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부처 Dec 16. 2024

R&R을 따지는 놈이 범인?

이 글은 linkedin에 직성 했던 글입니다.

linkedin에 작성하는 여러 글들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좀 더 길게 작성하고자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R&R을 따지는 놈이 범인이다”라는 주제와 관련된 글을 몇 편 읽었습니다.

관련된 글들을 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 조직 간의 협업 문제,

• 팀장과 개발자 간의 명확한 R&R 정립,

• R&R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갈등 등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주제에 대해 개발 조직 관점에서 제 생각을 한 스푼 얹어 보고자 합니다.


개발을 하면서 경험했던 다양한 개발자 유형을 R&R을 기준으로 분류해 보면,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1. R&R에 따라서 일한다.

내 R&R이 아니더라도, 긴급한 업무일 경우 적극적으로 협업한다.


2. 철저하게 R&R에 따라서만 일한다.

내 역할이 아닌 업무는 명확히 선을 긋는다.


3. R&R에 따라서 일한다. 하지만 내 R&R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

팀의 목표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는 일을 수행한다.


가장 많은 유형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1번 유형: R&R에 따라서 일하지만, 긴급할 땐 협업!


제 경험으로는 1번 유형이 가장 많았습니다.지금도 여전히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죠.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Role에 따라 책임감을 갖고 일합니다. 조직 내에서 긴급한 업무가 발생하거나, 팀원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도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2번 유형: 철저한 R&R만이 살길이다!


2번 유형은 조직 내에서 약 10~20% 정도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R&R을 명확히 정의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평가받아야 할 업무에 대해 책임감과 열정을 갖고 일하는 분들입니다. 주로 본인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하지만, 팀으로,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적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유형이 있는 조직은 항상 잡음에 시달렸는데요, 제가 관찰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제 Role이 아닙니다. 왜 살펴봐야 하죠?”

“우리 조직의 Role이 아닌데, 왜 도움을 줘야 하죠?”

“저 조직의 Role이 아닌데 왜 같이 논의하죠? 우리 조직에서 결정하고 통보하면 될 일 아닌가요?”


이런 태도의 문제점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게임(Game)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것

2. 내 R&R의 연결 및 확장성에 대한 이해 부족


2번 문제는 1번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는 하나의 질문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게임인가? 나만의 역할만 잘해서 우리의 일이 성공할 수 있는가?”


축구를 예로 들어볼까요?


스트라이커가 '공이 내 근처로 오면 받아서 슛을 쏴 득점한다'라는 생각만 갖고 플레이한다면, 여러분은 그 선수를 응원할 수 있을까요?


반대의 경우는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어떻게 팀 플레이를 하는지, "잘 조직된 팀"이 경기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익히 보셨을 테니까요. 내 역할이 팀에서 어떠한 것인가? 나는 내 성과만을 내는 사람인가? 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3번 유형: 나는 팀으로 일한다.


3번 유형은 정말 드물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회사에서는 비교적 많았던 것 같고, 큰 규모의 회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였던 것 같습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슈퍼 스타”, “소방수”, “해결사”, "스타플레이어" 등의 별명을 얻으며 빛을 발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역할을 뛰어넘어 동료들의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다양한 레이어에 걸친 문제(기술적 문제,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까지 해결하곤 했습니다.


운 좋게도, 제 주변에는 이런 3번 유형의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전 쪼렙이었던 시절에 2번 유형에 가까운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3번 유형의 “스타플레이어"들을 관찰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팀으로 일할 때는 2번 유형을 넘어 3번 유형으로 일을 해야만 한다라고 말이죠.


3번 유형의 특징


3번 유형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일했습니다. 기술과 사람에 대한 폭넓은 관심으로, 자신의 기술 스택뿐 아니라 상대 조직, 상대 레이어의 기술과 업무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 그걸 바탕으로 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한 분석과 해결책 도출.


이들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조직 간의 기술적, 협업적 문제를 중재하며 조직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부드럽게 운영되도록 이끌어 나갔습니다.


조직의 현실


반대로, 3번 유형 (팀 플레이어) 이 부족하고 2번 유형 (철저한 R&R)이 있는 조직은 항상 잡음이 발생했습니다. 1번 유형도 점차 2번 유형으로 변해가며 (썩은 사과), 조직의 “문화”는 점차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 결과, 일하기 팍팍한 환경이 조성되고, 더 높은 레벨의 업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직이 순식간에 망하고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경우도 보긴 했습니다만 )


2번 유형이 있는 조직, 그리고 2번 유형이 점차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게 되는 조직은 점차적으로 “협업 문화”라는 것이 없어지고, 일하기 팍팍해집니다. 그 결과 더 높은 단계의 “일”을 만들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게 됩니다.


당연한 것이죠. 우리가 하는 개발 업무라는 것이 한 두 사람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개인의 능력에 bound 되는 정도의 업무만이 잘 굴러가게 되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뛰어난 능력치의 플레이어들이 있기 때문에 팀이 어느 정도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상향을 꿈꾸는, 보다 높은 레벨의 제품을 만들고 싶은 인력들이 이탈하게 되면서 그 조직에서 할 수 있는 일의 레벨이, 낮아지게 됩니다.  


“R&R을 따지는 놈이 범인이다”

제 생각은 조직 내에 “썩은 사과”를 찾아내는 것이라면 그 사람이 “범인” 맞습니다. 


끝.  


추가로, 3번과 2번 유형의 정말 가장 큰 차이가 뭔 줄 아십니까?  “인성”이었습니다. 인성 나쁜 사람치고 3번 유형인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