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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개돌개 Jul 23. 2024

디즈니의 뺏겨버린 위시. 성공한 다양성, 실패한 주인공

영화 '위시' 분석 및 감상문

위시 (Wish)

영화 2024


1. 영화 제작배경


영화 <위시>는 북미 2023년 개봉을 목표로 만들어진 디즈니의 100주년 기념 작품으로, ‘아샤’ 라는 이름의 흑인계의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소원을 이루고 싶어 하는 세계의 다양한 인종이 모여 형성된 나라 ‘로사스’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는 2016년 <모아나>로부터 시작하여 디즈니는 <인어공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등의 영화에서 줄줄이 유색인종 캐릭터가 주인공을 맡으며 백인 중심의 캐릭터보다 유색인종 캐릭터의 등장 비율을 높이고 있는 문화다양성의 시대적 배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화 <위시>는 100주년 기념 작품인 만큼 디즈니 스튜디오 작품의 가장 크고 공통된 요소인 소원과 희망이라는 요소를 주로 하고 있다. 감독은 기존의 디즈니 작품을 분석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별에 소원을 빈다.’라는 공통점을 찾아냈다고 한다. 이는 디즈니의 또 다른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인 <공주와 개구리>에서 대표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디즈니의 핵심 주제인 ‘소원’을 영화의 주제로 하여 100주년 기념작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디즈니의 유산을 잇는 동시에 앞으로의 미래로 나아가자는 목표를 가지고 디즈니의 100주년 기념작 영화 <위시>의 제작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제작 배경을 토대로 영화 <위시>에서는 애니메이팅 기술의 면에서도 눈에 띄는 연출을 처음으로 시도한다. 디즈니의 전작 <라푼젤>에서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제작 방향은 3D 애니메이팅으로 바뀌었지만 <위시>에서는 2D와 3D 애니메이팅을 모두 사용한다. 살아 움직이는 동화를 보여주듯 동화적인 2D 배경에 3D 기술을 입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게 된다. 영화 <위시>에는 실제 그림책과 같은 종이 질감이 느껴지는데, 이는 ‘스페이스 텍스처링’ 이라는 시각 효과 기술로, 오직 영화 <위시>를 위해 디즈니가 만들어내 완성한 새로운 기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개봉 전 제작 과정에서부터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할 것이라는 예고를 하였다.


영화 <위시>의 가장 큰 화제는 디즈니의 100주년 기념작이라는 점 또한 있었지만 실력이 보증된 작곡가들이 만들어낸 OST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래미상을 수상한 작곡가 벤자민 라이스, 저스틴 비버와 셀레나 고메즈 등의 유명 가수와 협업한 싱어 송 라이터 줄리아 마이클스가 만들어낸 OST는 개봉 전 뮤직 스팟으로 선 공개되기도 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또한 국내의 유명 아이돌 ‘아이브 안유진’을 <위시>의 메인 테마곡 ‘This wish’를 부르는 스페셜 싱글 콜라보레이션 아티스트로 선발하며 K-wave와의 콜라보를 통해 영화 <위시> OST를 알리고 길게는 영화 자체의 흥행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요소들로 인해 영화 <위시>는 개봉 첫날부터 11만 관객이 찾는 쾌거를 이루었고 6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다 개봉 13일 만에 2024년 새해 첫 100만 돌파작으로 <겨울왕국2> 이후 가장 빠르게 100만 관객을 유치하며 극장에서 내려간 이후에도 OTT 디즈니 플러스에서도 여전히 뛰어난 OST와 연출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2. 감상 포인트


영화 <위시>의 감상 포인트는 단연 디즈니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시각적 효과와 미장셴 이라고 할 수 있다. 별과 소원이라는 환상의 소재를 가지고 있는 영화 <위시>인 만큼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커다란 효과 없이도 빛만으로도 환상적임을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게 느껴진다. 디즈니 스튜디오의 이전 작품 <겨울왕국>에서는 엘사의 외적 변화나 마법을 웅장하고 거대하게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얼음으로 된 거대하고 화려한 왕국이 세워지는 과정을 집중해서 보여주거나 얼음 옷으로 변화하는 장면을 클로즈업 하여 연출한 것들이 그 예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영화 <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각 효과는 웅장한 스케일이나 외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작은 ‘반짝임’과 순간의 ‘빛’에 있다. 이는 영화 <위시>의 핵심 주제인 ‘별’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이를테면 아샤가 넘버 The wish를 부르는 장면에서 반짝이는 작은 별들이 노래를 부르는 아샤의 곁을 맴돌며 아샤를 감싸는 연출이 등장한다. 그 이후에는 한순간의 빛이 펼쳐지며 온 왕국의 사람들을 환하게 비추는 연출이 이어진다. <겨울왕국>만큼의 거대한 스케일의 시각적 효과는 아니지만 잠깐의 반짝임만으로도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의 거장인 디즈니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관객의 마음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효과를 가지고 온다. 이후에도 별에게서 나오는 반짝이 가루 등의 효과는 기존의 디즈니 연출보단 다소 소박해보일지 모르지만 영화 <위시>이기에 가능한 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연출은 마법을 쓰지도 못하고 특별함도 없지만 꿈을 향하는 의지를 반짝임으로 보는 영화 <위시>의 주제를 더욱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된다.


이러한 시각적 연출은 2D 배경에 3D 애니메이팅이 합쳐지는 ‘스페이스 텍스처링’ 기술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영화 <위시>는 3D 기술만 사용하였던 최근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길에서 벗어나 동화책이 살아 움직이는 듯 2D 배경에 애니메이팅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이러한 부분은 아샤가 넘버 The wish를 부르며 아래로 내려온 꽃줄기를 치우고 별을 향하여 달려가는 부분에서 더욱 극대화 된다. 연필의 느낌이 남아있는 2차원의 배경 위로 3D의 캐릭터가 자유롭게 내달리는 동선과 팬 회전하는 카메라 워킹을 합쳤을 때 관객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동화 속으로 들어간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또한 영화 <위시>가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인 만큼 영화 내에서 이전의 디즈니 작품을 오마주한 연출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 또한 하나의 즐거운 감상 포인트가 된다. 대표적으로는 1959년 개봉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있다. 아샤의 친구들인 달리아, 가보, 할, 사이먼, 사피, 다리오, 바지마는 모두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일곱 난쟁이인 박사, 행복, 심술이, 졸음, 재채기, 부끄럼, 멍청이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소원 구슬이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에서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라푼젤>의 풍등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며 만족해하는 매그니피코 왕의 모습이나 매그니피코 왕이 타락한 후 모든 반영이 일어나는 거울이나 유리 등에 자신의 얼굴을 띄우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잘생겼지?” 라고 말하는 부분 또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사악한 여왕에서 따온 대사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말레피센트>나 <공주와 개구리> 등에 나오는 빌런 캐릭터가 으레 그러하였듯 사악한 마법을 쓸 때마다 초록색 연기와 빛이 등장하는 것 또한 디즈니의 과거 작품들을 오마주하여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도된 이스터 에그 장면들을 찾아보며 영화 <위시>를 다시 한 번 감상한다면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실패요소 분석


영화 <위시>는 이전의 디즈니 작품에 비하면 비교적 격정적이지 않고 캐릭터의 힘이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사랑이라는 디즈니의 급훈과도 같은 요소를 빼놓고 서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위시>의 초기 구상 과정에서 현재는 마스코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별이 변신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남성 주인공으로 등장해 아샤와 사랑을 한다는 구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걷어내고 디즈니는 영화 <위시>에서 온전히 스스로 일어서는 여성 서사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부분이 단순히 나쁘다곤 말할 수 없다. 남성 캐릭터와의 로맨스 대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 정령이 된 <겨울왕국> 또한 히트를 쳤던 여성 서사로서 대표적이며 동시에 같은 디즈니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영화 <위시>에서는 이 점이 문제가 된다. 이는 아샤가 온전히 너무나 홀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점이 문제의 촉발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영화가 그러하지만 특히나 뮤지컬 영화에서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홀로 노래를 부를 수 없다. 그것이 우정이던, 사랑이던, 가족애이던 서로에 대한 감정을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넘버 또한 한 개씩은 들어가 있는 것이 보통의 뮤지컬 영화이다. 하지만 <위시>에서는 온전히 아샤 혹은 매그니피코 왕 개인을 위한 노래나 다 같이 부른다 한들 안타고니스트인 매그니피코 왕을 물리치기 위한 동맹을 위한 노래만 불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아샤 라는 캐릭터 한 명만으로는 이 뮤지컬 영화를 이끌어 나갈만한 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위시>에 대한 아쉬운 평가를 내리는 이들이 많아졌으리라는 생각이 들며 나 또한 그러한 감상에 동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위시>를 단순한 아류작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분명 좋은 점 또한 있었다. 영화 <위시>는 단순히 기존의 디즈니를 답습하고 기리기보단 앞으로의 디즈니를 보여주는 의미 또한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디즈니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성은 어린 아이들만이 아닌 어른들까지도 포섭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작품 안에서 현실의 가치관이나 현실적인 고민이 투입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샤라는 캐릭터는 진실을 알고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겪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소원 성취식의 진실을 알고 나서 영화 <위시>의 가장 큰 어른인 할아버지가 이뤄질 수 없는 꿈을 왜 말해서 나를 아프게 하냐는 대사 또한 빨간약과 파란약 담론을 떠올리게 한다. 아샤는 진실을 외면하고 영원히 아이로 살 것이냐, 진실을 받아들이고 어른이 될 것이냐 라는 과도기의 길목 사이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현실의 담론이 들어오게 되면서 선악으로 확실하게 나눠지던 이전의 디즈니와 달리 영화 <위시>에서는 가치 판단의 여지를 두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매그니피코 왕이 물론 폭력적이고 강박적이며 나르시즘적인 성향이 있는, 악역으로 느껴질 만한 사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결국 다시는 이전과 같이 가족을 잃고 싶지 않으며 왕국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목표에서 온 것임을 생각하면 매그니피코 왕이 잘못된 길을 걸은 것이 사실이라도 그를 완벽한 빌런이라 칭할 수는 없다. 아샤 또한 결과적으로는 백성 모두의 꿈과 희망을 돌려주겠다는 각오를 했지만 그 시작은 가족의 소원을 이루고 싶다는 어쩌면 이기적으로 느껴질 만한 목표에서 시작하게 된다는 점에서 아샤를 완벽하게 선역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이러한 입체적이고 흑백논리로 빌런과 선역을 구분할 수 없게 된 캐릭터의 서사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적인 삶을 생각해보면 실제하는 사람들을 선과 악 두 가지로 나누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디즈니가 더 이상 쉽고 단순한 동화만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전포고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입체적인 캐릭터가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흑백논리로 캐릭터를 나눴던 디즈니 서사에 비하면 많은 발전을 했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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