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이불을 덮었다. 아빠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덮은 이불이었다. 그의 온기가 느껴졌다고 말한다면, 그건 소설적 허구였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그의 기분만 짐작할 뿐이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을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에게 무슨 말을 남기려고 했을까. 그는 무엇을 후회했을까. 그리고 그 후회는 죽기 전에 해소됐을까. 물음의 물음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물어보기엔 이미 시간이 지났고, 그 질문은 그가 떠난 후에서야 생겼다. 굳이 따지면 물어보기엔 늦은게 아니었다. 질문은 그저, 그때 생긴 거였다. 애초에 답변없는 질문이었다.
데모크리토스는 유물론자였다. 인간의 몸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람의 몸이 해체되면, 분해된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삶 이후의 삶은 없다. 그의 삶 이후엔 무엇이 있을까.
누구라도 인간의 원칙에선 예외가 될 수 없다. 그조차도 그의 삶 이후엔 아무것도 없다. 안타깝게도, 때론 당연하게도. 나는 인간의 삶이 끝이 있다고 믿는다. 사후세계, 천국, 지옥 이런 것들을 믿지 않는다. 물질은 해체되었고, 그 물질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내게 남겨진 몫이다.
후회는 없다. 역사는 직선으로 흐른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은 이미 존재하며, 사건 이후에 생긴 사건은 새로운 사건이다.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건 그 사건 이후에 무엇을 할지 결정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