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을 기록하는 자들
성심자애병원 상공 50미터. 해킹된 드론이 소리 없이 선회하며, 렌즈를 통해 폐허의 풍경을 동아리 방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 한지운과 윤서화는 낡은 병원 정문 앞에 멈춰 섰다. 그들은 단순한 흉가 체험객이 아니었다. 전쟁터에 들어서는 군인처럼, 그들의 모든 움직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들어간다.”
유나의 목소리는 중계 캐스터처럼 낮고 빨랐다.
윤서화가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녹슨 철문을 열지 않고, 담벼락의 무너진 부분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한지운이 그 뒤를 따랐다. 드론의 고감도 카메라가 그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윤서화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광화문에서 봤던 것과 같은, 붉은 실이 묶인 작은 방울이었다. 그녀는 방울을 흔들지 않고, 그저 쥔 채로 본관 건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저 여자… 주변을 살피는 게 아니야.”
화면을 응시하던 소희가 나지막이 말했다.
“‘느끼고’ 있어. 건물 전체에 흐르는 기운을 피부로 읽어내는 것처럼. 마치… 지뢰밭을 걷는 병사 같아.”
두 사람은 마침내 깨진 유리 조각이 널린 본관 1층 로비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드론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젠장! 놓쳤어!”
유나가 아쉬운 듯 외쳤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텅 빈 폐건물의 외관뿐이었다.
“아니, 아직이야.”
정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유나, 드론을 열화상 모드로 전환해. 건물 옥상 바로 위에서 선회하면서 내부의 열 변화를 감지한다.”
“알았어. 하지만 낡은 콘크리트 건물이면 열 감지가 거의 안 될 텐데…”
“사람은 체온을 숨길 수 없어. 아주 희미하더라도, 두 개의 열원이 움직이는 게 보일 거야.”
유나가 드론을 조종하자, 메인 모니터의 화면이 흑백의 열화상 영상으로 바뀌었다. 잿빛의 건물 위로,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움직이는 두 개의 주황색 점이 나타났다. 마치 유령처럼, 그들은 건물의 복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추적이 시작되었다. 유나는 열화상 화면에 나타난 두 개의 점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1층 구석… 보일러실로 추정되는 곳에서 멈췄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
열원은 1층의 가장 깊숙한 구석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왜 하필 보일러실이지?”
강태우가 낡은 병원 건축 도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도면상으로는 그냥 낡은 기계실일 뿐인데… 특별한 점은 없어 보여.”
“정혁, 뭔가 이상해.”
열화상 화면을 보던 유나가 말했다.
“저 두 사람… 보일러실에서 멈춘 뒤로, 열원 반응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체온이 떨어지고 있는 거야. 이대로라면 곧 사라지겠어.”
“그럴 리가.”
정혁은 고개를 저었다.
“체온이 떨어지는 게 아니야. 주변의 ‘냉기’가 너무 강해서 그들의 체온을 집어삼키고 있는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희가 가늘게 신음하며 자신의 팔을 감싸 안았다.
“추워…”
“소희야?”
“갑자기… 너무 추워. 광화문에서 그 노인을 봤을 때랑은 달라. 이건… 슬픔이랑 분노가 얼어붙어서 만들어진, 아주 날카로운 냉기야. 1층 보일러실… 그곳에서 무언가 깨어나고 있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정혁! 저거 봐!”
유나가 비명처럼 외치며 열화상 화면을 가리켰다. 보일러실에서 멈춰 있던 두 개의 주황색 열원. 그들 곁으로, 세 번째 ‘열원’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주황색이 아니었다. 주변의 잿빛보다도 더 차가운, 모든 열을 흡수하는 듯한 섬뜩한 ‘검푸른 점’이었다.
“저건… 광화문에서 봤던 그 짐승들이랑 같은 반응이야!” 유나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떨리고 있었다. “생명체가 아니야. 저건… 움직이는 냉동고라고!”
검푸른 점은 천천히 두 개의 주황색 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화면상으로는 그저 색깔 있는 점들의 움직임일 뿐이었지만, 동아리 방의 네 명은 그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대치를 똑똑히 보고 있는 듯했다.
“간호사… 유령이야.”
소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선명하게 보일러실의 광경을 느끼고 있었다.
“환자를 학대했던… 그 간호사의 원념이야. 자신의 구역에 들어온 침입자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어.”
열화상 화면 속에서, 주황색 열원 중 하나(윤서화로 추정)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다음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폭발!”
유나가 외쳤다. 화면 중앙, 세 개의 점이 있던 위치에서 거대한 열 반응이 섬광처럼 터져 나왔다. 화면 전체가 순간적으로 새하얗게 변하며 모든 형체를 지워버렸다. 드론의 카메라 센서가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를 포착한 것이다.
“EMF 수치 폭주! 전자기 펄스 발생! 주변 통신망 전체가 마비됐어!”
정혁의 노트북에서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시간이 없어.”
정혁은 결단을 내렸다.
“이 폭발의 여파로 병원의 신경망이 깨어났을 거야.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어!”
그는 병원 외부의 낡은 통신 단자함을 통해, 죽어있던 구리 전화선에 강제로 미세한 전류를 흘려 넣었다. 잠들어 있던 폐병원의 신경계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위험한 도박이었다.
잠시 후, 그의 노트북 화면에 반응이 나타났다. 낡은 교환기 시스템이, 마치 발작하듯 알아볼 수 없는 데이터들을 미친 듯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SYSTEM OVERLOAD!]
[LINE_BUSY] [LINE_BUSY] [LINE_BUSY]
[CALL_REQUEST_FROM: WARD_304]
[CALL_REQUEST_TO: DIRECTOR_OFFICE]
[CONNECTION FAILED]
“304호에서… 원장실로 계속 전화를 걸고 있어.”
유나가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데이터의 폭풍 속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로그가 나타났다.
[VOICE DATA DETECTED]... [PLAYBACK ERROR]...
[DATA CORRUPTED]...
[Fragment Decryption...] ... ...
...아파... 주사... 그만...
...원장... 님...
환자 K.S.H가 죽기 직전에 남긴 마지막 목소리의 파편이었다.
폭발의 섬광이 사라지고, 열화상 화면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사라졌어… 검푸른 점이… 사라졌어.”
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간호사 유령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안도감은 잠시였다.
“아니, 저게 뭐야!”
강태우가 화면을 가리켰다. 두 개의 주황색 열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건물의 중앙, 이전에 원장실이 있었을 법한 위치에서부터, 이전의 검푸른 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차가운, 완벽한 ‘검은 구멍’이 나타나 그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열을 흡수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주변의 모든 열 정보를 소멸시키고 있었다.
“원장… 악귀야.”
소희의 목소리는 절망에 가까웠다.
“간호사는 전초전에 불과했어. 폭발 소리가… 진짜 주인을 깨운 거야.”
열화상 화면 속에서, 두 개의 주황색 열원은 이제 필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검은 구멍을 피해 위층으로, 더 위층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2층… 3층으로! 그들이 향하는 곳은… 304호실이야!”
유나의 외침은 거의 비명 같았다. 정혁은 드론이 비추는 흑백의 열화상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지막이 명령을 내렸다.
“계속 기록해. 단 하나의 프레임도, 단 하나의 데이터 조각도 놓치지 마. 지금부터가 본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