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할까? 그냥 편하게 놀다올까? - 동기 만남의 장
자 긴 취업의 터널을 뚫고 최종 면접에 합격을 하였다면 정말 기쁘고 좋을 것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부모님댁으로 축하 꽃바구니와 케잌이 배달 되기도 하였다. 그덕에 부모님까지도 어깨 으쓱 기분 좋은 시간이다!! 유후~~. 최종면접 합격이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바로 신체검사였다. 회사의 규모나 시스템에 따라 그냥 가까운 병원가서 신체검사 증명서 같은걸 받아오라고 하는데도 있고, 회사 자체에서 의료진을 불러다가 사옥 내에서 신체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 순간에도 혹시나 신체검사의 이상으로 합격이 취소 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갖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 같다. 그 만큼 소망하던 일이 이루어 졌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순간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필자 역시... 병역 특례의 TO는 지극히 제한적인데 반해 지원자들의 스펙은 정말 하늘을 나는 급이었기 때문에 (해외 유수대학 석/박사 출신도 다수..), 내가 합격할 가능성이 그렇게 높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기에 정말 합격문자 받고는 지금의 와이프인 여친과 부모님에게 기쁨의 전화를 돌리던 순간이 8년정도가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합격의 기쁨이 잠잠해 질 때 쯤.. 한두달 후에.. 오늘의 주제인 신입사원 연수를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된다.
연수원 입교(?) 안내 장에는 올때 정장을 입고 오라는 당부사항과 필요한 준비물들이 언급 되어 있다. 졸업/결혼식때만 입는 정장를 입고 두근두근 내가 타야 하는 버스에 탑승 후 연수원에 가면 말로만 듣던 신입사원 연수가 시작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뉴스에서 간부들을 위한 재롱잔치 느낌이라며... 욕을 먹기도 하는..). 버스에는 삼삼오오 이미 학교 선후배 사이라 아는 것인지, 내가 모르는 정모같은게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친해보이는 사람도 더러 있고, 걍 혼자있는 사람도 많다. 혼자 왔다고 그다지 초조할 필요는 없다. 연수 시작과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반(팀)편성 이니까. 6~7주정도의 연수기간에 중 5주가까이를 이 팀들과 매일매일 동거동락 하기에 굳이 엄청 노력하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으로 친분을 쌓아갈 수 있는 구조이다. 뒤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이렇게 연수를 통해 만나게 되는 이
'동기' 들이 바로 신입사원 연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보물이다.
신입사원 연수의 목적은 기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은 이러한거 같다. 그룹 차원의 비전과 가치의 내재화. 좋게 말하면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일종의 세뇌와도 같다. 하지만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업이 정말 잘 성장하려면 임원진과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비전과 가치관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고, 그 와중에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사심등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막 우겨넣는게 아니고 정말 자연스러운 게임, 연극, 뮤지컬등등 다양한 장르로 조금씩 쌓아 나가는 것이다. 그럼 이런 활동들을 엄청 열심히 해야 할까? 열심히 하면 뭔가 우등 사원이 되서 부서 배치되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것 아닐까? ... 개개인마다 입장이 다르겠으나, 일단 연수 때 열심히 하고 잘한건 현업에 배치될 때 부서장에게 알려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 6개월도 되지 않아서 잊혀진다고 본다. 그 이후에는 현업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평가 될 수 밖에 없다. 왜냐?, 그냥 '잘한다 잘한다' 말로 전해 들었을 뿐.. 보지 못했으니까.. 절대 현업에 있는 선배들, 상사들 기억엔 하나도 각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의 회사 생활을 위해서 굳이 연수에서 목숨걸며 의욕에 차서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동기들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조모임 할 때 뺀질뺀질데는 녀석과 굳이 친해지고 싶지 않듯, 공동의 목표를 이뤄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나몰라라 하는 친구랑 친구가 하고 싶어 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하는 조 전체가 새로운 가치를 공유해서.. 적당히 하고 보다 친목과 편의를 중시하기로 합의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그러고는 맘편히 연수를 즐기며 많은 친구를 만들면 가장 성공적인 연수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연수의 성적표는 매일매일 팀에 채점하듯 부여하는 점수가 아니라, 회사에서 평생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동기를 만났느냐가 진짜 라는 것!
사실, 연수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분들도 회사 생활을 건강하게 하는데 있어 동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분들이기에, 표면적으론 교육과 체험등의 목적을 두고 있는 반면 그 이면에는 보다 많은 추억들을 동기들과 공유하고, 이겨나갈 수 있게 유도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필자의 과거회사가 부서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회사여서 더 이 부분에 치중하였을 수도 있다.)
물론 '친구' 자체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지만, '동기' 친구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다.
첫째. (동기가 같은 팀이 아닌이상) 같은 업무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업무적 이해관계가 서로 없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의 불만사항을 누구보다 잘 공감해 주고 잘 알고 있다.
셋째. 서로 유관부서에 있다면 서로 최고의 조력자로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다.
넷째. 정보의 창고이다. 동기 여럿이 모이면 회사의 다양한 이슈, 몰랐던 복지 혜택 등의 정보가 차고 넘친다. 나이가 다를 뿐, 입사후에 라이프 사이클이 유사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결혼/출산 등) 정말 별별 정보가 많다.
다섯째. 내 위치/직책/팀 변화에 무관하게 늘 친구같은 존재 (회사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 중 유일함)
여섯째. 퇴근하고 번개하기 좋다. (회사앞.. 또는 같은 버스를 타고 나가서 만나면 됨, 점심때모이면 상당수 모임 가능)
이정도? 그래서 분기마다 있었던 동기 모임에는 무조건 참석하는 편이었는데, 팀 회식과 유사한 장소에서 모임을 하는데도, 편하고, 마냥 재미있고 했던것 같다. 그리고, 부서간의 협업을 중시하는 회사일 수록, 내가 컨택해야하는 부서에 동기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것만큼 행운일 때가 없다. 내가 3~4년 넘게 신뢰를 쌓아야 겨우 만들어 낼 수 있는 유관 부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동기들과는 짧은 신입사원 연수기간동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사원이라면, 유관 부서 사람에게 전화하면 너무나도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에 위축되기 쉬운데, 동기가 있다면 전화나 메신저로 슬쩍 물어볼 수도 있는것 아니겠는가. 적어도, 그 딱딱한 말투의 사람은 자기 팀 신입사원에겐 친절하게 알려줄 가능성이 높으니까. (아닌 경우도 더러 있는데.. 뭐 팀내에 다양한 사람 유형에 대해선 또 다음 기회에 적어볼까 한다)
회사를 떠난 지금도 옛 팀사람들과 동기들은 내 오랜 친구들이 그리운만큼이나 보고 싶고 그립고 하다.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모임에는 몇번 참석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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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연수에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나에게 묻는 다면.?
열린 마음과 넉넉한 휴대폰 카메라 용량!
(풋풋한 그들의 모습 저장.. 5~10년 눈깜짝하면 가버리는데 정말 많이 늙어버려서 비교해보면 재밌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