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감각을 읽는 시간. 6화

생명을 불어 넣는다는 것

by 돌부처

주말을 온전히 반납한 대가는 달콤했다. 월요일 아침, 내가 밤새 다듬은 기획안을 본 김 부장의 입가에 드물게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출발했고, 나는 일주일 내내 정신없이 몰아치는 업무의 파도를 탔다. 하지만 바빠질수록, 내 마음 한편에서는 역설적으로 바다가 더욱 절실해졌다. 낚시를 가지 못하는 주말이 두 번이나 더 지나갔다. 쿨러는 텅 비어 있었고, 내 마음도 그만큼 비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예상보다 이른 저녁 여섯 시에 퇴근할 기회가 찾아왔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어스름한 저녁. 두 시간. 내게 허락된 자유시간은 고작 두 시간 남짓이었다. 방파제까지 다녀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나는 망설임 없이, 지난번에 사두었던 작은 지그헤드와 웜 몇 개를 주머니에 챙겨 집 근처의 작은 내항으로 향했다.


그곳은 어선 몇 척이 한가롭게 정박해 있는, 낚시꾼보다는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에 가까운 곳이었다. 나는 쿨러도, 밑밥통도, 의자도 없이 오직 낚싯대 하나만 들고 방파제 끝에 섰다. 모든 것이 단출했다. ‘한두 시간이면 손맛을 볼 수 있다’던 신입사원의 말이 헛된 희망이 아님을 믿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그헤드와 웜을 꺼내 들었다. 지난번 우럭을 잡겠다고 쇼크리더니 뭐니 복잡하게 연결했던 것에 비하면, 이건 훨씬 간단해 보였다. 일단은 원줄에 곧바로 묶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손톱만 한 지그헤드에 벌레 모양의 웜을 끼우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너무 깊게 끼우면 웜의 허리가 구부러져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졌고, 너무 얕게 끼우면 금방이라도 빠져버릴 것 같았다. ‘살아있는 것처럼.’ 황 사장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그럴듯한 모양으로 웜을 끼우고 첫 캐스팅을 준비했다.


원투낚시의 묵직한 봉돌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2그램짜리 지그헤드는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나는 힘껏 낚싯대를 휘둘렀다. 하지만 채비는 내 의지를 비웃듯, ‘퐁’ 하는 귀여운 소리와 함께 불과 몇 미터 앞에 떨어졌다. 원투낚시가 묵직한 포탄을 쏘아 올리는 느낌이라면, 이것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에 가까웠다. 몇 번을 다시 던져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자존심을 접고, 발 앞에 채비를 내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나는 유튜브에서 본 대로, 낚싯대를 살짝 들어 올렸다 멈추고, 릴을 한두 바퀴 감았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리프트 앤 폴’. 이름은 그럴듯했지만, 내가 하는 동작은 그저 허공에 낚싯대만 까딱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불과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런 ‘감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원투낚시에서는 무거운 봉돌이 바닥의 지형을 ‘투둑, 투둑’ 하고 읽어내는 명확한 정보가 있었다. 하지만 이 가벼운 채비는 물속에서 어떤 정보도 내게 보내주지 않았다. 내 웜이 지금 바닥에 가라앉은 건지, 물 중간에 떠 있는 건지, 아니면 조류에 흘러가고 있는 건지,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은 애매한 낚싯줄만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생명 없는 고무 쪼가리에 생명을 불어넣기는커녕, 그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났다. 입질은커녕, 밑걸림 한번 없었다. 나는 무력감에 빠져들었다. ‘유혹의 기술’은커녕, 나는 지금 물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때,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수면 바로 아래에서, 무언가 ‘반짝’ 하고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아주 작은 치어 떼였다. 놈들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다가 선착장 기둥 그늘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포식자가 근처에 있다는 신호. 그리고 그 포식자는, 저 기둥 아래 숨어 있다는 명확한 정보였다. 나는 처음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야’ 한다는 루어 낚시의 본질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나는 자리를 옮겨, 치어 떼가 사라진 기둥 옆으로 조심스럽게 채비를 던졌다.


그리고 모든 복잡한 액션을 포기했다. 그저 채비가 바닥에 닿기를 기다렸다가, 아주 천천히, 바닥을 긁어준다는 느낌으로 릴을 감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토독.’


아주 미세했지만, 분명한 감각. 낚싯줄을 타고, 낚싯대를 거쳐, 내 손끝으로 전해져 온, 살아있는 신호. 그것은 봉돌이 바닥에 닿는 무기질의 ‘투둑’과는 다른, 무언가 내 미끼를 건드려본 듯한, 간지럽고 예민한 감각이었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기다렸다. 몇 초 후, ‘톡!’ 하고 좀 더 명확한 입질이 들어왔다. 나는 힘껏 챔질했다. ‘핑!’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낭창한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우럭과는 다른, 가볍지만 앙칼진 저항.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우럭, ‘개볼락’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놈을 들어 올렸다. 크기는 작았지만, 이것은 내가 ‘속여서’ 잡은 첫 번째 고기였다. 살아있는 미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나의 서툰 움직임에 반응해 준 첫 번째 생명. 나는 깨달았다.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화려한 액션이 아니었다. 대상어가 어디에 숨어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고,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으로 그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것. 그것이 바로 ‘유혹’의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작은 개볼락을 다시 물속으로 돌려보냈다. 빈 쿨러, 텅 빈 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새로운 종류의 감각,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무늬를 읽는 법을 막 배우기 시작한 참이었다.




‘토독.’


그 감각은 일주일 내내 내 손끝을 맴돌았다. 원투낚시의 묵직한 ‘투둑’과는 전혀 다른, 지극히 미세하고 예민한 신호. 살아있는 미끼의 요란한 움직임 없이, 오직 생명 없는 고무 쪼가리를 향해 보내온 그 작은 생명의 관심. 그 간질이는 감각은 지난번 우럭을 낚았을 때의 환희와는 다른 종류의, 훨씬 더 지적인 쾌감을 안겨주었다. 나는 무언가를 ‘속여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계속해서 흥분시켰다.


회사에서의 시간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내가 실무 책임을 맡은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매끄럽게 흘러갈 때, 오히려 작은 돌멩이 하나가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몇몇 핵심 지표들이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예측했던 궤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전체 데이터의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 미세한 불협화음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이 정도 오차는 무시해도 될 것 같은데요. 전체 추세는 여전히 상승 곡선이잖아요.”


회의 시간, 한 동료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김 부장 역시,


“큰 흐름에 집중해”


라며 내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고요한 수면 아래에서 아주 희미하게 전해져 오는, 물고기의 예신과도 같았다. 지금은 무시해도 될지 모르지만, 이 작은 신호가 결국 어떤 균열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하지만 나는 이 불안의 실체를 동료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나의 ‘감’을 뒷받침할 명확한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 나는 루어 몇 개를 더 사야 한다는 핑계로 ‘만선조구’에 들렀다. 황 사장에게 지난번 나의 첫 루어 조과를 보고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어이, 초짜. 이번엔 또 무슨 바람이 불었나?”


내가 가게에 들어서자, 황 사장이 웃으며 물었다.


“사장님, 저번에 주신 걸로 한 마리 잡았습니다.”

“오, 그래? 뭘로? 원투로 쏨뱅이라도 한 마리 했나?”

“아뇨. 루어요.”


내 말에 황 사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루어? 그걸로 뭘 잡았다고?”

“개볼락 한 마리요. 아주 작긴 한데… 그래도 제 움직임에 속아서 나와줬습니다.”


황 사장은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허허, 이거 물건일세. 남들은 몇 달을 허탕 쳐도 감도 못 잡는 게 루언데, 그걸 첫술에 잡아내? 운이 좋았구만.”

“그런 것 같습니다. 근데 사장님, 이상하게 감각이 너무 희미합니다. 봉돌처럼 바닥을 읽는 느낌도 없고, 내 미끼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요.”


내 질문에 그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졌다. 그는 내 낚싯대를 잠시 들어 훑어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네, 지금 경운기 엔진 달고 스포츠카 경주에 나가겠다는 소리 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그는 가게 한편에 진열된, 아주 가늘고 날렵해 보이는 낚싯대 하나를 가져왔다.


“이게 루어 전용 낚싯대야. 한번 들어봐.”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었다. 놀라울 정도로 가벼웠다. 하지만 진짜 차이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내가 낚싯대 끝을 살짝 흔들자, 그 미세한 움직임이 손잡이까지 고스란히, 증폭되어 전달되었다. 내 원투낚싯대가 둔탁한 막대기라면, 이것은 예민하게 날이 선 칼 같았다.


“차이가 느껴져? 자네가 쓰는 원투대는 무거운 봉돌을 멀리 던지는 게 목적이라 굵고 튼튼하게 만든 거야. 둔감하지. 근데 이놈은 달라. 1그램짜리 가벼운 미끼의 움직임, 물속에서 스치는 미역 줄기 하나, 그리고 고기가 핥는 듯한 미세한 입질까지. 그 모든 걸 손끝으로 전달해주는 ‘감각의 안테나’라고.”


감각의 안테나.

그 표현이 내 머릿속을 쳤다.


“원투낚시는 귀로 듣는 낚시야. 방울 소리든, 드랙 소리든, 귀에 들릴 만큼 큰 신호를 기다리는 거지. 근데 루어는 손끝으로 읽는 낚시야. 눈에도, 귀에도 보이지 않는 물속의 미세한 변화를 이 안테나를 통해서 읽어내는 거라고. 그러니 그 둔한 낚싯대로는 감각이 없을 수밖에.”


나는 내 손에 들린 예민한 낚싯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회사에서 내가 마주한 문제도 이것과 같았다. 전체 매출이라는 거대한 ‘방울 소리’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소음 속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미세한 ‘진동’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 진동의 실체를 증명할 ‘안테나’가 없었다. 기존의 데이터 분석 방식은 너무 둔탁했다. 그것은 멀리 던지기 위한 원투대였지, 미세한 감각을 읽어내기 위한 루어대가 아니었다.


나는 깨달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었다. 더 예민한 ‘질문’이었다.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한 거대한 설문조사가 아니라, 이탈 조짐을 보이는 그 작은 그룹만을 대상으로 한 정밀한 인터뷰. 시장 전체의 흐름을 분석하는 거시적인 보고서가 아니라, 특정 고객 한 명의 구매 여정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미시적인 분석. 그것이 바로 나의 둔탁한 업무 방식에 달아줄 새로운 ‘안테나’였다.


나는 그날, 내 생애 가장 비싼 낚싯대를 샀다. 그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었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감각하기 위한, 새로운 안테나를 세우는 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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