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감각을 읽는 시간. 7화

받지 못한 전화

by 돌부처

성공은 중독성이 강하다. 한 번 맛본 성취감은 더 큰 성공을 갈망하게 만든다. 임원 보고를 무사히 마친 후, 나는 일에 완전히 몰두했다. 낚시에서 배운 전략적 사고는 강력한 무기였다. 나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다.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예측하고, 경쟁팀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김 부장은 나에게 점점 더 많은 재량권을 주었고, 나는 그 신뢰에 보답하듯 성과를 만들어냈다. 야근은 잦았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낚시를 할 때처럼,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향해 캐스팅하고 릴을 감는 듯한 쾌감에 취해 있었다.


목요일 밤이었다. 열 시가 넘은 시간, 나는 회의실에 홀로 남아 다음 주에 있을 경쟁 프레젠테이션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었다. 화면 속 데이터와 논리의 흐름에 완전히 몰입해 있던 그때, 스마트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엄마’. 나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이 시간에 웬일이시지. ‘지금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나는 전화를 받지 않고 무음으로 전환했다. 지금은 이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몇 분 후, 이번에는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그것마저 받지 않았다. 아마도 주말에 본가에 내려오라는, 늘 같은 용건일 터였다. 나는 ‘나중에 전화해야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모니터 속으로 빠져들었다.




주말, 나는 생애 처음으로 ‘선상 낚시’라는 것을 예약했다. 방파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고기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며칠 전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 새벽 일찍 항구에 도착해 낚싯배에 올랐다. 수십 명의 낚시꾼들로 배 안은 이미 후끈했다. 배가 육지를 등지고 망망대해로 나아갈 때, 나는 일상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벗어던진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리고 방해가 될 모든 것을 차단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전원을 아예 꺼버렸다. 오늘은 오직 바다와, 물고기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날의 낚시는 경이로웠다. 선장이 데려간 포인트는 물고기들의 아파트 같았다. 어군탐지기에 붉은 점들이 빼곡히 찍혔고, 배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그동안 갈고닦은 모든 기술을 쏟아부었다. 미세한 입질을 파악하고, 챔질하고, 드랙을 조절하며 놈과 줄다리기를 벌였다. 마침내 수면 위로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올라온 것은 50센티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큼직한 농어였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방파제에서 잡던 우럭과는 차원이 다른 힘과 크기. 나는 마침내 ‘꾼’의 세계에 한 발짝 들어선 것만 같았다.


오후 늦게 배가 항구로 돌아왔다. 나는 그날 잡은 농어 두 마리가 담긴 쿨러를 자랑스럽게 어깨에 메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스마트폰의 전원을 켰다. 화면이 켜지는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부재중 전화 27통. 문자 메시지 42개.


‘아빠가 쓰러지셨다. 빨리 전화받아.’

‘왜 전화를 안 받아! 무슨 일 있어?’

‘제발 연락 좀 줘. 엄마가 너 걱정하잖아.’

‘병원 응급실이야. 지금 당장 와.’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이 떨려 제대로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뇌경색이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위급한 상황은 넘겼지만, 예후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핏기 없는 얼굴의 어머니와 퉁퉁 부은 눈의 누나가 나를 보자마자 달려왔다.


“너… 여태 뭐 하다 이제 와! 전화는 왜 안 받고! 우리는 너까지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누나의 원망 섞인 절규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에 집중하느라… 낚시를 갔다가… 그 어떤 변명도 이 상황에서는 끔찍한 이기심의 고백일 뿐이었다. 병실 침대에 누워 잠든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평소 그렇게 커 보였던 아버지가, 너무나 작고 연약해 보였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집중했던 ‘신호’와 ‘소음’의 세계. 나는 프로젝트 데이터의 미세한 변화는 ‘신호’라 여기며 집요하게 파고들었으면서, 정작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신호였던 가족의 전화는 ‘소음’으로 치부하고 무시해버렸다.


낚시가 가르쳐 준 집중의 미덕은, 나를 유능한 직장인으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무심한 아들로 만들었다. 차 트렁크에 실린 쿨러 안의 농어가, 그 어떤 실패의 기억보다 더 무겁고 차갑게 나를 짓눌렀다. 나는 바다에서 가장 큰 고기를 낚았지만, 정작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말았다.


병원 복도의 시간은 바다의 시간과 달랐다. 그곳에는 밀물도, 썰물도 없었다. 오직 소독약 냄새와 희미한 신음,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기계음이 창백한 형광등 불빛 아래 정체되어 있을 뿐이었다. 나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하얀 벽의 무의미한 무늬를 바라보았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망망대해 위에서 짜릿한 손맛에 환호하던 내 모습이, 마치 다른 사람의 삶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밤이 깊어지자, 어머니는 간이침대에서 쪽잠이 들었고 누나는 젖은 수건을 갈러 잠시 자리를 비웠다. 나는 조용히 아버지의 병실로 들어섰다. 각종 의료기기에 둘러싸인 아버지는 잠들어 있었다. 일정하게 오르내리는 아버지의 가슴을 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평소 그렇게 커 보였던 아버지의 어깨가, 병원 침대 위에서는 너무나 작아 보였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투박하고 거친, 평생 가족을 위해 굳은살이 박였을 그 손에서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했던가. 프로젝트의 미세한 데이터를 ‘신호’라 여기며 밤을 새웠고, 물고기의 작은 입질을 놓치지 않으려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신호를 읽어내려 애쓰는 동안, 정작 내 삶의 가장 절박했던 신호는 무심하게 꺼버렸다. 집중과 몰입. 낚시가 내게 가르쳐 준 가장 큰 미덕이라 믿었던 그것이, 나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부재했던 사람으로 만들었다.




누나가 종이컵에 담긴 따뜻한 커피를 내밀며 옆에 앉았다. 붉게 충혈된 누나의 눈에는 더 이상 원망이 아닌, 깊은 피로가 어려 있었다.


“너한테 화내서 미안해. 너무 놀라서 그랬어.”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


우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나가 먼저 침묵을 깼다.


“아빠… 쓰러지시기 전에 계속 네 이야기했어. 우리 아들 요즘 낚시에 푹 빠졌다고. 자기도 퇴직하면 아들이랑 낚싯배 타는 게 소원이라고….”


누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버지의 소박한 꿈을,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나는 나만의 성취에 취해, 나만의 바다에 빠져 있었다.


새벽녘, 교대할 간병인이 도착하고 어머니와 누나를 집으로 모셔다드린 후, 나는 차에 홀로 남았다. 그리고 그제야, 트렁크에 실린 쿨러의 존재가 생각났다. 나는 망설이다가, 천근만근처럼 무거운 트렁크 문을 열었다. 쿨러를 열자, 아직 냉기가 채 가시지 않은 커다란 농어 두 마리가 은빛 비늘을 희미하게 빛내고 있었다. 나의 가장 빛나는 성공. 가장 완벽했던 승리의 증거. 하지만 지금 그것은 그저 차갑고 무거운 시체 덩어리에 불과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집으로 가져가 손질할 수도, 누군가에게 자랑하며 나눠줄 수도 없었다. 이 물고기는 내 죄책감의 무게 그 자체였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차를 몰아 근처의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시장은 경매 준비로 분주했다. 나는 한 횟집 앞에 차를 세우고, 잠이 덜 깬 주인 남자를 불렀다.


“저… 사장님. 이거 좀 받아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쿨러를 열어 보이자,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야, 튼실한 놈들이네. 어디서 이런 걸 잡았어? 값 제대로 쳐줄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냥… 가져가십시오.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주머니의 현금을 모두 꺼내 남자에게 쥐여주었다.


“이놈들로, 병원 환자들이나 근처 독거노인들께 멀건 죽이라도 좋으니, 끓여서 나눠주실 수 있겠습니까?”


남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와 쿨러 속 농어를 번갈아 쳐다봤다. 나는 더 설명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뒤 차에 올랐다. 텅 빈 쿨러. 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버지의 병실 앞 의자에 앉아, 동이 터오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낚시꾼은 입질을 기다린다. 하지만 지금 내가 기다리는 것은, 입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간절하고 무력한 기다림이었다. 어떤 기술도, 어떤 전략도 통하지 않는, 오직 시간과 운명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그런 기다림.


나는 바다에서 가장 큰 고기를 낚았을지 모르지만, 이제야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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