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전장(戰場)
남산 타워의 밤은 새로운 전쟁의 서막을 밝히는 등대였다.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서울의 야경은 이제 세 사람에게 거대한 작전 지도와도 같았다. 수천만 개의 불빛 하나하나가 한 사람의 삶이었고 그 모든 것을 지켜야 한다는 무게가 그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좌표 전송 완료.”
박종윤의 목소리가 통제실의 차가운 정적을 갈랐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지만 이전의 불안함은 사라지고 강철 같은 집중력만이 남아 있었다.
“월하의 7개 조 모두 각자의 목표 지점으로 이동 중입니다. 5분 후, 첫 번째 ‘혈(穴)’에 대한 동시 타격을 개시합니다.”
그의 손가락이 홀로그램 키보드 위에서 춤을 췄다. 그는 더 이상 한지운의 친구 박종윤이 아니었다. 그는 왕의 눈이자 귀이며 이 거대한 체스판을 움직이는 지휘관이었다. 그의 명령 하나하나에 수십 명의 목숨과 이 도시의 운명이 달려 있었다.
“첫 번째 목표는 ‘인왕산 수도국지’.”
작전 테이블 앞에 선 최민준이 낡은 지도 위에 붉은 펜으로 표시하며 말했다. 그의 등 뒤에는 ‘칼날’ 연화와 월하의 정예 요원들이 침묵 속에서 무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들의 무기는 총과 칼만이 아니었다. 은으로 만든 탄환, 경면주사를 바른 칼날, 휴대용 자외선 투사기까지 과학과 주술이 기묘하게 결합된 대(對) 화천회용 결전 병기들이었다.
“일제강점기에 경성 전체의 물을 통제하던 곳. 놈들은 그곳의 수맥(水脈)을 이용해 도시의 생명줄에 저주를 흘려보내고 있었던 거지. 연화 조가 맡아주시오. 그 칼날로 물길을 더럽히는 뱀의 목을 베는 것을.”
그의 남색 눈동자가 옆에 선 장서린을 향했다.
“박사님은 돌쇠 팀과 함께 두 번째 목표 ‘홍제동 화장터’로 가주십시오. 그곳에는 놈들이 남긴 ‘뼈’들이 있을 겁니다. 단순한 유골이 아닐 겁니다. 누더기 신처럼 무언가 다른 형태로 조립되고 있을지도 모르죠. 죽은 자들의 기록을 읽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장서린이 짧게 대답했다.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미지의 현상을 눈앞에 둔 과학자로서의 탐구심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각자의 전장을 향해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박종윤은 홀로 남아 수십 개의 모니터를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서울 전체가 거대한 데이터의 강처럼 보였다. 그는 그 강물의 흐름을 바꾸고 길을 열고 때로는 댐을 쌓아 적을 막아야만 했다. 그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편, 홀로 밤의 거리를 걷는 서화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녀는 월하의 도움을 거절했다. 이것은 왕의 전쟁이 아닌 파수꾼으로서의 그녀 자신의 싸움이었으니까. 그녀의 눈에는 지운이 열어준 황금빛 길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땅을 보았다.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아래 희미하게 꿈틀대는 땅의 혈맥, 그리고 그 혈맥을 따라 흐르는 수많은 영혼들의 슬픔과 분노. 그녀는 그들의 흐느낌을 따라 도시의 가장 아픈 상처 서대문형무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검게 변한 팔이 고통스럽게 욱신거렸다. 왕의 독은 그녀에게 새로운 힘을 주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녀가 마침내 형무소의 높고 붉은 담벼락 앞에 섰을 때였다.
“왔느냐.”
지산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그녀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왕은 가장 높은 곳에서 적의 심장을 노리지만 파수꾼은 가장 낮은 곳에서 길을 열어야 하는 법. 그것이 균형이다.”
서화는 그의 말을 따라 사형장 뒤뜰의 가장 후미진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수많은 죽음의 마지막을 말없이 지켜보았을 오래된 미루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는 이미 죽어 앙상한 가지만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하지만 서화의 눈에는 그 죽은 나무를 휘감고 있는 수많은 영혼들의 푸른빛이 보였다.
그녀가 나무 앞에 서서 자신의 피 한 방울을 나무 밑동에 떨어뜨리자 쿠르르릉 땅이 울리며 나무의 거대한 뿌리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뿌리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아래로 향하는 어두운 계단을 만들어냈다. 왕이 보지 못하는 파수꾼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지운 씨….”
그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당신이 왕이 되어 세상을 심판한다면 나는 파수꾼이 되어 당신의 마지막 인간성을 지키겠어요.”
그녀는 결심한 듯 어둠 속으로 발을 들였다. 그녀의 고독한 싸움 또한 시작되고 있었다.
그 시각, 서대문형무소 지하 고문실. 공간을 찢고 나타난 지운은 그곳의 풍경에 잠시 말을 잃었다. 이곳은 더 이상 과거의 고문실이 아니었다. 사방의 벽과 천장은 살아있는 살점처럼 붉은 근육 조직으로 뒤덮여 꿈틀대고 있었고 바닥에는 검붉은 피가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피비린내와 함께 양수와도 같은 비릿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 감옥에 깃든 모든 원념과 고통을 한데 모아 만든 거대한 ‘자궁’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뒤엉켜 만들어진 끔찍한 ‘알’이 심장처럼 맥동하고 있었다. 화천회는 이곳에서 새로운 ‘누더기 신’을 부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 왔군.”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오카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더 교활하고 더 사악한 목소리, 바로 죽연이었다. 그는 알의 앞에 서서 만족스러운 미소로 지운을 맞이했다. 그의 옆에는 백발의 영수가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낡은 왕이여.”
죽연이 비웃었다.
“너를 위해 아주 특별한 무대를 준비했으니.”
그의 말이 끝나자 지운의 발밑 바닥에서 수십 개의 쇠사슬이 튀어나와 그의 몸을 휘감았다. 쇠사슬은 단순한 쇠가 아니었다. 굳어버린 피와 원념으로 만들어진 살아있는 구속이었다. 왕의 패기조차 이 거대한 자궁의 힘 앞에서는 무력했다.
“네놈의 그 잘난 힘은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죽연이 말했다.
“이곳은 너의 ‘기록’이 통하지 않는 오직 ‘절망’만이 존재하는 곳이니까. 네놈의 힘은 과거의 기록에 기반하지만 이곳은 그 어떤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 태초의 혼돈이기에 너의 힘은 무의미하다.”
그는 맥동하는 알을 가리켰다.
“보아라. 너의 아비, 너의 동료, 너로 인해 죽어갈 수많은 자들의 절망을 양분 삼아 곧 새로운 신이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 위대한 탄생의 첫 번째 증인이자 마지막 제물이 될 것이다.”
죽연의 눈이 광기로 번뜩였다. 지운은 꼼짝없이 쇠사슬에 묶인 채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비취색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그가 입을 열었다. 지운의 목소리는 조롱에 가까웠다. 쇠사슬에 묶인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 절대자의 여유. 죽연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왕의 패기는 분명 이 ‘자궁’의 힘에 억눌려 있었다. 하지만 저 눈빛은 여전히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놈, 무슨 꿍꿍이냐.”
“꿍꿍이라.”
지운이 미소 지었다. 그의 비취색 눈동자가 죽연 너머의 허공을 향했다.
“체스판을 둘 때 왕은 가만히 앉아있는 법이지. 싸우는 것은….”
그의 말이 끝나자 남산 타워의 상황실에서 박종윤이 키보드의 엔터 키를 내리쳤다.
“지금이다.”
콰과과과광-!
서울 서북부 일곱 개의 ‘혈(穴)’에서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월하의 요원들이 박종윤이 보내준 좌표에 설치해 둔 특수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폭탄이 아니었다. 서화의 피와 장서린의 과학, 그리고 박종윤의 기술이 결합된 대(對) 주술용 EMP 폭탄이었다. 폭발과 함께 은백색의 정화 에너지가 파동처럼 퍼져나가 지맥을 오염시키던 검붉은 기운을 상쇄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지하 고문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자궁’이 비명을 질렀다. 힘의 공급원이었던 일곱 개의 혈이 동시에 막히자 그 힘이 급격하게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운을 묶고 있던 피의 쇠사슬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네 이놈…!”
죽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바깥에… 네놈의 수족들이!”
“싸우는 것은 ‘병사’들의 몫이니까.”
지운은 자신을 묶고 있던 마지막 쇠사슬을 끊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붓을 들어 죽연을 겨누었다.
“그리고 이제.”
그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왕이 직접 체크메이트를 부를 시간이다.”
같은 시각, 인왕산 수도국지.
“뚫어!”
최민준이 외쳤다. 그의 등 뒤로 연화가 쌍칼을 휘두르며 화천회의 암살자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그들의 앞을 막아선 것은 수도국지의 오래된 저수조였다. 하지만 저수조 안에는 물 대신 수십 년간 쌓인 도시의 오물이 썩어 만들어진 검은 ‘늪’이 들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한 수호신이 붉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저놈이 핵이야! 저놈을 베지 않으면 길이 열리지 않아!”
연화가 소리쳤다. 최민준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팔뚝을 그어 흐르는 피를 은 탄환에 적셨다. 그리고 뱀의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홍제동 화장터에서 돌쇠는 거대한 망치로 자신들을 막아선 강철문을 부수고 있었다. 문 너머에서는 수십 구의 ‘조립된’ 뼈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서 장서린은 깨진 뼛조각 하나를 손에 든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찾았어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머리’는 이 안에 없어요. 놈들은 가장 오래된 시신 하나를 ‘왕’으로 삼아 나머지를 조종하고 있어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화장터의 가장 깊숙한 곳, 수십 년간 사용되지 않은 채 버려진 무연고 유골함을 가리켰다.
“저 안에… 진짜 왕이 있어요.”
그리고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뒤뜰. 서화는 미루나무의 뿌리가 열어준 길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의 앞을 수많은 함정과 원혼들이 막아섰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는 왕의 독이 흐르는 자신의 피로 그린 부적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왕의 ‘독’으로 화천회의 ‘독’을 제압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목적지는 지운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거대한 자궁의 진짜 심장, 이 모든 원념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뿌리’가 숨겨진 곳을.
‘기다려요, 지운 씨.’
그녀가 속삭였다.
‘당신이 왕의 길을 걷는다면 나는 당신을 위한 퇴로를 열어두겠어요.’
세 개의 전장, 하나의 목표.
마지막 싸움의 불꽃이 서울의 밤을 밝히고 있었다.
“왕이 직접 체크메이트를 부를 시간이다.”
지운의 선언은 새로운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포효였다. 그의 비취색 눈동자가 경악과 분노로 굳어버린 죽연과 백발의 영수를 꿰뚫었다. 그는 더 이상 함정에 빠진 사냥감이 아니었다. 자신의 판 위에서 사냥을 시작하는 왕이었다.
“어리석은 것.”
백발의 영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수천 년의 겨울을 담은 듯 차갑고 건조했다.
“잔가지 몇 개를 잘라냈다고 나무 전체가 쓰러질 것이라 믿는가.”
그는 지팡이를 들어 바닥을 쿵 하고 내리쳤다. 그러자 힘이 약해졌던 ‘자궁’이 다시 한번 맹렬하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끊겼던 혈(穴) 너머 이 땅 깊숙한 곳에 잠든 더 근원적인 악의를 억지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네놈의 병사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이곳에서는 새로운 신이 태어날 것이다.”
영수가 말했다.
“그리고 너는 그 위대한 탄생의 증인이 될 게다.”
그는 죽연에게 턱짓했다.
“저놈을 막아라. 알이 깨어날 때까지 단 일각의 시간이라도 벌어라.”
“분부대로, 주인 어르신.”
죽연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에 검은 기운이 뭉쳐지며 한 자루의 칠흑 같은 장검(長劍)이 형성되었다.
“오랜만에 왕의 목을 베어보는군.”
그는 지운을 향해 몸을 날렸다. 두 개의 거대한 힘이 마침내 정면으로 충돌했다. 황금빛 붓과 칠흑의 장검이 허공에서 부딪힐 때마다 공간 자체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같은 시각, 인왕산 수도국지.
탕-!
최민준의 피가 묻은 은 탄환이 검은 늪을 뚫고 뱀의 심장을 꿰뚫었다.
키에에에에엑-!
수호신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그 거대한 몸뚱이가 뒤틀리며 검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것으로 죽지는 않았다. 늪 자체가 그것의 본체였기에 심장이 터져도 이 늪이 마르지 않는 한 무한히 재생할 수 있었다.
“젠장, 저놈을 완전히 끝장내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야, 꼰대!”
연화가 소리쳤다. 그녀는 쌍칼을 휘두르며 암살자들의 목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저 늪 자체를 ‘정화’해야 해!”
그녀는 최민준을 향해 자신의 허리춤에 찬 작은 가죽 주머니를 던졌다.
“그 안에 ‘해태의 심장’이 들어있어! 불을 다스리는 신수(神獸)의 심장석이지! 그걸 저 늪의 중심에 던져 넣어!”
최민준은 주머니를 받아 들었다. 그 안에는 불씨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붉은 돌멩이가 들어 있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늪을 향해 달려갔다. 발이 푹푹 빠지고 늪 속의 원혼들이 그의 다리를 붙잡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뱀의 머리 앞에 다다른 그는 해태의 심장을 그 벌어진 아가리 속으로 힘껏 집어넣었다.
화르르르르르륵-!
늪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홍제동 화장터.
“찾았어요… 저 안에… 진짜 왕이 있어요.”
장서린의 말이 끝나자 돌쇠는 거대한 망치를 고쳐 쥐었다.
“알겠습니다, 박사님.”
그는 으르렁거렸다.
“왕이든 뭐든 이 돌쇠 앞에서는 한낱 뼈다귀일 뿐이지요!”
그는 자신을 막아서는 뼈들의 군대를 볼링핀처럼 쓰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등 뒤에서 장서린은 눈을 감고 자신의 무당의 피를 끌어올렸다. 그녀는 유골함 속에 잠든 ‘왕’의 기록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왕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시신을 몰래 수습하여 이곳에 묻어주었던 이름 없는 화장터 인부였다. 그는 죽어서도 자신이 지키려 했던 유골들을 떠나지 못하고 이 땅의 지박령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화천회는 그의 순수한 의지마저 악용하여 그를 꼭두각시 왕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제… 쉬세요.”
장서린이 속삭였다.
“당신이 지키려 했던 그분들은… 저희가 기억하겠습니다.”
그녀의 진심이 왕의 원념에 닿았다. 그녀를 공격하던 뼈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멎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대문형무소 지하 비밀 통로.
서화는 마침내 길의 끝에 다다랐다. 그곳은 작은 석실이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거대한 나무뿌리가 심장처럼 맥동하고 있었다. 사형장 뒤뜰의 죽은 미루나무 뿌리. 이 감옥의 모든 원념을 빨아들여 지운이 있는 ‘자궁’으로 보내는 저주의 근원이었다.
“이제… 끝을 내야지.”
그녀는 자신의 검게 변한 팔을 뿌리를 향해 뻗었다. 왕의 독이 저주의 뿌리를 향해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를 위한 퇴로를 열고 있었다.
세 개의 칼날이 마침내 거대한 악의 심장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