고 희생자가 좀비가 되어 돌아다니는 설정은 토비 후퍼의 [라이프포스]가, 런던 지하철 공사 중에 대규모의 고대 무덤이 발견되는 건 [FiveMillion Miles to Earth]가 생각나게 한다. 심지어 1999년도 [미이라]에 나오는 모래 폭풍의 장면도 다시 한번 사용되는데, 이 정도면 감독이나 각본가의 상상력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볼 필요가 없는 영화냐고 물어볼 것이다. 구성과 스토리는 허술하고, 캐릭터들은 전혀 연대감이나 특성이 부여되지 못하고 있고, 장면들의 창작성이나 상상력은 심각한 부족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못 봐줄 만큼 못 만든 영화는 아니다. 톰 크루즈가 죽었다가 살아나고, 좀비와 아마네크에 시달리고, 끊임없이 쫓기며 개고생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나름 보면서 재미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추천하 고공포 영화 팬들이면 꼭 봐야 한다고 할 것도 못된다. 그냥 하루 일과를 마치고 머리 속 가득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 위해 본다면 충분한 가치를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유니버셜이 다크 유니버스라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수많은 주옥같은 괴수물 리메이크를 선언했던 시리즈의 오프닝 치고는 그 닥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예전보다 확실이 나아진 특수효과와 많은 예산을 바탕으로 괴수물의 부활을 선언했지만, 30-40년대 흑백 영화의 독특한 감성과 느낌을 살려 내진 못할 거 같다. 그리고 러셀 크로우와 톰 크루즈를 캐스팅했다면 이것보다 좀 더 나은 영화를 만들어 내야 하지 않았 느냐는 팬으로 서의 원망도 조금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