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버지를 벗어나지 못하다

by 로칼두

아빠가 살아있던 시절이 있었다. 놀랍게도


내가 유일하게 존경했고, 앞으로도 유일하게 존경할 사람이었다.


하지만 존경과 따라가는 건 다른 문제이다.


그의 고지식함을 보면서 절대 그처럼 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학교 교수였다.


하지만 돈이 되는 걸 하기보다는 자기가 재미있는 걸 하는 사람이었다.


재밌는 걸 하면, 돈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를 그렇게 배부르게 먹인 걸 보면.


어느날 내가 물었다.


왜 그렇게 늘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냐고.


그는 남들이 안한 분야를 하는게 재밌다고 했다.


그리고 남들이 그 분야를 하기 시작하면, 또 다시 다른 분야를 연구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시절에도 10년전에 아버지가 한 연구를 같이 하자고 연락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난 그 당시 그의 대답을 듣고 만족했다.


그래야 우리 아버지지. 평범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가 사라지고 덩그라니 나 혼자 남았을 때


내가 가장 걱정한 건 단 하나였다.


잘 살 수 있을까? 가 아니라


재밌게 살 수 있을까?


삶에 치여 남들처럼 생존을 위한 삶을 살까봐 두려웠다.


그가 사라진지 어느 덧 7개월이 되었다.


조금은 희망이 생긴 거 같다. 어떻게 재밌게 살 수 있을 지 알 것 같은.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돌이켜보니 나는 아버지처럼 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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