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신
“나의 새로운… 제물들이여….”
어둠 속에서 드러난 그것의 형상은, 신(神)이라기보다 신에 대한 모독에 가까웠다. 수십 구의 시체가, 마치 넝마주이의 조각보처럼 붉은 실로 조잡하게 꿰매어져 있었다. 어떤 시체는 아이의 몸에 노인의 팔이 달려 있었고, 어떤 것은 여자의 얼굴에 남자의 다리가 붙어 있었다. 물에 퉁퉁 불어 썩어가는 피부 위로, 구천리 마을의 벽화에 그려져 있던 아홉 머리의 뱀 문신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대며 기어 다녔다. 시체들이 움직일 때마다, 뼈와 뼈가 어긋나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썩은 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가장 끔찍한 것은, 그 ‘머리’ 부분이었다. 그곳에는 얼굴 대신, 거대한 놋쇠 종(鐘)이 박혀 있었다. 종의 표면에는 수백 개의 비명 지르는 얼굴들이 양각되어 있었고, 그 안쪽에서부터 지독한 악의가 검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었다. 종이 만들어질 때 제물로 바쳐진, 산 자들의 영혼이 그대로 얼어붙은 것이었다.
“저게….”
박종윤의 목소리가 공포로 잠겼다. 그의 모든 과학적 상식이, 눈앞의 끔찍한 존재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저게, 누더기 신….”
뎅-
누더기 신이 몸을 움직이자, 머리의 종이 저절로 울렸다. 소리가 아니었다. 영혼을 직접 가격하는 충격파였다. 세 사람은 동시에 머리를 감싸 쥐며 비틀거렸다. 뇌 속을 날카로운 송곳으로 헤집는 듯한 고통과 함께, 각자의 가장 깊은 절망이 환각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최민준의 눈에는 10년 전, 파트너가 찢겨나가던 폐창고의 풍경이 보였다. ‘네가 날 죽인 거야.’ 선배의 피투성이 얼굴이 그를 비웃고 있었다. 박종윤의 눈에는 자신의 모든 시스템이 무너지고, 친구 한지운이 검은 재가 되어 사라지는 최악의 미래가 스쳐 지나갔다.
“정신 차려요!”
서화가 소리쳤다. 그녀는 끔찍한 환각 속에서도, 파꾼으로서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그녀는 품에서 작은 옥피리를 꺼내 불었다. 피리의 맑은 음색이, 사악한 종소리를 중화시키며 세 사람의 정신을 보호했다. 환각이 걷히고, 그들은 간신히 현실로 돌아왔다.
“저 종소리가 저놈의 힘의 근원이에요! 저 종을 파괴하지 않으면, 승산은 없습니다!”
하지만 종은, 누더기 신의 가장 깊숙한 곳. 가장 단단한 곳에 있었다. 그 주변을 둘러싼 수십 구의 시체 팔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접근하는 모든 것을 막아서고 있었다.
“내가 길을 열겠습니다!”
최민준이 외쳤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이 지긋지긋한 과거의 환영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그는 움직여야만 했다. 그는 등불 하나를 집어 들고, 낡은 나선형 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저놈의 시선을 나에게로 돌릴 테니, 당신들은 어떻게든 저 종을…!”
“어리석구나.”
누더기 신의 목소리가, 종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 너희는 그저 나의 일부가 될 뿐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 계단을 오르던 최민준의 발밑. 썩은 나무 계단이, 갑자기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그의 발목을 휘감았다. 계단을 이루던 나무 판자들이, 수십 개의 이빨이 달린 아가리가 되어 그의 종아리를 물어뜯으려 했다.
“큭…!”
최민준은 중심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다. 그가 떨어지는 바닥. 얕게 고여 있던 물웅덩이가, 갑자기 끈적한 타르처럼 변해 그의 몸을 집어삼키려 했다. 이 종탑 전체가, 누더기 신의 몸의 일부였다. 이곳에서는, 벽도, 바닥도, 계단도 모두 적이었다.
“형사님!”
박종윤이 외쳤다. 그는 자신의 태블릿에 필사적으로 코드를 입력했다. 음파, 전자기파, 그 어떤 것도 이 유기적인 구조물에는 통하지 않았다. 그의 기술은 완벽하게 무력했다. 그 순간.
“아직이야.”
조용히 있던 서화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계단 아래, 곰팡이 핀 벽면을 가리켰다. 아홉 머리 뱀의 벽화.
“모든 신에게는, 약점이 있는 법입니다. 자신을 섬기던 자들의 ‘기록’ 속에.”
그녀는 박종윤의 등불을 빼앗아, 벽화를 향해 달려갔다. 벽화의 가장 마지막 부분. 뱀이 마을을 집어삼키는 그림. 하지만 그 구석, 아주 작은 곳에. 마을 사람들이, 뱀의 아홉 머리 중 유독 하나를 향해 창을 던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가운데 머리. 하지만 다른 머리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눈’이 감겨 있는 머리였다. 신에게도 보이지 않는, 유일한 사각(死角).
“저거다….”
서화가 중얼거렸다.
“저놈의 핵. 저놈의 진짜 ‘심장’은….”
“눈치챘느냐, 파수꾼의 후예.”
누더기 신이 비웃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몸을 이루던 수십 개의 시체 팔들이,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망치가 되어, 서화와 박종윤을 향해 내리쳐졌다. 피할 수 없는 공격.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종탑의 천장이, 굉음과 함께 부서져 내렸다. 그리고,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과 함께. 수백, 수천의 원혼들이. 칠흑 같은 어둠의 폭풍이 되어, 누더기 신을 덮쳤다. 장서린이었다. 그녀는 밖에서, 이 종탑을 둘러싼 모든 원혼들을 규합하여, 가장 강력한 아군으로 만들어 돌아온 것이다.
“내 잔치에….”
장서린의 텅 빈 목소리가, 종탑 전체에 울려 퍼졌다.
“감히, 끼어들지 마라.”
“네년이… 감히…!”
누더기 신은 자신과 동족인 원혼들의 공격에 당황했다. 수백의 원혼들이 망령의 파도가 되어 그의 몸을 물어뜯고 할퀴었다. 썩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붉은 실들이 끊어졌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어리석은 것들! 너희는 나의 일부가 아니더냐!”
그가 포효하자, 머리의 놋쇠 종이 다시 한번 뎅-! 하고 울렸다. 이번의 종소리는 원혼들의 영혼을 직접 공격했다. 원혼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장서린은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수백의 영혼과 연결된 그녀의 정신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 찰나의 틈.
최민준은 타르 같은 바닥에서 간신히 몸을 빼냈다. 그의 옷은 썩은 물로 축축했고, 얼굴은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남색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권총을 누더기 신에게 겨누었다. 하지만 그가 노린 것은 머리의 종이 아니었다. 그는 벽화의 기록을 믿었다. 그는, 누더기 신의 가슴팍. 수많은 시체들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눈을 감은 뱀의 머리 문신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알은, 누더기 신의 몸에 박히지 않았다. 대신, 총알이 닿은 곳에서부터.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푸른 얼음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박종윤이, 자신의 마지막 남은 기술력. 극저온 시료 보존을 위해 개발했던 액체질소탄을, 최 형사의 총알에 몰래 코팅해 둔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누더기 신의 비명은 단일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십 명의 죽은 자들이 내지르는 절규와 놋쇠 종이 긁히는 굉음, 그리고 썩은 나무 계단이 부서지는 소리가 한데 뒤섞인,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끔찍한 협주곡이었다. 종탑 전체가 그 음파에 흔들렸다. 그의 핵, 눈 감은 뱀의 머리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총알이 박힌 중심에서부터, 푸른 서리가 혈관처럼 뻗어 나가며 썩은 살점들을 파괴했다. 액체질소의 극저온이, 화천회가 걸어둔 불사의 저주를 정면으로 거스르며 모든 생명 활동을 원자 단위에서부터 정지시키고 있었다.
“이… 이런…!”
그것은 처음으로 겪는 진짜 ‘죽음’의 고통이었다. 그의 몸을 이루던 시체들이, 더 이상 그를 붙잡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붉은 실들이 툭, 툭, 끊어졌다. 어떤 시체는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먼지처럼 바스러졌고, 어떤 것은 마침내 저주에서 풀려난 듯 평온한 얼굴로 물웅덩이 속으로 잠겨갔다. 거대한 몸뚱이가 해체되며, 그 안에 감춰져 있던 놋쇠 종의 흉측한 본체가 완전히 드러났다.
뎅-!
뎅-!
뎅-!
머리의 종이, 마지막 발악처럼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종이 울릴 때마다, 주변 공간이 어그러지며 검은 파문이 퍼져나갔다.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모두를 동귀어진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더 이상 영혼을 뒤흔드는 위협이 아니었다. 핵을 잃은 힘은 공허했다. 그것은, 한때 신이라 불렸던 존재의, 처절한 단말마였다. 비명은 점점 더 약해졌고, 종소리는 무너져가는 종탑의 마지막 울음소리처럼, 길고 슬픈 여운을 남기며 잦아들었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종탑의 바닥에는, 얼어붙은 뱀의 머리 문신 조각과. 수십 구의, 평범한 시체들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중앙. 거대한 놋쇠 종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거대한 놋쇠 종이 바닥에 떨어지며 내는 마지막 소리는, 거대한 악의가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음을 알리는 조종(弔鐘)과도 같았다. 종소리가 멎자, 종탑을 짓누르던 끔찍한 압박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수십 년간 쌓여온 원념의 무게가 걷히고, 공기는 비로소 제 무게를 찾았다. 부서진 천장 틈새로, 깨끗한 밤공기와 함께 정화의 은빛을 머금은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성스럽게 비추었다. 첫 번째, 저주가 풀렸다.
“하아… 하아….”
최민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손에 들린 권총에서는, 아직 희미한 냉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만이, 방금 전의 모든 일이 현실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총의 무게를 가늠했다. 법과 질서의 상징. 하지만 조금 전, 이 쇳덩어리는 박종윤의 과학이 더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의미를 가졌다. 그는 자신이 평생을 믿어온 세계가 얼마나 무력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박종윤은 벽에 기댄 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태블릿은 액체질소탄을 발사한 직후 과부하로 전원이 나가버렸다. 세상의 모든 정보와 연결되어 있던 그의 신경망이, 한순간에 끊겨버린 것이다. 그는 지금, 자신의 모든 무기를 잃어버린 무력한 과학자일 뿐이었다. 고요함이, 오히려 더 큰 불안으로 다가왔다.
콰아아아…
그들을 덮쳤던 원혼의 폭풍이, 서서히 잦어들었다. 원혼들은 더 이상 분노하지 않았다. 그들의 텅 비었던 눈에는, 희미하게나마 생전의 온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어떤 영혼은 낡은 교복을 입은 학생의 모습이었고, 어떤 영혼은 흙 묻은 작업복을 입은 인부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해방시켜 준 장서린의 주변을 맴돌며, 소리 없이 고개를 숙였다. 수백의 영혼이 보내는, 말없는 감사. 그것은 소리가 아닌, 감정의 파동이 되어 장서린의 영혼을 가득 채웠다.
“이제… 돌아가세요.”
장서린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 자신의 것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힘겹게 미소 지었다.
“당신들의 집으로.”
그녀의 말이 끝나자, 원혼들은 하나둘씩 빛의 입자가 되어, 달빛을 따라 하늘로 솟아올라갔다.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나비들처럼. 그들은 마침내, 이 지박령의 굴레에서 벗어나 안식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모든 원혼이 사라졌을 때, 장서린은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졌다. 수백 개의 영혼이 가진 감정의 무게를, 그녀의 정신이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박사님!”
최민준이 놀라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는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탈진하여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보였다.
“이제… 끝난 건가.”
박종윤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안도보다 깊은 허무함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서화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거대한 놋쇠 종을 경계하며,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아니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눈은, 땅에 흩어진 불길한 잔해들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아직입니다. ‘심장’은 멈췄지만, 저주 그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에요. 이 땅을 오염시킨 ‘독’의 뿌리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누더기 신의 육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얼어붙은 뱀의 머리 문신 조각과 함께, 그를 꿰매고 있던 수백 가닥의 붉은 실들이 남아 있었다. 실들은 이제 생명력을 잃고 축 늘어져 있었지만, 그 끝에서는 여전히 희미하고 불길한 검붉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마르지 않는 독샘처럼. 그것은 주변의 흙과 공기를 끊임없이 오염시키고 있었다.
“이 실들을 전부 태워 없애지 않으면, 저주는 언젠가 다시 이 땅에 뿌리내릴 겁니다. 더 교활하고, 더 끔찍한 형태로.”
서화는 자신의 낡은 가방에서, 기름이 담긴 작은 병과 부싯돌을 꺼냈다. 파수꾼의 방식, 정화의 불꽃으로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는 것. 그것이 그녀의 답이었다. 그녀가 불을 붙이려던 순간.
“잠깐만요.”
장서린이, 최민준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그녀를 막아섰다.
“태우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게 있어요.”
그녀는 과학자였다. 그녀의 눈에는, 저 붉은 실들이 단순한 저주의 매개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화천회의 기술력과 주술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료’였다. 적의 무기를 분석하지 않고서, 다음 전쟁을 준비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특수 제작된 채취용 핀셋을 꺼내 붉은 실 한 가닥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실 끝에 묶여 있던, 작은 뼛조각 하나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새끼손가락 뼈였다. 그리고 그 뼈의 표면에는, 아주 작게.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와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A-07]
“이건….”
장서린의 눈이 커졌다.
“이건… 관리 번호예요. 실험실에서, 시료나 실험체를 관리할 때 쓰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민준이 다른 실 끝에 묶인 뼛조각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발가락뼈였다.
[C-12]
“세상에….”
박종윤이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 가장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건… 그냥 시체를 꿰맨 게 아니었어. 놈들은… 마치 부품처럼, 시체 조각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기고 있었던 거야. 이건… 조립 설명서야.”
세 사람은 깨달았다. 누더기 신은, 그저 우연히 태어난 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화천회에 의해, 아주 정교하게 계획되고 ‘제작’된, 끔찍한 생체 병기였던 것이다. 이 저수지는 그들의 실험장이었고, 구천리 마을의 원혼들은 실험 재료에 불과했다.
“그럼….”
최민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른 저주의 장소에도, 이런 ‘부품’들이 있다는 뜻이겠군. 마치… 흩어진 폭탄 조각처럼.”
그의 말이 끝나자. 종탑 전체가, 다시 한번 낮게 울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지진. 하지만 땅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하늘이. 하늘에 떠 있는 황금빛 등대가, 그들의 첫 번째 승리에 응답하듯.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빛의 파동이, 마치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그리고, 전원이 나가있던 박종윤의 태블릿 화면이, 그 빛에 반응해 저절로 켜졌다. 그곳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것은 지운이 보내는, 다음 ‘길’에 대한 암시였다.
[두 번째 별. 거문(巨門), 거짓된 기록의 감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