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족쇄, 조용한 퇴사, 그리고 멈춰버린 경력에 대하여
우리는 수많은 빌런들과의 처절한 전투 기록을 복기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명확한 형태를 가진 빌런보다, 시대의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종류의 '유령'들이 우리의 열정을 더 빠르고 확실하게 소멸시키기도 합니다. 오늘은 바로 그 조용한 살인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디지털 족쇄: 메신저, 이메일 등 디지털 업무 툴을 이용해 퇴근 후나 휴가 중인 구성원의 삶에 침투하여, 보이지 않는 감시와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현대적인 통제 방식.
과거에는 일이 많아 퇴근 후나 주말에 연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여행 갔던 동료가 휴가 첫날 복귀하는 일도 있었죠. 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었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다릅니다. 빌런들은 이제 이 '디지털 족쇄'를 교묘한 괴롭힘의 수단으로 악용합니다.
제게는 휴가를 쓰기만 하면 귀신같이 연락을 해오는 빌런이 있었습니다. 바로 과거에 후배들에게 리스크를 떠넘기고 공은 가로채던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제들까지 굳이 저에게 물었고, "담당했던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라고 알려만 줄 뿐, 해결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로 복귀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진짜 목적이었습니다.
막상 복귀해서 보면, 대부분 다음 날 처리해도 될 만큼 시급하지 않은 사안이거나, 다른 동료들이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그는 저의 휴식을 방해함으로써, 자신의 통제력을 확인하고 저에게 심리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을 즐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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