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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대기업 생활

프롤로그

by 영혼까지공돌이

나는 지금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살고 있다.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1위로 늘 언급 되는 곳이다. Mercer라는 기관 기준으로는 6~7년 연속 1위를 하고 있으며,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도 올해 1위로 올라섰다. (그 동안은 호주 멜버른이 7년 연속 1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 산지는 이제 2년. 현재는 내가 하고싶은 공부와 연구를 하며 시간적, 정신적으로는 여유로는 삶을 향유하며 지내고 있다. 이곳에 오기전에는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취업을 하고 싶어하는 '대기업'의 연구원으로서 6년여간 일을 하였다. 내가 다녔던 대기업 연구소의 근무환경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고, 연봉도 내가 입사할 당시 회사가 실적이 너무 좋아서 성과급을 많이 받은 탓에 국내 신입사원 연봉 중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액수를 받았다. 거기에.. 나는 이곳에서 내 군대 문제까지 해결했기에... (전문연구요원이라는 대체 복무제도를 회사에서 한 케이스이고.. 현재는 대기업에서 바로 할 수 있는 길을 닫혀버렸다.. 운이 정말 좋았다.) 결국 퇴사를 한 지금도 회사를 다닌 것에 대한 1%의 후회도 없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로 나와 살고 있는 지금 역시도.. 회사를 더 다닐 걸 그랬나? 란 후회와 미련 역시 1%도 남아 있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수요일 점심 때 나오던 점심 특식은.. 비엔나에서 비싼 돈 주고 먹어도 만족 할 수 없는 점심과 비교했을 때 그립긴하다...)

내 생활 신조 자체가 선택을 후회하기 보단 그 선택을 후회없게 만들기 위해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자

이기 때문에 더 후회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나의 인생에서 잠을 자는 시간, 밥먹는 시간, 그리고 여가 시간등을 제외하면 온종일 회사에서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일 터인데,

그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고, 너무 열심히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나 스스로를 이 안전하고 풍요로운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오게 만든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소소한 취미로 원래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로봇공학을 다시 건드리기 시작했다. 석사 과정까지 로봇 연구를 하였지만, '이게 내가 앞으로 가야할 길인가?' 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돈도 벌고 싶고하여 박사과정으로의 진학을 뒤로한채 대기업 병역특례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하였고, 운이 좋게 기회를 얻어 나의 즐겁기곧하고 힘들기도하고 슬프기도 했던, 그러나 정말 감사하고 있는 대기업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일련의 글을 통해서 내가 다루고자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대기업 생활 들여다보기

대리말년차에 퇴사를 하였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물론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 약간의 이해를 하고 있었던 그 시절 그 때를 회상하며, 대기업에 대한 여러가지 환상(?) 또는 겁나 부려먹는 곳이라는(?) 안좋은 인식(?) 같은 것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인 생활과 시스템을 나와 내 주변 동료들의 경험담등을 토대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취업 준비 생분들에게는 좋은 미리보기가 될 수도, 신입사원들에겐 약간의 조언이 될 수도 있을거라고 본다. 물론 이미 대리, 과장이상의 직급으로 이미 회사생활 베테랑인 분들에겐 이런 생활도 있구나.. 하는 많은 친구들 이야기중 하나정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 대기업의 장점과 단점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듯 장점만 있지는 않고, 단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대기업의 장점이 너무 좋았지만, 인생의 가치관의 가중치가 단점을 더 확대 시켰기에 조금씩 퇴사를 준비하게 되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겐 공감을 누군가에겐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3. 퇴직에 이르기까지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품에 늘 사표를 지니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내가 로또만 되면 이놈의 회사 때려칠텐데... 아.. 이직할까? 등등의 생각을 한다. 내가 다녔던 직장은 이직한다고 해서 딱히 더 좋은 조건으로 갈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직을 고민하는 경우도 더러 보기는 했지만, 내 동기들만 보더라도 이직/퇴직율이 정말 낮은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퇴직을 결심하고, 이렇게 해외에 나오게 된 심경 변화, 준비 과정등도 공유해보고자 한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겐 용기가 되기도하고, 좀 더 현실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판단하고 자신을 향한 옳은 결정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내 가장 가까운 삶의 동반자인 와이프도 나보다 조금 이르긴 했지만 역시 대기업에서 퇴직을 했기 때문에, 그런 와이프의 이야기까지도 한번 다뤄 볼 수 있도록도 해보겠다. 퇴직을 고민중인 분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조언과 용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 좀 더 넓게 바라본 관점에서 글을 쓰고자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나라는 사람의 경험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가 내가 다녔던 직장, 그리고 내 소속부서에 국한 된 편헙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이야기가 모든 대기업을 대표하지도 않을 것이고, 모두의 가치관등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하나의 참고자료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만 어떤 대기업의 어떤 부서에서는 이런식으로 일을 하게 되는 구나.. 하는 옅보기로 생각하며 읽어주기를 희망하며 프롤로그를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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