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헤매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네 파스타 가게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나의 작은 사회에서는 어딜 가든 막내였다. 모두가 어른이었고, 나는 한참 어린애였다.
점장님의 지인분이 놀러 왔던 날이었다. 가게를 쭉 둘러보시다 재료 손질을 하던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어떤 사이인지는 잘 몰랐으나, 점장님보다는 훨씬 어려 보였다. 그래도 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30대 정도 되었겠구나, 가볍게 인사를 하고 하던 일을 마저 했다. 점장님은 잠깐 쉬었다 하라며 같이 이야기를 하자고 하셨다.
두 어른 사이에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랴? 그저 어른의 대화란 이런 것이구나, 듣고만 있었다. 나도 저 나이 때는 이런 화제로 이야기를 하겠구나. 어떤 얘기인지도 모르고 끄덕끄덕. 열심히 공감되는 척을 했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올해의 11월이 되어버렸다. 두 달만 있으면 나는 만 28세다. 아홉수라는 말이 괜히 미신처럼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나도 두렵다. 올해 예상치 못한 퇴사로 벌써 이렇게 혼란스럽고 불안한데, 아홉수가 와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아홉수를 겨우겨우 버텨내면 세상에, 서른이 되고 만다. 그렇게 어른 같아서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들의 나이. 그런데 막상 내가 생각하던 어른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스폰지밥을 보며 낄낄대고, 순댓국을 시켜도 소주는 생각나지 않는다. 월 300은커녕 제 발로 뛰쳐나와 8월 부로 백수가 되었다. 거기다 하던 직무는 이제 하고 싶지도 않다. 이 나이 때는 모두가 프로페셔널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줄 알았는데 아니다.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해보고자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안정적이게 돈을 벌고 싶어서다. 원래 하던 일은 업계가 점점 축소되기도 하고, 전문성이 있는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30대가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다양한 길을 터놔야 이곳저곳에서 일을 해보고, 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 정도로 확고하게 결정을 하기 전에는 2달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방황을 했다. 나는 극한의 F성향(MBTI)이지만, 냉정한 사회에서는 T적인 사고가 필요했다. 그게 매우 고통스러웠다. 방황이 길어지면 손해다, 그 생각으로 울며 겨자 먹기를 시작했다. 29세(만 28세) 여자 신입직원. 그게 내 목표가 되었다. 다들 자리 잡기 시작하는 나이에 이러고 있는 것 같아 영 마음이 불안하다.
몇 주 전 친언니가 딸을 낳았다. 신생아실에서 마주한 작은 것을 보며 내가 이모라니, 네가 내 조카라니. 얼떨떨했다. 몇 년 뒤면 이 녀석이 내게 세뱃돈을 달라며 절을 할 것이다. 그때 '절은 어른한테 하는 거야~'라고 했다간 이모는 아직 어른이 아니냐고 물어보겠지? 와. 그러면 참 할 말이 없다. '글쎄, 잘 모르겠어.'라는 대답은 조카를 얼마나 혼란스럽게 할까. 집에 가서 언니에게 곤란한 질문을 잔뜩 쏟아놓을지도 모른다. 갓난아기를 보고 이런 생각이라니. 내 마음 상태가 이렇다.
걱정 없이 즐거운 날도 있고, 끝없는 우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도 있다. 어제도 그랬고, 몇 년 전에도 그랬고, 입시를 할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삶이란 그것의 연속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른에도 그렇게 살고 있겠지? 걱정이 태산이고 이리저리 헤매는 삶. 사실 다른 어른들도 똑같은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쪼록 그 안에서 삶의 지혜를 모으고 싶다. 그리고 최선이고 싶다. 20대가 가버리기 전에 어쨌든 그것을 시작하고 싶다.
장황했지만, 30대를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 모든 이에게 응원의 말을 남기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길 바란다. 흔들리지 말고, 흔들릴 때는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 볼 것. 그것이 참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