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by 로칼두

카페에 들어섰다.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여유롭게 앉아 있는 사람들. 때론 여럿이서 떠들기도, 때론 혼자의 삶을 몰두하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찬 풍경이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공간에서 가장 정적인 사람은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였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책을 읽는 여자였다. 책을 읽기 때문에 눈에 띄는 걸까. 아니면 여자였기 때문에 눈에 띄는걸까. 아니면 둘다 일까. 그녀의 얼굴을 쓱하고 곁눈질로 훑어봤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에 몰두하는 표정. 책을 읽어내려가는 그녀의 정성어린 시선이 예뻐보였다. 왠지 그녀의 주변에 멤돌고 싶어졌다. 커피라도 한잔하면서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점원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아, 커피를 아직도 안시켰네. 메뉴판을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는 유자차를 마신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건 그 사람의 주변에 관심을 가짐을 의미한다.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나도 유자차가 먹고 싶었다. 그녀가 먹는 유자차가 궁금해졌다. 처음으로 카페에서 유자차를 시켰다. 그녀가 먹는 유자차가 곧 나왔다

유자차가 담긴 잔을 듣고 그녀와 가장 멀리 떨어진 창가에 앉았다. 카페에서 읽으려고 가지고 온 책을 펼쳤다. 책의 이름은 차라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니체라는 양반이 쓴거라고.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 생각 앞에선 이 책은 너무 초라해졌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든, 그녀에 대한 진리보단 재미없었다. 책을 덮었다. 지금 이 책을 읽는 건 시간낭비였다. 그녀를 알고싶다.


그녀가 있는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아, 그녀는 이미 자리를 떠버렸다. 그녀가 있던 테이블은 공허함만 남아있었다. 지나간 기차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이 카페에 없었다. 더 이상 이 카페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카페를 떠났다.


기차는 떠나갔고, 다음에 올 기차는 그 기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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