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정치평론

촛불시위인가? 촛불혁명인가?

언어 프레임의 전쟁

by 로칼두
PYH2017031131360001300_P4.jpg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 하루 만인 2017년 3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출처: 연합뉴스)


2016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농단사태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권력은 가만히 있었고 분노한 국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국민들은 끊임없이 모였다. 남녀노소, 직업 상관없이 촛불을 들었다. 그러한 움직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었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들, 특히 진보 계열에서 이 운동을 '촛불혁명'으로 부른다.


국민들의 운동은 자랑스럽고, 권력에 대한 감시를 국민들이 이뤄내, 정권 교체를 이룬 사례이다.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앞으로도 역사에 남을 사례임은 틀림 없다. 하지만 이것을 촛불 '혁명'으로 부르기엔 문제가 있다.


혁명의 정의를 살펴보자.

1.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

혁명 세력

2.

이전의 왕통을 뒤집고 다른 왕통이 대신하여 통치하는 일.

3.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혁명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을 의미한다.박근혜 정부 이후, 우리의 정치 제도는 변화한 것이 있는가?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바뀐 것이 있는가? 여전히 불평등한 경제 구조는 여전하며, 부동산 가격은 전혀 잡지 못했으며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고, 잘 사는 사람은 그대로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남북관계가 통일에 가까워졌는가? 트럼프 정권 이후, 한미 관계가 완전히 바뀌어는가?


그리고 이 질문들에 대해, 하나라도 긍정적 답변을 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든다. 바뀐 것은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갔으며, 대통령의 이름이 바뀐 것이다. 대통령이 바뀜에 따라 야당이 여당으로 바뀐 것. 이 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물론 진보측 세력에선 자신들을 선, 그 이외의 사람들은 '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서, '촛불혁명'이라는 언어 프레임을 갖고 왔다.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전략일뿐. 진실이 되지 못한다.


요새 나는 정치 유튜버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진보 계열 유튜브 영상 댓글들을 보면 가끔 눈을 찌푸리게 된다. 거의 신격화된 댓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위인화, 촛불혁명이라는 이름 아래에, 문재인 정부가 모든 영광을 가지고 오는 듯한 모습이다.


어떠한 세력을 지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신격화하는 움직임에 대해선 반대한다. 그러한 믿음은 감각을 무디게 하며, 진실을 스스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비판적 태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비판과 비난은 다르다.)


그들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논리는 '촛불혁명'이며, 보수 세력이 여전히 힘을 못쓰고, 비판 받는 부분도 '박근혜 세력'이라는 이름표이다. 보수 세력이 무엇을 하려고 시도할때마다, 계속 촛불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에 모든 논리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보수 세력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촛불혁명'이라는 프레임을 박살내고, 촛불 혁명을 촛불시위로 격하시키는 언어적 투쟁을 해야 한다.


혁명은 어떠한 시스템을 뒤바꾸는 시도이다. 그러나, 2016년과 현재의 대한민국은 차이가 있는가? 그에 대해서 의문이다. 진보 세력은 혁명을 일으킨 세력이 아니라, 앞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혁명을 일으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고 (물론 정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들은 이미 기득권이 되어버린 상태이기에, 정권을 유지하는 방법만을 모색할 것이다), 보수 세력은 혁명이라는 언어 프레임과 싸워, 단순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제에서 기인한 권력 비리이며, 그녀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명분,( 실질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을 기반으로 새로운 권력 생산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페미니즘의 모순, 한 청년대변인의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