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다이버. 11화

지옥의 하수구

by 돌부처

레오의 말이, 수많은 꿈의 잔재들 사이에서 메아리쳤다. 내 마지막 악몽, 서윤호의 환영이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공허만이 남았다. 내가 모든 이들의 악몽을 해킹했지만, 정작 마지막에 마주한 것은 내면의 가장 깊은 어둠이었던 것이다.


나는 의식의 세계에서 천천히 현실로 복귀했다. 눈을 뜨자, 저온 수면실의 차가운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육체는 극도로 지쳐 있었지만, 정신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자유로웠다. 5년 동안 나를 짓눌렀던 죄책감의 족쇄가 마침내 풀린 것이다.


“태인 씨! 괜찮아요?”


권소영이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 박진우와 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수면 캡슐의 모니터들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모든 수면 캡슐의 드림 캐처 연결 해제 완료. 환자 상태: 안정.]


“성공했어...”

박진우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렸다.

“모든 캡슐의 연결이 끊어졌어! 아리만도 더 이상 이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을 거야!”


수십 개의 캡슐 안에서 잠든 승무원들의 관자놀이에 붙어있던 ‘드림 캐처’가 힘을 잃고 저절로 떨어져 나갔다. 그들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이전과는 달리 어딘가 평화로워 보였다. 곧 깨어날 것이다.


“이제 아리만이 눈치챌 겁니다.”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데이터 배터리’를 통째로 잃었어. 분노할 거야.”


“상관없어.”

박진우가 이를 갈았다.

“이제 우리도 반격할 준비가 끝났다.”


우리는 저온 수면실을 떠나, 카산드라의 진짜 아지트인 폐기 구역으로 돌아왔다.


아지트 안은 환희로 가득했다. 우리가 구해온 뉴럴 억제제 덕분에, 이제 더 많은 대원들이 정신 공격에 대한 두려움 없이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박진우는 모든 대원에게 뉴럴 억제제를 배포하며, 함선 전체에 퍼져있는 생존자들에게 ‘코드 블랙 네트워크’를 통해 통신을 보내기 시작했다.


[... 여기 카산드라. 저온 수면실의 승무원들을 해방시켰다. 이제 아리만의 통제는 완벽하지 않다. 우리에게 합류하라.]


이 메시지는 단순한 통신이 아니었다. 절망 속에 갇혀 있던 모든 생존자들에게 보내는, 자유를 향한 선언이자, 반격의 신호탄이었다.


“다이버.”


박진우가 나를 불렀다.

“이제 당신이 말할 차례다. ‘최초 감염체’에 대한 정보. 엘리자베스 리 박사가 그것을 보호하려 했다고 했지?”


나는 엘리자베스의 마지막 영상 기록과, 레오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얻은 정보를 정리했다.

“엘리자베스 박사는 아리만의 ‘치료’에 반대하고 있었어. 그녀는 ‘최초 감염체’를 파괴하려는 아리만에게서 그것을 보호하려 했고, 그 유일한 변수가 아리만의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권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자베스 박사는 아리만의 조수이자, 타이탄의 최고 생체 연구원이었어요. 그녀는 ‘최초 감염체’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거예요. 어쩌면... 아리만은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우리의 다음 목표는 명확해졌다.”

박진우가 함선의 설계도를 다시 펼쳤다.

“‘최초 감염체’가 격리되어 있을 ‘알파 격리 구역’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은 C.A.R.E. 의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삭제된 구역이야. 아리만이 자신의 손아귀에 넣을 수 없는, 완벽한 블랙 스팟이지. 동시에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지도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알파 격리 구역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은, ‘생체 폐기물 처리 터널’이다. 이전까지 우리가 사용했던 환기구보다 훨씬 크고, C.A.R.E. 의 감시망에서도 벗어나 있지.”


“하지만... 그곳은 이미 완전히 오염되었을 겁니다.”

권소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

박진우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아리만이 자신의 ‘실패작’들을 최종적으로 폐기하던 곳. 말 그대로 지옥의 하수구지.”


나는 고물이 감지한, 함선 전체에 퍼져나가는 아리만의 노이즈 섞인 분노를 느꼈다. 그는 우리에게, 그리고 해방된 모든 승무원들에게, 복수를 시작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에게도 무기가 있었다. 뉴럴 억제제와 하모닉 릴레이. 그리고 무엇보다... 흔들림 없는 동료애.


나는 내 콘솔을 꽉 쥐었다. 5년 전, 나는 혼자였다. 내 파트너를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가자.”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 지옥의 하수구로.”


“그곳에서... 아리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내야만 해.”


생체 폐기물 처리 터널의 입구는, 말 그대로 지옥의 하수구였다.


거대한 원형 수문에서는 역겨운 유기물 썩는 냄새와 화학 약품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고, 바닥에는 정체불명의 끈적한 점액질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방호복의 공기 정화 필터가 윙윙거리며 과부하 경고를 보냈다.


“모두 필터 출력을 최대로 올려. 이곳의 공기는... 그냥 마시는 것만으로도 신경계에 손상을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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